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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국 집값 사상 최고…"한인타운은 썰렁"

위 동영상을 보셨는지요? 미국의 한 지역방송사가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캘리포니아 북부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있는 팔로 알토(Palo Alto)라는 곳인데, 0.25에이커, 평수로 따지면 300평 정도 되는 아무것도 없는 주택가 빈 땅이 무려 540만 달러, 우리 돈 58억 5천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기사에도 나오지만, 지난 2016년 5월 310만 달러에 팔렸던 땅이 불과 2년 사이에 200만 달러, 20억 원 이상 오른 겁니다. 미국 기자는 이를 하루 평균 4천 달러씩 오른 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 집값 사상최고, 540만 달러 공터, 58억 5천만원
동영상에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오르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도 나오죠. 원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Now this is just a crazy residential real estate market."

이곳뿐만 아니라 최근 수년 사이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부동산협회(NAR)가 조사해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부동산 버블'로 일컬어지는 2005년 때의 가격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단독 주택 중간 가격은 24만 7천 800달러(2억 7천만 원)로, 조사 대상 172개 광역 도시 가운데 162개 도시가 2016년 4분기에 비해 집값이 평균 5%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조사대상 대도시의 64%, 3분의 2 정도가 2005년 때의 가격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주택 가격 상승이 가장 가파른 곳은 IT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 지역입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 단독 주택 중간 가격은 90만 달러(9억 7천만 원)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미국 집값 사상최고, 540만 달러 공터, 58억 5천만원
제가 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지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저금리,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 부동산 투자 등 요인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당연히 집세도 오르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내용입니다만, 미국은 한국처럼 전세 제도가 없어서, 집이 없는 사람들은 월세로 살아야 합니다. 한인타운 주변 원룸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4~5년 전만 해도 중간 수준 되는 원룸 아파트의 월세가 1천 100~1천 20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1천 800~2천 달러에 달합니다.

좋다는 아파트는 원룸, 방 하나짜리가 2천 달러를 훌쩍 넘을 정도입니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우리 돈으로 한 달에 200만 원이 훨씬 넘는다는 말입니다. 한인타운 주변 방 2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좀 싼 곳이 한 달에 2천 500달러 정도, 비싼 곳은 월 3천 달러를 훨씬 넘어선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LA 한인타운에서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외곽으로 떠나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한인 동포들과 유학생들이 몰려 밤늦게까지 흥청거리는 곳이 많았다면, 요즘은 밤 10시가 넘으면 식당이나 술집에 빈자리가 많을 정도라는 게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한인동포들의 말입니다.

한인타운이 썰렁해진 이유는 한인타운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한인 의류 도매시장 경기가 위축되고, 200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인 유학생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도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상당수 한인들은 최근 들어 집세가 급등한 게 중요한 원인이라고 꼽더군요, 월세는 치솟는 반면, 버는 돈은 늘지 않다 보니 집세를 내고 나면 먹고 쓸 돈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미국 집값 사상최고, 540만 달러 공터, 58억 5천만원
한국도 마찬가지겠죠. 아파트를 사거나 전세 자금 마련하려고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갚고, 아이들 학원비 내고 나면 먹고 쓸 돈이 없다는 게 상당수 한국인들의 목소리일 겁니다. 이곳에 와서 몇 차례 노숙인 관련 내용을 취재해서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만, 미국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집세를 감당 못 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인들이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제가 1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면서 지켜보니,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부동산 가격이 치솟더라도 정부에서 그다지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이 문제가 되면 정부에서 서둘러 관련 대책들을 쏟아냅니다만, 미국 정부는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반응이 없어 보입니다. 그 이유를 이곳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미국의 경우 땅이 워낙 넓어서 한국처럼 일률적으로 규제를 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미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또 다른 버블이 될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부동산 가격이 중산층 이하 주민들의 실제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한국의 부동산 상황을 떠올려가며 걱정스럽게 지켜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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