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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에서 돈 벌고 세금은 싱가포르에…'영업 비밀' 구글 매출 전격 공개

[취재파일] 한국에서 돈 벌고 세금은 싱가포르에…'영업 비밀' 구글 매출 전격 공개
● 모르거나 공개 못 하거나…국감장에서 드러난 구글·애플·페북의 민낯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IT 기업의 민낯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과기정통부 확인 감사에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애플, 페이스북, 구글 한국 대표들에게 국내 매출이 얼마인지 차례대로 물었던 겁니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한국 매출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아예 빠져나갔고, 구글은 조금 내용이 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존 리 구글 코리아 대표는 "매출은 몇몇 지역에서는 공개를 하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며 "한국 매출을 공개 못하는 걸 이해해달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매출을 알기는 하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왼쪽) 등이 증인선서하고 있다. 황 회장 뒷줄 오른쪽부터 리차드 윤 애플코리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중요한 사건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국정감사에 나와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이해진 네이버 총수가 구글과 페이스북이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제대로 안 낸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에 대해 구글이 반응을 보였던 겁니다. 네이버같이 거대 기업의 총수가 국감장에서 특정 기업을 물고 늘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기사 배치 조작 등으로 워낙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혼자 맞기 싫어서 물타기를 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구글 코리아도 나름 항변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1월 2일, 구글 코리아는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세금 문제에 대해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싸움을 건 네이버에 글로벌 최강 IT 기업 구글이 응수한 모양새였습니다. 네이버는 지지 않고 자기들은 2016년에 2조 5,9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746억 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며 구글 코리아도 세무 자료를 공개하라고 다시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싸움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구글코리아가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대 IT 공룡들의 싸움은 그렇게 조용히 사그라졌습니다. 

● 구글의 한국 매출은 네이버의 10%…영업비밀 매출 자료 전격 공개

유한회사로 매출과 납세액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구글의 매출이 얼마인지, 납세액이 얼마인지는 추정만 무성할 뿐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구글의 매출을 추정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의 보고서입니다. 작년 구글플레이의 거래액은 4조 4,565억 원인데, 구글이 30%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출은 1조 3,400억 원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구글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건 이미 인터넷 업계에는 상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튜브에 붙는 광고를 비롯해 검색 광고 등 광고로 버는 돈만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단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모든 기업들이 부러워할 만 한 매출 실적을 한국 시장에서 올리는 건 틀림 없어 보입니다.
구글코리아 국내 매출 신고
취재를 하면서 구글이 지난 5년간 거둔 매출을 정리한 문건을 어렵게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올린 매출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은 업계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던 겁니다. 국회와 정부에 설명자료로 제출된 것인데,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외부에 유출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까지 달려 있습니다. 매출액을 알면 세금을 얼마나 냈을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구글 코리아 대표까지 예민해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던 그 매출 자료이기 때문에 기사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2012년에는 594억 원을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1,940억 원, 2016년 2,67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광고 매출만 집계가 된 것인데, 플레이 스토어 매출 등은 통째로 빠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광고 매출은 어떤 것을 포함한 것인지도 설명은 없었습니다. 매출 액수로만 보면 적어도 업계의 추정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 매출의 1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한국인의 인터넷은 구글과 네이버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구글의 매출이 이 정도라는 걸 납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세금도 고작 네이버의 10%밖에 안 낸거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해집니다.

● 한국 플레이 스토어 매출로 싱가포르에 세금 내는 구글…국내 기업이라면?

디지털 경제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매출 개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구글은 우리나라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아서 과세당국이 세금 부과의 기준으로 삼는 '고정 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번듯한 한국 지사가 있고 직원도 꽤 있지만, 인터넷 기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전통적인 기준은 서버였습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세금 측면에서는 국내에 실체가 없는 셈이 됩니다. 과세 자체가 어려운데다 매출을 잡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사용자가 한국에서 앱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 여행 중에 앱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기업이 원하는 대로 크고 작게 만들 여지는 충분합니다.

이런 과세의 애매한 점을 구글을 비롯한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세금을 최대한 덜 내는 국가로 매출을 옮길 수가 있습니다. 구글은 우리나라 플레이 스토어에서 결제를 하면 싱가포르 지사에 매출을 잡습니다. 싱가포르가 법인세율이 17%로 우리나라 24%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로열티를 해외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절세 기법이 사용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번 돈으로 싱가포르에 세금을 내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아직까지는 합법적입니다. 법과 제도가 디지털 경제를 따라가지 못하는 허점을 이용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절세 방식은 일반적인 상식이나 법감정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단돈 몇백만 원만 탈세를 해도 세무당국이 이를 적발하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세금 체납 액수가 큰 사람은 신상이 공개되기도 하고, 얌체 체납자 집에 38기동대가 들이닥쳐 돈 될만한 걸 추징해오기도 합니다. 국내 대기업이 매출을 10%밖에 신고하지 않고, 그만큼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총수는 감옥에 가고, 기업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국내 기업이라면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글로벌 기업의 절세 행위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페이스북
● 유럽이 만들어낸 페이스북의 백기투항…우리 정부의 역할은?

페이스북이 최근 세금 납부 정책을 바꿔 해당 국가에서 거둔 매출을 현지 법인에 신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페이스북 데이비드 웨너 CFO는 "각국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더 높은 투명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이 진출한 해당국에 매출 신고를 한 게 없다는 말이 됩니다. 페이스북은 국내에도 수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데, 매출이 없다고 신고했다는 것이 더 신기할 따름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감옥에 갈만한 일을 하는 기업이 정상적으로 세금 신고를 해보겠다는 자기 고백을 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국내 매출 신고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구글처럼 실망스럽기 그지없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광고 매출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수많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적은 매출이 발생하는 걸 기준으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이런 발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발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국가는 영국입니다. 영국은 글로벌 기업에 강력한 세금 추징 의지를 보여왔고, 결국 글로벌 기업들을 굴복시켜 해외로 빼돌리는 이익의 25%를 과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우회이익세(Diverted Profit Tax)를 도입했습니다. 2014년부터 매출 신고를 받았고, 세금을 납부한 실적도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2014년에 낸 세금은 불과 63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쥐꼬리만큼 세금을 냈으니 영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언론의 비난이 이어졌고, 정부도 세무당국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 후 페이스북은 2015년에는 세금을 61억 원 냈고, 작년에는 74억 원을 납부했습니다. 그래도 영국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매출이 4배가 늘었는데, 세금은 22% 늘어난 것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BBC는 "페이스북의 세금 납부 실적이 공개되자 국민들의 분노가 일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꼼수에 엄하게 대처해왔습니다. EU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에 어떻게 과세를 할지 공개적으로 논의하기도 했고, 재무장관들은 매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EU 집행위는 애플에 세금 추징액17조 6천억 원을 부과하고, 탈세액을 추징하지 않은 아일랜드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의 고백은 자진 납세를 하는 형식을 택하기는 했지만, 세금 미꾸라지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유럽국가들의 강력한 무력시위에 백기투항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에 과세하는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큰 방향조차 얘기하기 조심스러워 합니다. 여러 부처에 물어봐도 OECD 차원에서 논의되는 국가 간 소득이전 관련 대응을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 납부를 단순 역차별 해결 방안으로 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태도는 한가롭기까지 해 보입니다. 누구는 소득을 마음대로 줄여서 신고할 수 있고, 누구는 있는 그대로 신고해야 한다면 그 과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명제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세금을 제대로 내는 국민과 기업만 바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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