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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깎이든가 나가든가" 불황도 떠안는 하청

<앵커>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보도입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목숨이 달린 위험한 일을 떠안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업계 불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체에 부담이 생기면 제일 먼저 희생할 것을 강요받기 일쑤입니다.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소에서는 매주 수요일, 촛불 집회가 열립니다. 협력업체 소속 하청 노동자들이 '빼앗긴 임금을 되찾자'며 모이는 겁니다.

[우리 하청 노동자들이 빼앗긴 상여금! 외쳐 봅시다.]

이들의 반발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지역 하청업체 120여 곳은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주면서, 연 500% 안팎의 상여금을 열두 달 월급에 포함해서 줘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기본급을 거기에 맞춰 올리는 대신 이 상여금을 아예 없애버린 겁니다. 통상 임금을 깎는 거라 노동자 동의가 필요하지만 막무가내입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 사인하라 하더라. 하기 싫으면 (회사) 그만두고 가야 돼요. 조선소가.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사인 할 수밖에 없잖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지금 애들 두 명 있는 사람들 학원 다 끊었어요.]

해를 넘겨 이어지는 조선업 장기불황 속에서 협력업체 하청 노동자들은 사실상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거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업체들은 과거에 받은 동의서 일부를 새로 받은 양 조작하는 등 불법을 동원하는가 하면, 원청업체 핑계를 대며 대놓고 노동자들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관리자 : 제가 대우조선 총무만 11년 했습니다. 11년. 이때까지 원청을 협력사 대표가 상대해서 이긴 회사 한 명도 없습니다. 왜? 대표가 원청을 못 이기기 때문에 그래요. 자기가 쫓겨나니까.]

이에 대해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은 하청업체의 문제일 뿐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목숨 걸린 위험한 일에 제일 먼저 내몰리는 하청 노동자들. 업계 불황에 따른 고통마저도 가장 먼저 떠안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장현기, 영상편집 : 박정준, CG : 유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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