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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9 자주포, 국내서 뭇매 맞고도 노르웨이 수출

[취재파일] K-9 자주포, 국내서 뭇매 맞고도 노르웨이 수출
국산 K-9 자주포가 노르웨이로 수출됩니다. 24문입니다. K-9과 함께 사상 처음 수출되는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합쳐 2,452억 원 규모입니다. 올 들어 3번째 K-9 수출인데 누적 수출액은 1조 6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지상 무기체계로는 국내 최고 기록입니다. 국산 무기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긴 세월 지난 건 아니지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 넉 달 전만 해도 몹쓸 국산 자주포라는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철원의 한 육군 부대에서 생긴 폐쇄기 폭발 사고 때문입니다. 야당과 일부 언론 매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K-9을 물어 뜯었습니다.

K-9 자주포에 생트집을 잡던 한 매체는 K-9 노르웨이 수출 소식에 “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알렸다”며 뻔뻔한 보도를 했습니다. 2년 전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방산비리의 우두머리라고 몰아붙이다가 황 전 총장이 대법원 무죄판결에 이어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자 영웅 만들기의 선봉에 섰던 매체입니다.

또 걱정입니다. 조만간 육군이 8월 K-9 자주포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텐데 사고 원인을 K-9으로 돌릴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개발과 생산을 맡은 당사자는 배제한 채 자주포 운용을 맡은 측이 조사를 했으니 사고 원인은 운용이 아니라 개발과 생산 쪽에 전가할테지요. 즉 “K-9 자체의 부실함이 사고를 야기했다”로 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노르웨이 수출로 잠깐 찬사를 받고 있지만 곧 K-9 죽이기 바람이 다시 불 것 같습니다.

● K-9, 독일 프랑스 스위스 자주포 눌렀다!

노르웨이 육군의 차기 자주포 시험평가는 작년 1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동계 시험, 제안서 평가, 실사를 종합해 K-9은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자주포를 넉넉히 따돌렸습니다. 한화 지상방산 관계자는 “기후, 지형 조건을 불문하고 K-9이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며 노르웨이 군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시간 지난 20일 노르웨이 국방부에서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K-9 자주포 2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2020년까지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자주포와 탄약운반장갑차를 합쳐 2,452억원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K-9은 올해만 3번째 수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핀란드 48문, 인도 100문입니다. 올해만 8,100억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이에 앞서 터키에 280문, 폴란드에 120문이 나갔으니 총 572문 수출 기록입니다. 액수로는 1조 6천억 원이 넘습니다. 국내에서 온갖 흠집이 나고 있지만 해외에서 꾸준히 팔리는 품이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취재파일] K-9 자주포, 국내서 뭇매 맞고도 노르웨이 수출1
1998년 독자 개발돼 2000년부터 실전배치된 K-9은 최고 시속 67km에 최대 사거리 40km, 발사 속도는 분당 6~8발입니다. 48발의 포탄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수출된 K-10 탄약운반장갑차는 포탄 104발과 장약 504 유닛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자동으로 분당 10발을 자주포로 옮겨주는데 미군이 부러워하는 장비로 알려졌습니다. 

● 국내 뭇매 이겨냈지만 또 날아올 화살들

지난 8월 K-9 폐쇄기 폭발로 장병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희생양을 찾아야 했습니다. 만만한 국산 무기이다 보니 너도나도 K-9을 헐뜯었습니다. “2년 전에도 판박이 사고가 있었다”, “5년간 1,708회 고장났다”, “시험성적서 조작하는 비리를 저질렀다” “97년에는 화재로 연구원이 숨졌다” 등입니다. 대충 줄인 트집들이 이 정도입니다.

2년 전 사고는 K-9이 아니라 한 업체가 포신 끝의 제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연기와 화염을 포신 밖으로 내보내는 신형 제퇴기의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초강력 장약을 넣어 포를 쏴본 것입니다. 실전에서는 안쓰는 초강력 장약의 압력을 못견뎌 폐쇄기가 폭발한 것을 두고 K-9 결함이라고 돌팔매질을 했습니다. K-9이 아니라 제퇴기 개발 중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5년간 1,708회 고장이라고 하면 대단한 숫자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K-9 자주포는 1,000대 이상 실전배치됐습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따져도 자주포 1문이 5년간 1.7회 고장난 셈입니다. 세계 최고는 아닐지라도 우리끼리 욕할 정도로 심각한 고장 건수는 아닙니다.

조작됐다는 시험 성적서의 대상은 자주포에 장착된 기관총의 총열 교체할 때 장병들이 끼는 장갑의 손목 고무줄입니다. 하나에 10원이나 할 지 모르겠습니다. 1만개 납품해도 10만 원입니다. 시험성적서 한 장 떼는 데 최소 몇 만원입니다. 영세 고무줄 업체한테 시험 성적서 받아오라고 하기 미안해서 시험 성적서 없는데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혐의입니다.

97년 K-9 화재는 개발 중에 발생한 사고입니다. 안타깝게도 연구원 한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개발 중에는 위험한 일이 많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개발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딛고 국산 무기는 개발됩니다.

곧 8월 K-9 자주포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대충의 내용은 알려지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K-9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는 구조적으로 불공정했습니다. 육군이 공정하게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K-9 자주포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을 이해 당사자라며 조사팀에서 배제한 것입니다.

K-9을 설계한 국방과학연구소와 K-9을 생산한 한화 지상방산이 육군이 말하는 이해 당사자입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책임 주체인 육군도 이해 당사자입니다. K-9 자주포를 운용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입니다. 설계를 한 이해 당사자와 생산을 한 이해 당사자는 빼고 운용을 한 이해 당사자가 조사했더니 사고 원인은 운용에는 없고 설계와 생산 쪽에만 있다고 하면 다들 수긍할까요? 얕은 수입니다. 조사가 공정했든 불공정했든 또 한바탕 K-9 짓밟기가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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