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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부 프레임'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

공부하는 김 기자 - ①

[취재파일] '공부 프레임'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
한 심리학자가 쓴 <프레임>이란 책이 나온 이후에, 우리 사회에서 프레임(Frame)은 심리의 영역을 넘어 여러 현상을 폭넓게 설명하는 인기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각 정치, 사회세력들은 세상을 자신들의 프레임으로 그려내기 위해 프레임 싸움을 벌인다. 프레임이 사람의 인식을 형성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마음에 어떤 창을 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프레임을 리프레임하라"고 권한다. 리프레임(Reframe), 즉 내가 가진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지를 자각해야 한다. 새로운 프레임을 흡수해 내 창을 풍부하게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기자는 '공부 프레임'을 제안하기 위해서 긴 서두를 꺼냈다. 세상과 내 주변을 '공부'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서점과 도서관, 팟캐스트와 TV 프로그램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교보문고
이곳은 도서관이 아니다. 평일 점심시간의 서울시내 대형서점이다. 이 서점이 최근 리모델링에서 특히 신경 쓴 점은 방문객들이 편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의 확대다. 7~80명이 앉을 수 있는 이 공간은 하루 종일 꽉 차있다. 조용하면서도 활력 있는 분위기에서 책 읽을 곳이 필요한가? 서점에 가보라. 요즘 서점은 책을 오래 본다고 눈총을 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더 오래 머무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려는 게 서점의 정책이다. 실제로 리모델링 후에 서점 내방객이 늘었고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책 판매를 너무 걱정해주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게 서점 관계자의 얘기다. 독서 인구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데서 일단 의미를 찾는 분위기다.
예스24
평일 오후, 서울 시내 중고서적 전문 매장이다. 앞에서 본 대형서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방문객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여러 군데 만들어 놓았다.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은 열망은 헌책 새 책을 가리지 않는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박물관
일요일 오후 5시,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도서관. 예약한 좌석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로 빈 자리가 거의 없다. 같은 도서관의 일반 열람실도 절반 이상 자리가 차있다. 노년층 이용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을 보면 고령화 사회를 실감할 수 있다.

● 공부 프레임을 리프레임한다.

공부 프레임이 새로운 게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부 얘기를 지겹도록 듣고 살면서 자기 나름의 공부 프레임을 형성한다. 하지만 입시나 취업의 고비를 넘은 후에, 마음 한 구석에 방치해놓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프레임을 꺼내서 먼지를 털어내고, 입시 프레임 단계에 머물러있는 녀석을 성숙하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그게 리프레임이다. 그 보상은? 공부에 새로운 눈을 떠 평생 친구를 얻게 된다!

사실 우리에게는 공부 열풍을 부정하는 얘기가 더 익숙하다. 정부가 발표한 독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책이 안 팔려 출판계의 불황이 일상화되었다. 지하철에서는 다들 책 대신에 스마트폰 만 들여다본다. 대학생들은 취업준비와 학점관리에 여념이 없다. 일찌감치 입시학원이 되어버린 초·중·고교와 함께, 대학마저 원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의 전부는 아니다. 공부 프레임을 가동하면 다른 흐름이 보인다. 대학에서 홀대하는 인문학이 대학 밖에서는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정체된 삶의 위기를 공부를 통해 돌파해보려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유료 독서모임이 성장하고 있다. '읽기의 범람'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읽고 있다. 그게 꼭 종이 책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수동적으로 내몰리는 입시 공부나 취미로서의 교양 공부와 다른, 능동적이고 치열한 새로운 공부의 바람이다.

우리 사회의 공부 에너지는 최근 들어 책 읽기, 글쓰기 열풍으로 분출되고 있다. 관련 책들이 크게 늘어나고 상당수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요즘 나온 독서에 관한 책들은 독서일기를 쓰라고 권한다. 이미 많은 독자들이 저마다의 인터넷 공간에 읽은 책의 내용을 간추려 정리하고 있다. 인상적인 내용은 SNS를 통해서 전파하기도 한다.

독서는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진다. 일부 독자들의 독서노트는 본격적인 서평의 수준으로 높아졌다. 치열한 책 읽기와 글쓰기가 결합된 공부는 인생의 행로를 바꾸기도 한다. 한 주부는 하루에 한권씩 읽는 극한독서로 부정적인 생각과 삶의 위기를 극복했다며 <1일1책>이라는 책의 출판과 함께 '독서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됐다.
김중혁 라이브 샷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제목의 글쓰기 책을 낸 김중혁 작가의 북토크에 몰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최근의 글쓰기 열풍을 입증하고 있다. 김 작가의 북토크는 지난 11일 오후 네이버에서 생중계되었는데 실시간 시청자가 1만4천명을 넘어섰고, 실시간 채팅방에 1천여명이 글을 올리는 호황을 이뤘다.

● 공부 열풍은 TV 프로그램도 바꾼다

물론 공부하는 모든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낼 수는 없다. 즐겁게 공부하는 것 만으로도 일상의 변화가 일어난다. 공부의 목적은 다양하다. 최신 트렌드와도 연결될 수 있다. 나로서 살기 위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서, 편안한 장소를 찾아 책을 펼친다. 그리고 발달한 미디어 환경은 공부를 위한 편리하고 다양한 길을 열어주었다. 책을 읽어주거나 작가를 초청해 토크를 하는 팟캐스트가 꾸준히 늘어나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팟캐스트 종합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읽어주는 이른 바 '북튜버' 스타도 탄생했다. 이런 공부 열풍은 TV 프로그램의 편성까지 바꿔놓았다. 강연이나 지식 토크를 담은 프로그램이 예능과 결합하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며)

공부 프레임으로 바라본 세상은 우리의 낡은 프레임을 새롭게 할 것을 요구한다. 세상은 초고속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지식만으로는 이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공부의 목적과 방법도 변해야 한다.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리프레임은 한번의 마음먹기로 이뤄지지 않는다. 새 프레임이 확고히 자리잡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공부의 고수에게서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끼리 함께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제안에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공부하는 김 기자'의 여정을 시작한다.

[공부하는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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