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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째 꽁꽁 언 수도관…아파트 도면 본 주민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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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에 있는 새 아파트에서 발코니에 있는 세탁실 배관이 벌써 석 달 째 얼어있는 상태입니다. 무려 800세대의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한파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시행사인 LH 토지주택공사의 설계변경이 문제였던 겁니다.

기동취재, 박찬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9월, 1천여 세대가 입주를 시작한 한 아파트입니다.

본격 추위가 시작되면서 집마다 발코니의 세탁기 연결 배관이 얼어버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 : 전 북쪽에 이사 와서 이런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석 달째, 그것도 세탁실 배관이 어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던 주민은 아파트 도면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도관이 외부와 맞닿은 발코니 외벽 안에 설치된 겁니다.

세탁기 수전이 설치된 세탁실입니다. 물방울이 맺혔다 얼기를 반복해 이렇게 빙벽이 형성될 정도로 낮은 온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빙벽 안에 배관을 넣어놓은 셈입니다.

[박상덕/아파트 주민 : 추워지면 (배관이) 얼어버리니까 세탁기를 못 돌려요. 입주한지 얼마나 됐다고 아파트가 이러니까 속이 뒤집어지죠.]

이런 식으로 1천여 세대 중 800세대가 세탁실 배관 동결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지하에 임시로 갖다 놓은 세탁기를 돌려쓰거나 난로로 외벽 안에 언 수도관을 녹이는 실정입니다.

[홍정기/아파트 주민 : 저희 집은 4번째 (동결됐어요). 이걸 계속 틀어놓고 안 얼게끔 하려고 하는 거죠.]

설계를 바꾼 게 문제였습니다.

시행사인 LH 토지주택공사가 원래 동결을 막기 위해 실내 벽에 설치하기로 한 세탁실 수도관을 외벽에 넣도록 설계를 변경한 겁니다.

[LH 관계자 : 내부 벽체 수도관을 세탁기 호스로 연결하다 보면 (호스가) 길게 늘어지는 모양새가 돼요. 이제 좀 예쁘게 하자 그런 취지로.]

더구나 LH는 얼기 쉬운 외벽에 배관을 넣으면서 관을 감싸는 보온재를 보강하지 않았습니다.

[LH 관계자 : 동결에 대한 조치를 더 고려를 했어야 되는데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추위 때문이라고 해명하던 LH는 지난주에서야 아파트 외벽에 단열재를 보강하겠다며 성난 주민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장현기)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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