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회고록 1권 p. 482
전체 3권, 모두 2천 쪽에 달하는 전두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과 관련한 내용은 단 7쪽뿐입니다. 이마저도 방영제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 31항공단장의 검찰 진술조서를 인용한 게 4쪽이 넘습니다. 전두환 씨의 주장은 간단명료합니다. 헬기 사격 의혹은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들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헬기 사격은 짧게 부정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자위권 차원에서 시민을 공격했다'는 계엄군의 논리가 헬기 사격을 통해 깨지기 때문입니다. 전두환 씨를 정점으로 하는 신군부는 "계엄군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민에 총을 쐈다"고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헬기 사격은 다릅니다. 대량 인명 살상이 가능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헬기 사격은 자기 보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헬기 사격을 부정한 전 씨의 '짧은 설명'을 따져봤습니다.
SBS 기획취재부가 지난해 9월 휴이 헬기 조종사들을 만났습니다. 80년 5월 당시 61항공단 202대대 소속의 휴이 헬기 조종사는 "자체 방어를 하기 위해 M60 기관총을 양쪽에 거치했고 실탄도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203 대대 소속이었던 다른 휴이 헬기 조종사도 사격은 부인했지만 "M60 기관총이 헬기에 거치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지난 2월 7일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서 "과거와 달리 헬기 조종사 5명이 무장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기획취재부가 만난 휴이 헬기 조종사들은 이 역시도 부정했습니다. 당시 202 대대 소속 휴이 헬기 조종사는 "휴이 헬기는 작전 지역에 병력을 레펠로 투입시키는 강습헬기여서 병력이 소총을 드는 게 당연하다"며 "긴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휴이 헬기 안에서 움직이며 M16 사격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3 대대 소속이었던 휴이 조종사 역시 "휴이 헬기는 호버링이라는 제자리 비행을 한다"며 "뒤에 있는 사병이 소총 사격을 하는 것을 조종사가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휴이 헬기에서 기관총은 물론 소총 사격이 얼마든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일곱 페이지밖에 안 되는 전두환 회고록의 짧은 설명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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