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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안(西安)의 60m 공기정화탑의 정체는?

[월드리포트] 시안(西安)의 60m 공기정화탑의 정체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비상저감조치로 차량 2부제가 논의되고 있고, 화력발전소 가동중단 얘기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영향도 크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도 지나칠 수 없겠죠. 베이징에 살다 보니, 베이징 미세먼지 농도가 심하면 하루 이틀 뒤에 서울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지난해 100㎍ 이상의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지를 추적했더니 모두 중국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입니다. 중국 공기 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실 중국도 공기 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석탄난방을 가스나 전기난방으로 바꾸고, 오염 배출 공장을 무자비하게 단속했습니다. 한겨울에 가스 공급량이 달려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떠는데도 중국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강행했습니다. 2030년까지 PM2.5 평균농도를 35㎍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으니 인정사정 봐줄 상황이 아니라는 거겠죠.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공기 질 개선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느낌이 좀 많습니다.

중국 서북지역에 위치한 산시성 시안시도 공기 나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입니다. 그런 시안시가 공기 질 향상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 60m짜리 공기정화탑입니다. 시안시의 공기정화탑 프로젝트는 2015년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공기정화탑이 완공된 뒤 시험 가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구요. 설치 장소는 시안시 서남쪽에 있는 창안구인데, 산시사범대학과는 몇백m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넓은 대지 위에 공기정화탑이 우뚝 솟아 있고, 대지 주변은 담벼락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때문에 관리자의 안내를 받지 않고서는 공기정화탑을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기정화탑의 작동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정화탑 바닥에 축구장 반만한 온실이 있는데, 거기로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입니다. 그런 다음 태양열을 이용해 온도를 높이면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층의 필터를 거치면서 깨끗한 공기로 바뀐다는 겁니다.
시안 60m짜리 공기정화탑
중국의 공기정화탑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베이징과 텐진 등에 설치된 7m짜리 공기정화탑이 있었죠. 네덜란드의 한 디자이너가 고안한 공기정화탑인데, 여러 대가 있었던 게 아니라 한 대가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순회 전시된 것입니다. 지난해 4월 이 공기정화탑이 텐진에 설치됐을 때 직접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가동을 하지 않고 있더군요. 시민들도 그 조형물이 뭔지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당연히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지도 논란이 됐었고요.

결국은 중국 환경기자협회가 나서서 공기정화 능력을 검증하기도 했었죠. 결론은 공기정화 효과를 크게 느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이 공기정화탑을 고안한 디자이너도 공기정화탑이 대단한 공기정화 능력을 발휘한다기보다는 깨끗한 공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캠페인 성격의 전시물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워낙 획기적인(?) 발상인 데다 우리나라에선 당시 대선주자들이 환경대책으로 언급하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 시안의 공기정화탑은 캠페인성 이벤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베이징 공기정화탑과 사이즈부터 다릅니다. 단지 캠페인성이라면 30층 높이로 탑을 만들 이유는 없겠죠. 게다가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가 나섰습니다. 담당자인 차오쥔지 박사는 중국 대기환경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이번엔 정말 마음먹고 나섰다는 얘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결국 관심은 공기정화탑이 얼마나 공기정화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안 공기정화탑을 첫 보도한 홍콩의 언론은 공기정화탑 인근 10㎢ 지역에 공기 질이 확실히 좋아졌고, 하루에 1천만㎥만큼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학원에 직접 확인해보니, 그 결과는 자신들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공기정화탑 주변에서 매일 공기 질 변화에 대해 측정 중이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입장입니다. 홍콩 언론이 보도한 수치는 연구소 직원들이 평소 기대치가 그 정도 수준이라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중국과학원 측은 두 달 정도 더 정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다음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베이징 공기정화탑의 공기정화 능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공기정화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이 된다고 하더라도 효율성도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중국과학원측은 60m 공기정화탑을 건설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기정화탑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느끼더라도, 그러기 위해 무수히 많은 공기정화탑이 필요하거나 공기정화탑 한 곳을 설치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면 실효적인 조치라고 평가받긴 어렵겠죠. 좋게 포장해도 캠페인성 상징물에 불과할 것이고, 나쁘게 평가하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중국과학원 측은 공기정화탑 프로젝트 성공에 확신이 들 수 있는 결과를 얻는다면, 병원, 학교, 아파트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500m짜리 초대형 공기정화탑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로 만든다면 작은 도시의 공기질은 감담할 수 있겠다는 계산입니다. 그렇지만 중국과학원측의 이런 로드맵과는 달리 여전히 공기정화탑으로 인한 공기 질 개선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습니다. 다소 허황된다는 인색한 평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안의 공기정화탑은 공기 질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만은 평가해줄 만 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 대륙의 어마어마한 스케일도 또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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