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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노룩 법안' 수두룩…기막힌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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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부여한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법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의원들도 법안 발의 개수를 주요 실적으로 홍보하지요. '20대 국회 잠금 해제' 오늘(15일) 세 번째 순서로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기막힌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이세영 기자입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의정보고서입니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법안 1천 4백여 건을 발의했다고 적었습니다. 매일같이 적어도 두 건 이상 발의해야 가능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따져보니 윤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은 34건뿐이고, 나머지 1천 451건은 다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동참하는 이른바 공동발의입니다.

윤 의원은 SBS 취재팀에 자구수정 하나도 공동 발의하게 돼 있다며, 공동발의가 많은 건 입법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공동발의를 수백 건씩 한 의원들이 상당수인데, 공동발의, 과연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요?

본회의장 안. 법안 서류와 함께 펜을 건네받은 의원이 간단한 설명을 듣는가 싶더니 서명합니다. 서명한 이태규 의원은 공동발의자, 서명을 받은 김중로 의원은 대표발의자입니다.

[김중로/바른미래당 의원 : 의원들 모르고 보좌관이 사인하는 경우가 많아. 근데 여기서 하면 간단하게라도 보고 얘기한다고, 이거는 뭐다…조금 알고 사인을 해.]

법안 발의에는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친한 의원들끼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장을 찍어주는 이른바 '노룩(No Look)법안 발의'가 관행처럼 벌어집니다.

[국회의원 보좌직원 : 이번에 내가 이제 도장을 찍어주면 다음에 이제 이 도장을 찍어달라, 이런식으로 서로 이제 품앗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법안의 내용보다는 뭐 친분 관계나 네트워크 차원에서….]

이렇다 보니 닮은꼴, 붕어빵 법안들도 넘쳐납니다. 먼저 발의된 법안과 내용이 겹치면 단어 하나만 바꿔서 내기도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된 '미투' 관련 법안 경우도 벌써 33건이 발의됐는데 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기간 연장을 어느 정도 할지 이렇게 숫자만 조금씩 다릅니다.

[국회 의안과 관계자 :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법들을 이제 조금 경쟁적으로 발의하시려고 하다 보면, 의원실에서 중복을 피하려고 이제 그렇게 하는 경우는 있어요. 그렇게 하시면 저희가 그거를 접수 안 할 방법은 없죠.]

20대 국회의원들이 1년 9개월 동안 낸 법안은 1만 건이 넘었습니다. 19대 국회 4년간 발의 건수의 벌써 70% 수준입니다.

하지만 본회의까지 통과해 입법이 완성된 법안은 2천 400여 건, 20%를 간신히 넘었습니다.

입법이라는 결과물은 뒷전으로 하고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생색내기용 법안 발의는 자랑할 게 아니라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반론보도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노룩 법안' 수두룩… 기막힌 실체" 보도 관련

본 방송은 2018년 3월 15일자 <8뉴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노룩 법안' 수두룩…기막힌 실체" 제하의 기사에서, 공동발의 건수가 1,400여건에 달한다는 윤관석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를 제시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공동발의에 응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윤관석 의원은 보좌진들과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공동발의에 응한 것이며, 1,400여건의 공동발의 건수는 일반적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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