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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언제까지 채용비리에 울어야 하나

[취재파일] 교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언제까지 채용비리에 울어야 하나
지난해와 올해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여러 건의 채용비리를 보도했습니다. 정교사 채용을 미끼로 기간제 교사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사립학교 감사, 특정인을 뽑기 위해 지원자 207명을 들러리 세운 사립여고와 채용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사립초, 딸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교장 아빠가 ‘셀프 면접’ 본 사립고까지. 지난해와 올해 SBS 보도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사립학교 채용 비리는 4건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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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나갈 때마다 기자에게는 수많은 사립학교 채용비리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립학교 채용비리를 감사하는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 또한 “여러 차례 감사를 하고 지적을 해도 사립학교 채용 비리 의혹이 지금도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보도를 해도, 감사를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교사 준비생들 사이에선 ‘사립학교 교원이 되려면 얼마가 있어야 한다더라’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진 지 오래입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비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사립학교 채용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겠습니다.

● 재단-교장-교원 유착 속 비리 견제 시스템 없어
사립학교 채용비리, 교장 딸, 교장
국가가 주관하는 교원임용고시를 통해 선발되는 공립학교 교원과는 달리, 사립학교 교원채용은 사립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이뤄집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률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기는 합니다. 교원의 임용권, 제청권, 심의권을 분리해 놓은 겁니다. 사립학교법은 교원의 임용권은 사립학교 법인에게 있지만, 교원 임명 제청권은 사립학교장이 갖도록 했고, 이 임명과 제청의 과정은 교장과 이사장이 참여할 수 없는 학교별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단, 교장, 교원에게 채용 권한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게 함으로서 채용 부정을 막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채용의 ‘3권 분립’이 현실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교장과 교원 인사권을 사실상 학교법인이 행사하는 구조 속에서 교원 인사의 세 주체는 견제와 감시보다는 유착과 눈감아주기에 익숙합니다. 특정인을 정교사로 채용하려고 지원자 207명을 들러리 세운 A여고는 교장의 입김에 교원인사위원회가 선발 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습니다. 딸을 ‘셀프 면접’ 본 B고등학교 교장에게도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재단 감사가 정교사 채용을 미끼로 기간제 교사를 불러내 성추행한 대구 C 특성화고 사례 또한 견제와 감시 없는 사립학교 채용 구조 하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 SKY, 남성 우대…채용 기준도 사립학교 '마음대로'

채용 기준도 사립학교 마음대로입니다. 최근 은행권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른바 SKY 학교 출신 지원자들을 부당하게 우대한 것이 적발됐습니다. 이런 일이 사립학교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A여고는 수년 동안 SKY 대학 출신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왔던 것으로 교육청 감사결과 드러났습니다. A여고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출신대학 차별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특정 교과 채용에 남성 우대가 암암리에 존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교원 채용의 자율권을 100% 사립학교가 갖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교육 당국은 사립학교 채용 기준을 심사하거나 채용 과정을 관리 감독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채용 관련 정기 감사도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립학교 채용비리는 내부 고발자를 통해 사후 적발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립학교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드러난 비리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행여나 걸려도 무시하면 그만
교직 장사, 정교사 1억, 뒷돈, 비리
이렇게 사후 적발이 된다 하더라도 비리 당사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사립학교 교원 징계권 역시 교육 당국이 아닌 사립학교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은 사립학교 재단에 징계를 요구할 권한만 갖고 있는데, 학교 재단이 징계를 거부하면 그만입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교육청의 중징계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21%에 불과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특정인 밀어주기를 한 A여고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는 했지만 극히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교육청은 징계 ‘권고’에 그치고, 사립학교 재단은 솜방망이 처벌을 되풀이할 뿐, 사립학교 채용비리 연루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최근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은행 관계자들이 구속된 것과 비교하면 사립학교는 ‘처벌 무풍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사학법' 개정 통한 제도적 해결 모색해야

우리나라 중학교 중 20%, 고등학교 중 40%가 사립학교입니다. 그리고 이들 사립학교들은 교원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교육청에서 ‘재정결함보조금’의 형태로 지원받고 있습니다. 소유만 사학재단이 하고 있을 뿐 운영 재원은 대부분 국민 세금이라는 얘깁니다. 이처럼 사립학교는 분명 공적 영역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립학교는 적어도 교원 채용에 있어서만큼은 합당한 공적 통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대와 상식에 뒤떨어진 채용 기준을 교육 당국이 사전에 심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채용 비리 연루자에 대한 징계 권한도 강화돼야합니다. 그리고 이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보수층의 결집으로 역풍을 맞은 영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만만찮은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사립학교 채용비리의 사슬을 제도적으로 끊어내지 않는다면, 교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앞으로도 억울한 눈물을 삼켜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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