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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GM vs 산업은행, 거짓말쟁이는 누구?

[취재파일] 한국GM vs 산업은행, 거짓말쟁이는 누구?
한국GM과 산업은행은 2010년 12월 'GM대우 장기 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합니다. 합의서 체결의 목적은 ‘GM대우(한국GM의 당시 이름)가 독자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었고, 핵심내용 중 하나는 바로 CSA 즉 GM본사와 한국GM 간 ‘개발비용분담협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본합의서 체결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영기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밝힌 합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기술 개발은 전부 다 GM그룹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GM이 GM대우를 떠났을 때 여기는 생산 기지로 남는 그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만일의 경우에 GM이 GM대우를 떠나더라도 여기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 놓자는 게 CSA 개정의 목표입니다.”

그럼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김영기 당시 부행장은 CSA의 효과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2015년에 어떤 차가 개발됐다, 그게 GM대우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상황을 가정한 뒤 “그런 차는 GM에서 생산이 되고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기술은 사용권 이런 것들이 계속 이어집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GM대우는 자체 신차 개발 능력을 갖춘 기업이었고 신차 생산 시 GM대우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GM본사가 신차 관련 기술에 대해 100% 소유권을 갖는 당시 시스템이 문제로 제기되자, 김영기 당시 부행장이 사실상 소유권에 준하는 사용권을 GM대우와 GM본사가 나눠 갖는 내용으로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힌 겁니다.

“GM대우 독자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그때까지 확보된 기술은 그걸로 수출을 하든 해외에 생산 기지를 만들어 거기에서 기술을 적용하든 누구랑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해서 공장을 만들어서 쓰든 (GM대우가) 그 기술을 다 소유권(을 가진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흘러갔습니다. 이후 한국GM 독자 기술의 기술 사용료 수익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국내 생산량이 20만 대나 줄어드는 동안에도 한국GM이 미국에 송금한 기술 사용료는 해마다 700억 원대로 비슷했습니다. 심지어 특허권의 경우 2011년 10월 5일 이후 특허청에 한국GM의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놀라운 얘기는 한국GM으로부터 나왔습니다. 한국GM 관계자는 애초부터 신차 개발 시 소유권 혹은 기술 사용료를 받을 권한이 한국GM에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CSA 상 모든 권리는 GM본사에 귀속된다고 단언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 체결을 통해 개선한 건 새로 개발하는 신차 기술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에 만든 개발 산물에 대한 권리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대우자동차 시절의 개발 산물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라이센스를 GM본사가 아닌 한국GM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산업은행은 2010년 언론 설명에서 왜 이렇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일까요? “산업은행이 부풀려서 이야기한 거예요.” 한국GM 관계자는 당시 협약서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였고 산업은행 측이 협약 성과를 부풀리고 싶어 하는 듯 보였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이런 부정확한 언론 설명에도 GM 측이 따로 반박 자료를 내거나 수정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협약서는 비공개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정확한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누가 말을 바꾼 건지 혹은 부풀리기를 한 건지, 현 사태의 책임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GM본사와 협상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오래 전 지나간 일의 잘잘못을 따져 뭐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을 고려하면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산업은행은 2010년 합의서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는지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그건 당시 의혹투성이 협약을 작성한 두 당사자, 즉 GM본사와 산업은행이 이번에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협상 결과를 이번에는 결코 반복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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