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으로 직장 내에는 '일단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남성 직장인들은 조심 수준을 넘어섭니다. 여직원과 함께하는 출장과 회식 자리를 피하고 업무 지시도 단체 메시지로 대신합니다.
미투를 언급하며 펜스룰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남성들도 있습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회사에서 펜스룰을 경험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상사가 사무실에서 김 씨에게 "○○ 씨도 미투에 예민한 거 아니냐"며 "요즘은 여직원들이랑 회식하면 미투 할 수 있으니 따로 하자"고 말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미투 이후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은 좋지만,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잘못했다는 기분이 든다"며 "이런 방법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펜스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5%가 펜스룰에 대해 '여성 배제의 수단으로 보인다'고 답했고 이어 46.1%는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답해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성별로 분류해 보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답변이, 여성은 '여성 배제의 수단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또 일부 응답자들은 "편을 가르는 것보다 서로 배려해야 한다", "인위적인 룰보다는 개인의 양심과 생각이 변화해야 한다" 등 펜스룰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은 내놨습니다.
■ 펜스룰로 여성 배제?…"또 다른 불평등 일으킬 수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한 경우가 아직 많은 현실에서 소통 자체를 막으면 여성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극단적인 펜스룰은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예 교류 자체를 단절한다든가 여성이란 이유로 상호작용에서 배제해버린다면 이건 여성에 대한 불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지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