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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신부 미세먼지 노출, 태아 머리 크기 작아진다

[취재파일] 임신부 미세먼지 노출, 태아 머리 크기 작아진다
한파가 물러가고 포근한 서풍이 불어올 때면 늘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국발 미세먼지다. 서풍이 불어오게 되면 중국 베이징이나 톈진, 허베이성, 산둥성 등에서 발생하거나 쌓여 있던 미세먼지가 곧바로 한반도로 들어오게 된다. 또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 대신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래 머물 경우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까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쌓이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게 된다. 오늘 아침도 추위는 풀렸지만 하늘은 뿌옇기만 하다. 서울, 경기와 충청, 전북 등 곳곳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태아의 성장이나 발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흔치 않다. 이런 가운데 이대의대 예방의학과 하은희 교수팀을 비롯한 인하대와 단국대, 서울대, 울산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임신부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 될 경우 태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Lamichhane et al., 2018). 특이 이번 연구는 임신 주기별 어떤 오염물질이 태아의 어느 부분 성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산출했다.
(사진=연합)
연구팀은 2006부터 2011년까지 만성질환이나 유산, 사산 등의 경험이 없는 산모 609명을 대상으로 임신 주기별로 거주지에서 오염물질인 미세먼지(PM10)와 이산화질소(NO2)에 노출된 정도와 태아의 성장과의 연관성을 회귀분석을 통해 조사했다.

태아의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임신 중 초음파 검사를 통해 측정한, 태아의 머리둘레를 추정할 수 있는 양쪽 마루뼈 사이의 지름(biparietal diameter), 넓적다리 뼈 길이(femur length), 복부 둘레(abdominal circumference), 몸무게(estimated fetal weight) 등을 이용했다,

조사결과 임신 중기(second trimester, 임신 12~27주)에는 이산화질소에 많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태아의 머리 둘레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기에 노출되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10 ㎍/㎥ 늘어날 때마다 양쪽 마루뼈 사이의 지름은 0.26mm씩 감소했다. 미세먼지는 임신 후기(third trimester, 임신 28~40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가 10 ㎍/㎥ 늘어날 때마다 양쪽 마루뼈 사이의 지름은 0.3mm씩 감소했다. 또한 임신 후기에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출생 시 머리 둘레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기 이후에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 많이 노출될수록 태아의 머리 둘레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한국 임신 여성에서도 대기 오염 물질이 태아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임신 중기 이후에 영향이 크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진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같은 대기 오염물질이 체내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거나 대기 오염물질에 들어 있는 신경독성물질이 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서 태아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지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다만 태아 체중이나 복부 둘레는 대기 오염 물질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태아의 머리 크기가 중요한 것은 머리 크기가 태아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중요한 지표일 뿐 아니라 특히 머리가 정상보다 늦게 성장할 경우 태어난 뒤에도 인지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거나 늦게 발달하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PM10)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석탄화력발전소나 자동차, 각종 산업단지에서 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다. 이산화질소(NO2) 역시 일부 자연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나 화력발전소 같은 고온 연소공정과 화학물질 제조공정 등에서 배출된다. 이 같은 오염물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뿐 아니라 태어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한 때가 됐다.

<참고문헌>

* Dirga Kumar Lamichhane, Jia Ryu, Jong-Han Leem, MinaHa, Yun-Chul Hong, Hyesook Park , Yangho Kim, Dal-Young Jung, Ji-Young Lee, Hwan-Cheol Kim, Eun-Hee Ha. 2018 : Air pollution exposure during pregnancy and ultrasound and birth measures of fetal growth: A prospective cohort study in Korea,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83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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