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나는 왜 JTBC 위수령 기사를 비판했나…팩트의 빈곤 그리고 의심의 합리성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3.27 19:32 수정 2018.03.28 09: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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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JTBC에 던진 질문은 "왜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빠뜨렸느냐?"입니다. 의원의 질의로부터 시작된 일이고, 문서의 내용과 작성 과정도 전후 관계 속에서 설명이 가능한데 왜 이런 부분을 외면했는지 물었습니다. 다시 말해, '팩트의 빈곤'이 '보도의 불합리성'을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합리적 의심'을 말합니다. 취재한 사실로부터 진실을 찾아가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다만 그 의심이 합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취합하는 과정 또한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재파일과 SBS 8뉴스를 통해 던진 질문은, 그 합리성에 결격 사유가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끝내 듣지 못했다는 게 저와 SBS의 평가라는 점을 밝히면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 '촛불 위수령' 발동 검토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 필요

SBS가 JTBC에 질문을 던진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국방부가 이른바 '촛불 위수령' 발동을 검토했다면, 그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버금가는 위헌, 위법적 사건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한 명, 언론사 한 곳이 따끔하게 지적하고 뒤돌아설 일이 아닙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하고 검찰도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방송사끼리 논쟁을 벌이다 끝낼 일이 아닌 겁니다.
JTBC, 위수령, 문건 내용 바꿔서 공개그런데도 왜 청와대가, 검찰이 잠잠할까요? SBS 취재결과는 이렇습니다.

이철희 의원이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두 차례 위수령 폐지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묻는 서면질의를 했고, 국방부는 2017년 3월 13일 최종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2017년 2월 넷째 주 문제의 내부 검토 문건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를 작성했습니다. 위수령의 핵심이 광역단체장의 요청과 병력 출동이고, 의원 질의뿐 아니라 당시 항간의 의혹도 있었으니 국방부가 제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봤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어제 보도했듯이, 해당 문건은 지난 3월 8일 군 인권센터의 '촛불 위수령 의혹' 제기 직후 이철희 의원실에 전달됩니다. 동시에 청와대 국방비서관과 국정상황실에도 배포했다고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관계와 전후 사정을 종합할 때, 국방부의 내부 문건들은 '촛불 위수령 증거'라고 의심하기보다는, '위수령 폐지 검토' 과정의 하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저와 SBS 판단입니다.

● 전후 관계 생략에도 '의심의 합리성'이 유지되는가?

JTBC 보도의 골간은 이렇게 보입니다.

JTBC는 이철희 의원의 질의와 국방부의 내부 검토 문건 작성은 우연의 일치 즉, 별개의 사건이라고 봅니다. 이철희 의원은 위수령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뿐이지 병력 출동 문제를 검토하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 의원의 질의와 국방부의 답변 사이에 합참의 내부 문건에서 '위수령 폐지 의견'이란 문구가 '위수령 개선 필요'로 바뀐 것도 위수령 발동 검토의 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제 보도에선, 2016년 11월 수도방위사령부의 병력동원 논의 의혹을 함께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방부 감사 결과, 수방사는 '촛불'이 청와대 경내로 진입하는 데 대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먼저 경찰이 4중 차단막을 세웁니다. 감사에서는 "시위대 대응은 전적으로 경찰 책임 하에 시행한다"는 수방사의 지침도 확인됐습니다.

의혹은 총기 사용 검토로 수렴합니다. 감사로 확인된 바로는, 수방사는 관련 회의에서 '시위대 직접 접촉 금지'를 확인했고, 시위대가 경계 지역으로 진입해 '초병의 총기를 빼앗거나 초병을 위협할 때'에 한 해 수차례 경고 후 총기를 사용하도록 기준을 세웠습니다. 사격할 수 있는 신체 부위도 명시했습니다. 군인의 지휘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48조의 "초병이 폭행당하거나 당할 우려가 있을 경우, 그 상황이 급박하여 자위상 부득이할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3항이 근거인데 수방사는 법 기준보다 총기 사용을 제한한 점이 보인다는 게 감사의 결론입니다. 

국방부 감사실 관계자는 "청와대의 주인이 누구든 청와대는 최고의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민간인들이 통제없이 무더기로 진입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경내로 탄핵 촛불이 미칠 리 없었겠지만 관련 법에 따라 경비 책임을 맡고 있는 수방사와 경찰의 당시 대책은 어떻게 세워져야 했을지 불편하지만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3월 8일 군 인권센터는 이와 관련해 '촛불 무력진압 의혹'을 제기했고 SBS는 군의 반론을 포함해서 8시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의혹과 반론을 함께 담아 설명해서, 시청자와 독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SBS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이 비슷한 수위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다만 이 문제가 지난 며칠간 진행돼 온 '사실관계 왜곡 논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어제 JTBC 보도는 '초점 흐리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표는 수방사의 청와대 경비 계획 중 주요 내용입니다. 이 가운데 총기 사용 부분만 빼서 보면 심각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의 청와대 경내 진입 시 경비 책임부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할지는 전체 맥락을 보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파일● 위수령 진위 공방의 핵, 국방부는 '모르쇠'

저는 국방부 핵심 관계자들에게 거듭거듭 물었습니다. "이철희 의원이 질의하지 않았다면 두 문건이 작성됐을까?" 그들의 대답은 하나입니다. "뜬금없이 그런 문건을 왜 작성하나!" 또 국방부 관계자들은 "문제가 될 문건으로 봤으면 제 발로 이철희 의원에게 주지도 않았고 청와대에도 배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철희 의원은 위수령 폐지에 대한 국방부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왜 내부 검토 문건에는 병력출동과 무기 사용 문제를 검토했을까? 국방부 핵심들은 "위수령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가 요청하면 육군참모총장이 발동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병력이 동원된다" "위수령 존폐를 검토하려면 병력 출동과 병력의 무장 문제는 안 건들래야 안 건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위수령 폐지2017년 3월 13일 이철희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도 공개한 '한국국방연구원 KIDA 연구과제 부여'의 목적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국방부 측은 "위수령을 폐지하려면 국방부 법무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니 전문기관의 심층적 분석이 필요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문답들은 국방부 안에서만 맴돌고 있습니다. 군 인권센터의 의혹 제기에 따라 실시한 감사의 결과도 위 문답과 같은 맥락이지만 정확히 맥을 짚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입을 열겠다는 국방부 당국자는 없습니다. 1주일에 3번, 오전 10시 30분에 열리는 국방부 정례 공개 브리핑에서 토론을 해보자고 해도 마다합니다. 논란과 공방이 치열하니 현재 제기되는 의혹만 놓고 원포인트 감사를 할 만한데도 안 합니다.

● 언론중재위원회의 판단을 구한다니…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가 1980년 5월 광주처럼 탄핵 촛불집회를 무력 진압할 생각을 가졌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가 군 검찰, 조사본부, 기무사라도 동원해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자를 색출할 일입니다. 현재의 공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아무 행동 안 하는 국방부는 대단히 무책임합니다.

'JTBC와 이철희 의원' 대(對) 'SBS' 중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는 차원이 아닙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입니다. 5·16 쿠데타와 1980년 광주 무력 진압, 12·12 쿠데타 역사의 숙명과도 단절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좌고우면하는 국방부는 대단히 정치적입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어제 뉴스룸에서 "앞으로 이 문제는 언론중재위원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습니다"라며 위수령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JTBC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JTBC의 주장대로 이번 공방이 위수령 발동 검토가 맞다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위수령 발동 검토라면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할 대형 사건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웬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