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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기업→은행→선박…진화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월드리포트] 기업→은행→선박…진화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미 재무부가 지난 24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도운 혐의로 중국 무역회사 2곳을 포함해 기관 9곳, 개인 16명, 선박 6척을 추가로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습니다. 북한 기관으로는 원유산업성이 포함됐습니다. 새해 들어서는 첫 대북 독자 제재이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8번째 조치입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됩니다. 기업의 경우 이는 ‘세계의 시장’ 미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측면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불량회사로 낙인 찍히는 효과가 더해져 기업 활동을 사실상 계속하기 힘들어집니다. 그 동안 진행돼 온 대북 독자제재 내용과 특징을 살펴보면서 미국의 의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1차 제재(2017년 3월 31일) :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독자 제재로, 북한의 백설무역이 1호 대상이 됐습니다. 백설무역은 무기 개발에 필요한 석탄과 금속을 거래하는 기업입니다. 기업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쿠바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 11명도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북한은 물론 제3국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담고 있었습니다.

▶ 2차 제재(2017년 6월 1일) :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이후 2차 제재가 발표됐습니다. 인민군과 인민무력성, 국무위원회 같은 북한의 헌법 기관이 대거 포함됐다는 게 특징입니다. 러시아 관련 단체를 최초로 재제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 3차 제재(2017년 6월 29일) : 북한에 산소호흡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중국에 대해 처음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습니다.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거들어 온 혐의로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또 북한과 거래한 중국인 2명과 다롄국제해운 등 기관 1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 4차 제재(2017년 8월 22일) :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제재 범위도 광범위해졌습니다. 3차에 이어 중국 기관 5곳이 추가됐고 러시아, 싱가포르에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기관도 포함됐습니다. 나미비아는 북한의 동상(銅像) 수출 통로로 지목된 회사의 소재지입니다. 중국은 “미국이 실수를 즉각 정정하지 않으면 양국 협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공식 반발했습니다.

▶ 5차 제재(2017년 9월 26일) :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뤄진 5차 제재에선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 은행 10곳이 무더기로 대상에 올랐습니다.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을 막는 한편 이들 북한 은행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이를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외화 유입 통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걸로 풀이됩니다.

▶ 6차 제재(2017년 11월 21일) : 미국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6차 제재가 단행됐습니다. 개인 1명과 기관 13곳과 함께 선박 20척이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선박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을 오가며 또는 공해상에서 석탄, 석유 등 유엔 제재 물품을 주고받아온 행위를 정조준한 겁니다.

▶ 7차 제재(2017년 12월 26일) : 북한 미사일 개발 주역인 노동당 군수공업부의 리병철 제1부부장, 김정식 부부장이 제재 대상에 추가됐습니다. 미 재무부는 리병철이 ‘ICBM 개발에 관여한 핵심 관료’라고, 김정식은 ‘미사일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전환하는 과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이끄는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자금줄 제재(사진=연합뉴스)
이렇게 8차례 제재를 종합하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의 기관 55곳에 개인 67명, 선박 26척이 포함됐습니다. 내용을 따져보니 제재의 대상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 기업에서 시작해 국가 기관→중국 은행→제3국 기업→북한 은행→선박까지 북한의 숨통을 점점 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24일 성명에서 “앞으로도 북한의 생명선인 석유와 해운, 무역 관련 회사들을 추가로 제재해 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때까지 계속 몰아붙이겠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식의 생명선 조이기가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강연에서 정보 당국과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대북 제재가 북한에 정말 고통을 주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또 “북한이 식량난과 연료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여러 증거가 있다”며 “부족한 식량을 구하러 겨울철 물고기잡이에 나섰던 100여 척의 북한 어선이 돌아갈 기름이 부족해 일본 해안까지 떠내려왔으며, 배에 타고 있던 어민 3분의2가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이 최근 남북대화에 나선 건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며 자신의 공(功)을 자랑한 바 있습니다.
 
‘최대한의 압박 정책’에 기반한 대북 제재의 결말이 어떨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의 태도가 1차 관건입니다. 현재로선 미국 내에서 군사적 옵션 보다는 경제적·외교적 압박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보자는 기류가 강하긴 하지만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양대 축인 매티스 국방과 틸러슨 국무 모두 “외교적 해법으로 안되면 다음은 국방부가 나설 차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의 대 중국 압박도 유심히 봐야 합니다. 북한이 다시 도발로 선회하면 미국은 중국에 최후 통첩으로 대북 원유공급 완전 차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중 간 정면 충돌이 예상되는 이 지점이야말로 제재의 마지막 국면이자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군사적 옵션의 문이 열리는 순간일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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