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공짜 대중교통’ 정책을 보면 콩코드 여객기가 떠오른다. 문제가 발견돼도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공짜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세금 들여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하루 면제하면 교통량 줄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느냐는 거다. 정책 근거를 제시하고 결과로 평가받으면 된다. 들어간 비용에 비추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따지는 것도 당연하다.
서울시가 공짜 대중교통에 책정한 예산은 249억 2천만 원이다. 승객 거저 태워 손실 본 운송업체에 보전해 줄 돈이다. 공짜 출퇴근 한 번에 50억 원이 든다고 서울시는 추산한다. 풍수해 등 재난예방과 복구 등에 쓰려고 예치해놓은 올해 재난관리기금 2천200억 원에서 빼 쓴다. 지난 15일 이후 모두 세 차례 비상조치가 발령됐으니 지금까지 150억 원. 예산의 60% 이상을 소진했다.
효과는 어땠을까. 3일에 걸쳐 공짜 대중교통 승객은 늘었다. 15, 17, 18일을 시행 전주와 비교해 지하철 승객이 각각 3.5%, 4.8%, 5.8% 늘었다. 버스 승객은 4%, 6.7%, 9.4%씩 늘었다.
정작 서울시 목표였던 교통량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 15일 0.3%를 기록한 서울 교통량 감소율은 17일 1.73%까지 올랐다가 18일엔 다시 1.7%로 떨어졌다. 816대~4천507대 줄이는 데 그쳤다. 14개 지점을 분석한 통계에 불과하지만 서울에 하루 평균 140만 대 차량이 굴러다닌다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수치다. 민간도 차량 2부제에 자율 참여해달라던 서울시의 독려가 무색하다. 시민들은 여전히 차를 끌고 나왔고, 도로 곳곳이 막혔다.
수백억 원이 들고 차량은 줄지 않는 이 정책은 계속돼야 할까.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했다. “늑장대응 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앞으로도 공짜 출퇴근 정책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굳이 이런 규정과 선언이 아니어도 서울 하늘 아래 산다면 누구라도 고통스러운 미세먼지가 재난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제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정책에 내 세금이 수백 억 씩 쓰이는 걸 달가워할 시민이 없다는 거다.
● 미세먼지는 우리 탓?…'조급한 발표' 빈축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19일 ‘최근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 원인 평가’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비상조치가 내려진 14~18일 백령도와 관악산, 서울 도심의 초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라고 했다. “질소산화물에 의해 생성된 ‘질산염’이 10배 증가했다”며 이번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등) 내부 발생 오염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서울 미세먼지 절반 이상이 중국서 온 거라는 세간의 상식과 동떨어진 발표다.
공짜 출퇴근 정책을 옹호하려 산하 연구기관을 동원한 셈인데, 근거가 허술했다는 평가다. 여러 중금속 성분과 원소성분, 탄소성분 등을 두루 아울러야 할 초미세먼지 분석에서 서울시는 이온 분석에 그쳤다. ‘겨울철엔 원래 질산염 농도가 높다’는 계절적 요인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결과를 발표한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스스로도 정작 자동차 운행이 질산염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과학적으로 구분할 방법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가 자동차 배출가스와 질산염 농도 증감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밝힐 수 없는 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단 닷새간의 측정 결과로 이런 용감한 발표를 하는 데서 서울시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특이한 수치로서 발표했을 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한 정 원장은 차라리 ‘공짜 출퇴근 정치’의 희생양처럼 보였다.
● 손익계산 나왔다…150억 원으로 할 수 있는 것들
미세먼지 연구자 이승묵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정책을 지자체가 다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한다. 서울 공기 경기도 공기가 따로 있지 않다는 거다. “객관적 효과가 미미한 정책에 세금을 쓰기보다 당장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조언했다.
공짜 대중교통에 드는 세금을 “시민 인식 전환을 위한 투자”라고 한 건 박원순 시장이다. 그 손익계산서는 명확히 나왔다. 이제라도 그치면 된다. 자존심과 본전 생각으로 23년을 끈 콩코드 오류가 서울에서 반복될 때 피해보는 건 결국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