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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1화] '지침 위반' 알고도 무시한 의원님 - 국회의원태권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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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 의원들이 한 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을 놓고 말 다툼을 벌였습니다.

- 2017년11월1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록 中 -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3억 3천만 원을 배정하고 가는 것이 걱정스럽네요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좀 해주셔요. 좋은 사업 아닙니까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단순한 그냥 어떤 체육단체가 아니고, 이게 국회의원들이 외교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없지않냐는 의견과, 좋은 사업이라는 의견이 맞선 이 단체는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주요 태권도단체를 지원하고 의원 외교활동을 한다며 6개월 전에 만들어졌는데, 2018년도 예산을 배정해달라는 겁니다.

국회는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위해 만든 법인체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조금은 등록된 지 3년이 지난 법인이 대상이라 6개월 밖에 안된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은 받을 수 없습니다.

2017년11월1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록 中
박홍근 국회 운영위 예산결산소위원장 "최소한 우리가 규정과 지침은 지켜가면서 그 안에서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죠. 누군가가 이것을 나중에 문제 삼으면, 다 지금 속기록에 남는 일 아닙니까? 그것을 나중에 누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예산 배정 요구는 끈질깁니다.

- 2017년11월1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록 中 -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선례도 있고 그러니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반이라도 해 주십시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단순히 다른 단체와 비교해서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결국 운영위는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에 1억 1천만 원을 주기로 했고 이 예산안은 본회의를 거쳐 확정됐습니다.

- 2017년11월1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록 中 -
박홍근 국회 운영위 예산결산소위원장: 사실은 이게 원칙적으로 적용하면 자격이 안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동료 위원이 또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나마 이 것을


이 예산 배정은 명백한 지침 위반입니다. 지침은 법령보다 한 단계 아래의 구속력이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를 찾아갔습니다.

[기자: 이런 지침이 있기 때문에 이건 위반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야 되는 게 아닌가해서요]

[국회사무처 관계자: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저희도 명확하게 딱딱 선을 그어서 답변 드리기가 애매한 상황이라..]

비디오머그는 예산을 달라고 요구했던 의원들에게 지침 위반 관련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최도자 의원 보좌관 : 저희 인터뷰 안한다고 했잖아요.저희 인터뷰를 강제하시면 안되잖아요. 안할 거예요.]

그러던 중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총재를 맡고 있는 이동섭 의원이 연맹 활동의 일환으로 첫 해외 출장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으로 갔습니다. 

[기자 : 안녕하세요. 의원님이 저를 너무 안만나 주셔가지고]

[이동섭 의원: 너무 무례한 것 같아요]

[기자: 저희가요? 저희가 의원실 통해 공식 인터뷰를 몇번씩 요청드렸는데요. 절차는 지킬만큼 지킨 것 같은데요]

[이동섭 의원: 제가볼 땐 아주 무례한 것 같아요]

[기자: 원래 국회에서 보조금 지급할 때에는 등록법인이 3년 동안 활동을 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되는 거잖아요]

[이동섭 의원:근데 그게요. 나는 잘 몰랐는데 3년이건 간에 6개월이건 간에 국가에 필요한, 애국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은 해야죠. 그러니까 국익차원에서 얘가하는 거잖아요.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 거예요. 그걸 가져와서 내가 씁니까?]

두달 전에 국회 다목적실을 개조해 만든 태권도장도 가봤습니다.

지금 이곳은 국회의사당 본청 1층에 마련된 국회 태권도장입니다.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반을 좀 넘겼는데요.  예정대로라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태권도 수련이 오후 5시부터 있는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서 도장은 이렇게 휑한 상태입니다.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소속 사범 : (한 분도 안오셨어요? 최근에 몇 주 동안에?) 네. 지금 3주째 계속 한 분도..4명 온다고 했다가 (안 오고), 처음 시작할 때만 한 18명, 15명 두번인가 오고요.  

의원들이 국회 지침을 무시하고 스스로에게 배정한 예산, 국민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요?

기획: MAX  / 프로듀서: MIKE / 취재: 정형택, 권지윤, 엄민재, 박수진, 김학휘 / 영상취재: 주범, 정상보, 이용한, 김세경(헬리캠) / 영상편집: 김경연, 김준희 / 디자인: 정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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