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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답답한 미세먼지 예보, 예비 특보제와 7일 예보가 시급하다

[취재파일] 답답한 미세먼지 예보, 예비 특보제와 7일 예보가 시급하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은 매일 새벽 5시와 오전 11시, 오후 5시 이렇게 하루에 3차례 미세먼지 예보를 발표한다.

예측 시간을 보면 새벽 5시 예보와 오전 11시 예보는 당일과 다음 날까지의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오후 5시 미세먼지 예보는 다음 날과 그 다음 날까지의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새벽 5시와 오전 11시는 이틀 예보를 하고 있는 반면 오후 5시는 사흘 예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기상 예보와 미세먼지 예보의 예측 시간을 비교해 보자. 서로 여건이 다르고 예보 역사가 다르고 정확도도 차이가 있지만 기상 예보는 우선 동네예보가 있다. 동 단위의 전국 3,500여 개 지역에 대해 3시간 간격으로 사흘 동안의 날씨를 구체적인 수치로 예측한다. 하늘 상태와 바람의 세기, 바람 방향, 강수량, 강수확률, 기온 등이 정량적인 수치로 제공된다. 정확도를 떠나 예보 정보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중기 예보는 전국 174개 지점과 광역 시도별로 앞으로 10일까지의 하늘 상태와 최고기온, 최저기온 등의 기상 정보를 제공한다. 정확도를 떠나 3시간 단위의 3일 예보, 길게는 앞으로 10일 동안의 기상 정보는 앞으로 10일 동안 기상 예보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재난이 예상될 경우 일반 국민들이 열흘 전부터 재난에 대비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미세먼지
하지만 미세먼지 예보는 현재 이틀 또는 사흘 동안의 미세먼지 수준을 '좋음', '보통','나쁨','매우 나쁨' 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예보자료를 내고 있다. '나쁨' 수준이면 단순히 보통 수준에서 나쁨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수준이라는 것인지 예보만 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추가 정보가 전혀 없다.

주의보나 경보도 큰 문제다. 현재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는 관측소의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에 도달하면 발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예보가 아니라 실황 중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농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니 대비를 하라는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고농도 기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미세먼지 특보가 발표되자마자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지도 의문이다. 아니 굳이 미세먼지 특보가 내려진 것을 모르더라도 시민들은 고농도 미세먼지라는 것을 눈으로 알고 코와 목으로 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예비 특보제다. 미세먼지 나쁨이 예상되는, 특히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고농도가 예상되는 경우는 사전에 미세먼지 예비 특보를 발령해 시민들이 고농도 미세먼지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적어도 '나쁨' 기준만 간신히 넘어서는 '나쁨'이 아니라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상된다는 정보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예보다. 당연하지만 특보나 고농도 미세먼지 정보는 가능한 한 최대한 일찍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예보다.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중기 예보도 매우 중요하다. 하루나 이틀 예보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다음 주에는 언제쯤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상된다든가 아니면 나쁨 수준이지만 특보가 내려질 정도의 고농도는 예상되지 않는다 등과 같은 큰 흐름을 잡아 줄 정도만 돼도 일단은 성공이다. 만약에 다음 주에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고농도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나오면 야외 활동은 목요일과 금요일을 피해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필요하다면 고농도에 대한 대책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공장이나 사업장, 발전소 등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상되는 날은 가동을 줄일 수 있도록 사전에 대비할 수도 있다.
공장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의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상되면 미리미리 전기를 조금씩 더 생산하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당일은 가동을 멈추는 것이다. 뾰족한 당쟁의 대책이 없는데 갑자기 주의보나 경보를 내리고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비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자연 현상인 태풍이나 집중 호우, 폭설 같은 날씨는 조절이 불가능하지만 미세먼지는 주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만큼 날씨와 달리 사전에 얼마든지 조절도 가능하다. 일단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주워담기 쉽지 않은 만큼 미리미리 배출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루 이틀 예보를 넘어서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예보가 꼭 필요한 이유다.

이 글을 읽는 당국자가 있다면 "우리가 신이냐?"라고 물을지 모른다. 또 "그렇게 잘 하면 네가 해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예보는 쉽지 않다. 어렵고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국민은 미세먼지 예보라면 적어도 이 수준을 원하고 있다. 적어도 일주일 예보, 하루 이틀 예보에서는 정확한 수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예비 특보와 같은 보다 상세한 미세먼지 정보를 원한다. 미세먼지 예보가 뿌연 하늘만큼이나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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