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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예산심사'…2018 예산 국회 회의록 전수분석

의원님들, 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앵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가 국회 예산 심사 회의록 4천 7백 장을 한 장, 한 장 다 읽어봤습니다. 이미 끝난 일을 굳이 들춰내는 건 예산 심사는 올해도 계속되고 그 돈을 내는 건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기자>

국가 예산은 곧 세금이다. 시민이 허투루 벌어서 낸 돈이 아닌 만큼 이 돈을 쓰려면 심사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예산을 심사한 국회 회의록 4,700여 장을 다 살펴봤다.

그 결과 우리는 묻게 된다. 의원님, 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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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3일, 국회 운영위 예산심사소위 회의록.

[엄용수 의원 : 너무 내역이 막연한 것 같은데.]

[박용진 의원 :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3억 3천만 원을 배정하고 가는 것이 걱정스럽네요.]

[최도자 의원 : 좀 해주셔요. 좋은 사업 아닙니까.]

[이동섭 의원 : 단순한 그냥 어떤 체육단체가 아니고, 이게 국회의원들이 외교하는 겁니다.]

3억 3천만 원을 배정해달라는 단체는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입니다.

물론 국회 사무처는 의원들이 만든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그 단체가 등록된 지 3년이 돼야 한다는 지침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은 6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박홍근 의원 (소위원장) : 최소한 우리가 규정과 지침은 지켜가면서 그 안에서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죠. 누군가가 이것을 나중에 문제 삼으면, 다 지금 속기록에 남는 일 아닙니까? 그것을 나중에 누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

[최도자 의원 : 선례도 있고 그러니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반이라도 해 주십시오.]

결국 예산소위는 의원 태권도연맹에 1억 1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보좌관 : 저희 인터뷰 안 한다고 했잖아요. 저희 인터뷰를 강제하시면 안되잖아요. 안 할 거예요.]

예산을 따낸 후 연맹 활동차 해외 일정에 나서는 의원 태권도연맹 총재 이동섭 의원.

[박수진/기자 : 안녕하세요. 의원님이 저를 너무 안 만나주셔가지고.]

[이동섭/국민의당 의원 : 너무 무례한 것 같아요.]

[박수진/기자 : 저희가요? 저희 의원실을 거쳐서 공식 인터뷰를 몇 번씩 요청을 드렸는데요. 절차는 지킬 만큼 지킨 것 같은데요. 원래 국회에서 보조금 지급할 때에는 등록법인이 3년 동안 활동을 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거잖아요.]

[이동섭/국민의당 의원 : 나는 잘 몰랐는데 3년이건 간에 6개월이건 간에 국가에 필요하면 애국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은 해야죠. 그러니까 국익 차원에서 얘길 하는 거잖아요.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 거예요.]

국회 사무처는 예산안이 통과된 지 정확히 이틀 뒤, 보조금 지급 지침을 완화해 제한 기간 3년을 없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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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2017년 11월 16일, 국회 교육문화위 예산심사소위 회의록입니다.

[송기석 의원 (소위원장) : 차관님.]

[노태강/문화체육관광부 차관 : 수용곤란으로 했는데, 왜냐하면 현재 국립무예진흥원에 대한 법률이 계류 중입니다.]

[이종배 의원 (충북 충주시) : 아니, 이거 법률하고 무슨 관계 있어요? 그냥 하면 되지.]

[노태강/문화체육관광부 차관 : 법적 근거가 없이 설립하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듯이 임의단체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그런 형태가 되기 때문에….]

[이종배 의원 (충북 충주시) : 그러면 국립을 빼고 그냥 무예진흥원으로 하고….]

법률적 근거가 없는데도 (국립무예진흥원) 예산 확보를 강하게 주장했던 이종배 의원을 찾아서 충북 충주에 왔습니다.

서울에서 만날 수 없어 지역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헛걸음. 전화와 문자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정형택/기자 : SBS 비디오머그팀인데요.]

[이종배/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충주시) : 제가 얘기 들었는데, 이 자리는 아니잖아요. 제가 시간을 따로 드릴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신년인사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무예진흥원 관련해서….]

[이종배/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충주시) : 그거 별 문제 없으니까…. 연락을 드릴게요.]

결국 의원 대신 보좌관이 연락해와 "지역 주민을 위한 일이었고, 여야 다른 의원들도 사업에 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종 확정된 예산에는 '국립'자가 빠진 채 '무예진흥원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비'로 2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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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국회 환경노동위 예산심사소위 회의록입니다. 서울시 하수처리장 확충을 위한 예산 836억 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장석춘 의원 : 서울시 이것은 매년 이렇게 지원했나요?]

[한정애 의원 : 신규(사업)입니다, 신규.]

[장석춘 의원 : 서울시 것 잠시 보류해 놓지요. 나중에 다시 한번 논의하지요.]

그런데 이 예산은 법적 문제가 있습니다. 보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는 지급 대상이 아닙니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부터 예산을 투입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지원대상에 광역시까지만 있거든요. 특별시는 없어요. 그래서 정부안엔 안 담아가는데, 국회에서 담은 거예요.]

한정애 의원의 지역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김학휘/기자 : 시행령을 완전히 무시한 거 아닙니까?]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병) : 시행령을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시급성 여부를 따져서 국회에서 요청을 했고.]

[김학휘/기자 :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세요, 이런 방식이?]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병) : 보조금법 시행령을 고치는 게 맞고요.]

예산 따내는 게 먼저고, 법은 고치면 되지 않느냐는 식입니다.

결국 서울시에 8백억 원대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정부 원안에 편성됐던 포항 51억, 고양 49억, 제주 33억 원대의 하수처리장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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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개된 국회 회의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예산도 있지만 회의록에도 없이 편성된 예산도 51건에 이릅니다.

또 회의록에서는 증액 또는 감액한다, 보류한다고 해놓고서는 결론이 바뀐 사업까지 합치면 117건이나 됩니다.

합당한 이유와 근거를 찾기 어려운 예산들. 오늘 이렇게라도 묻지 않으면 내년 예산 심사도 올해처럼 될 겁니다.

의원님들, 예산심사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기획: MAX  / 프로듀서: MIKE / 취재: 정형택, 권지윤, 엄민재, 박수진, 김학휘, 안혜민(데이터분석) / 영상취재: 주범, 정상보, 이용한, 김세경(헬리캠) / 영상편집: 김경연, 김준희 / 디자인: 정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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