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아베 저격수 "아베 평창 안 가면 일본 국익 크게 훼손"

박진원 기자 parkjw@sbs.co.kr

작성 2018.01.16 13:32 수정 2018.01.16 15: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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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순방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1/15, 한국시간 어제 오후) 평창올림픽 참석 여부에 대해 “국회 일정을 보면서 검토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기자들에게 “하루라도 빠른 예산 성립이야말로 최대의 경제대책으로,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신중하게 생각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고, 지지통신은 국회 예산안 심의를 우선해, 올림픽 기간 중 방한을 보류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또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권이 바뀌어도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제적, 보편적 원칙”이며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이 원칙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입장을 되풀이 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한국에 약속 실행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구 통산성) 관료 출신 시사평론가로, 방송에 나와 아베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아베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 씨가 아베 총리의 이런 입장에 포문을 열었다. 고가 씨는 아사히신문 계열의 아사히신문출판이 운영하는 온라인미디어 아에라 닷(Aera dot.)에 어제(1/15 07:00) 실린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로 고립하는 아베 총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가 흘러나온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 위한 모양이지만 정말 바보스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AERA 홈페이지 캡처그는 이어 “정치와 스포츠를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 올림픽정신의 가장 중요한 기둥인데, 다음 하계올림픽 개최국의 총리가 그 정신을 짓밟는 것이니 전 세계적으로 비판 받거나 비웃음을 살게 확실하다”고 썼다. “또 이런 자세는 불참의 이유가 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여성 인권에 대한 아베 정권의 후진성을 선전하는 게 될 것”이며 “이는 정말 자살행위라고 할만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당초, 각국 정상이 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어 아베 총리의 출석을 매우 강하게 희망했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고압적 자세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선수단 파견을 좀처럼 결정하지 않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참석(개막식 참석 여부는 미정) 의향을 보였고, EU를 포함, 20여 명의 정상급 참가가 확실시된다고 한다. 또 미국은 한미정상 전화회담에서 펜스 부통령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 한국은 이제 상당한 여유가 생겨 ‘아베 따위는 안 와도 좋아’라고 하고 싶은 기분인 것 같다”고 했다.

고가 씨는 “아베 총리가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최종적으로는 참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지금 같은 태도를 취하면 한국 국내의 반(反)아베 정서를 부추겨 만일 참석하더라도 ‘아베 돌아가!’라는 집회가 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위안부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일본 국민을 대표해 평창올림픽 개막을 한국 국민과 함께 축복하고 싶다’며 지금 바로 참석 의사를 밝힌다면 많은 한국 국민이 그 관용을 평가하지 않을까”라며 “만약 끝까지 불참을 고집한다면 일본 국민은 진지하게 총리 교체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국익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올해 62살인 고가 씨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경제산업성에서 관료 생활을 한 엘리트 공무원 출신으로, 공무원 개혁 등을 둘러싸고 상관들과 마찰을 빚어 2011년 공무원 사회를 떠났다. 그 뒤 관료사회를 파헤친 베스트셀러 <관료의 책임>, <일본 중추의 붕괴> 등을 잇따라 집필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일본의 여러 민영방송에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며 원전 재가동, 평화헌법 개헌 등 아베 정권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2015년 3월 27일에는 TV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보도 스테이션’ 생방송에 ‘I am not ABE(나는 아베가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카메라 앞에 들어 보여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날은 그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마지막 날이었고, 그는 자신의 하차가 정권의 외압에 의한 것임을 폭로한 것이다. 그가 들어 올린 문구는 물론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공격을 받았을 때 전세계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며 외쳤던 구호‘Je suis Charlie(내가 샤를리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고가 씨는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 때는 야당 민진당 측의 출마 요청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