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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버린 식빵'에서 탄생한 착한 맥주

[취재파일] '버린 식빵'에서 탄생한 착한 맥주
맥주로 만든 식빵도 아니고 식빵으로 만든 맥주라니, 그 맛은 어떨까요? 최근 해외 언론에서는 영국의 한 맥주 회사가 만든 특별한 맥주가 화제입니다. 이 회사의 맥주에는 식빵이라는 낯선 재료가 들어갑니다. 그것도 그냥 식빵이 아니라 '버린 식빵'이 말이죠.

어떤 연유로 '버린 식빵으로 만든 맥주'가 탄생하게 됐을까요?

● 음식물 쓰레기의 환골탈태

일반적으로 맥주를 만들 때는 보리나 밀, 옥수수 같은 곡물을 원료로 씁니다. 식빵의 주원료는 밀을 빻아 만든 밀가루죠. 맥주와 식빵 모두 밀로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밀로 만들어도 될 텐데, 굳이 버린 식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이유에는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영국의 맥주 회사는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할 식빵을 샌드위치 공장을 통해 공수해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잘라버리는 식빵의 겉면을 모아서 가져오는 건데, 샌드위치 공장에서는 쓰레기를 처리하니 좋고 맥주 회사에서는 저렴한 값에 맥주 재료를 얻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입니다.
이혜미 취재파일
회사는 수거한 식빵을 조각내 맥아, 귀리 껍질, 물과 섞은 뒤 공정을 거쳐 맥주를 만듭니다. 330밀리리터짜리 병맥주 한 병을 만드는 데 단 한 장의 식빵이면 충분합니다. 영국의 각 가정에서 버려지는 식빵이 매일 2400만 장으로 추산되는데, 이 식빵 조각들을 버리지 않고 모으면 하루 2400만 병의 식빵 맥주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13억 톤

버린 식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레시피는 무려 4천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의 최대 도시 바빌론에는 발효된 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바빌론 사람들은 집에서 먹다 남은 빵을 저장해놨다가 맥주로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는데, 벨기에에서는 몇 년 전 이 바빌론의 이름을 딴 재활용 빵 맥주가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버린 빵을 재활용해 맥주를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는 기발하고 공익적인 시도는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영국 맥주 회사는 2년 만에 미국과 남아공, 아이슬란드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식빵 맥주 레시피도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거둬들인 수익은 식품 폐기물 관련 시민단체에 전달돼 공익적 목적으로 쓰입니다.
이혜미 취재파일
유엔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양은 매년 13억t이 넘습니다. 13억t은 한해 전세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13억t의 음식물로 기아에 굶주리는 8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고, 13억t의 식량을 생산하려면 캐나다와 인도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용 종량제 봉투를 사서 담아 버리고, 무게를 측정한 뒤 버린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우리에게도 음식물 쓰레기는 골칫거리입니다. 버려지는 모든 음식물을 맥주처럼 다른 식품으로 재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버리는 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식빵을 재활용하는 영국 맥주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이겁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서 맥주의 재료로 쓸 식빵이 없어지고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것.

*환경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실천 방법과 구체적인 활용법을 홈페이지(https://www.zero-foodwaste.or.kr/)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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