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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송영무의 소신 발언 "北 정찰총국 잠수정이 천안함 폭침"

[취재파일] 송영무의 소신 발언 "北 정찰총국 잠수정이 천안함 폭침"
송영무 국방장관이 작심한 듯 어제(28일) 국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소신 발언을 했습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잠수정의 소행"이라고 오전, 오후 잇따라 밝힌 겁니다. 정찰총국 소속 잠수정이 천안함을 폭침시켰다면 당시 정찰총국장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배후, 주범이 됩니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다고 생각한다면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배후가 맞습니다. 천안함을 어뢰 공격한 잠수정이 정찰총국 소속이라는데 김영철이 개입하지 않았을 리 만무합니다. 반대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여긴다면 당연히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이 됩니다.

정부는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현 정부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정부의 '천안함' 궤변

정부는 김영철의 방남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대승적'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명확합니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현안을 두루 책임 있게 논의할 상대로 김영철이 최적격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부가 김영철 방남을 환영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김영철 방남의 명분은 평창 올림픽 폐막식 참석입니다.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과 관련 있는 인물이 평화의 제전 폐막식에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장면은 아이러니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접촉의 당사자로서는 적격의 인물이지만 평창 올림픽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김영철 방남을 받아들인다"고 표현한 겁니다.

정부는 그 정도로 멈췄어야 했는데 "김영철이 천안함 배후인지 확인이 안된다"라는 사족을 붙였습니다. "대승적으로 김영철을 받자"고 한 건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핵심 인물임에도 남북 대화의 모멘텀 유지를 위해 방남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가 배후인지는 확인이 안된다"고 토를 다니 정부의 설명은 궤변이 됐습니다. 외교안보 부처에서도 '천안함 배후 확인 불가 운운' 부분은 정부 입장에 넣지 말자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과 정찰총국은 떼놓을 수 없다"며 "당시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이 폭침 지휘계통의 주요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파일]송영무의 소신 발언 '北 정찰총국 잠수정이 천안함 폭침
● 여당의 '내로남불(?)' 공세

더불어민주당은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북측 대표가 김영철이었지만 새누리당은 환영했다"며 '내로남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4년 회담은 판문점에서 이뤄진 군사 당국자 간의 접촉입니다. 총부리를 서로에게 겨누고 있는 남북 군 당사자들끼리의 대화입니다. 김영철의 이번 올림픽 폐막식 방남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경우입니다.

김영철이 2014년 판문점으로 내려올 때 천안함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 '천안함 폭침 북한 소행론'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것 같다"며 "'커밍아웃'하고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제안하는 게 솔직한 처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송영무 국방장관의 소신 발언

김영철에게 '천안함 면죄부'를 준 청와대와 여당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사실상 반기를 들었습니다. 어제 오전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맞느냐"는 질문에 송 장관은 "저는 그렇게 믿는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천안함 폭침 당시 출동한 북한 잠수정은) 북한의 연어급 소형 잠수정으로, 정찰총국 소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도 송영무 장관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김영철의 방남에 대해 "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항"이라고도 했습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책임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는데, 송 장관 나름대로 청와대의 지침과 군인의 자존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영혼 없이 "김영철이 천안함 배후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되뇌이는 통일부 관료들보다 용감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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