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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AI 노조의 배신…죽을 고비 넘겨주자 "임금 더 달라"

[취재파일] KAI 노조의 배신…죽을 고비 넘겨주자 "임금 더 달라"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감사원은 수리온을 ‘깡통 헬기’라고 낙인찍었고 검찰은 KAI의 분식회계, 원가 부풀리기 혐의를 공개하며 방산비리 기업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주가는 반토막 났고 대한민국 유일의 전투기 업체 KAI의 신뢰는 바닥으로 고꾸라졌습니다.

보다 못해 노조가 나섰습니다. 류재선 KAI 노조 위원장은 지난 8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 장기화로 회사 경영이 위기 상태로 몰렸다”, “여수신이 동결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기관들의 채권 회수가 시작돼 KAI는 물론 협력업체들의 도산이 우려된다”, “KAI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유일한 항공산업이 사라진다”고 호소했습니다.

진심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노조위원장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습니다. 국회와 언론이 나서 수리온의 성능을 보증했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질타했습니다. 문재인 캠프 출신의 새 사장이 선임됐습니다. 여론도 KAI를 이해하는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감사원은 꼬리를 내리고 수리온 전력화 재개를 허용했고 검찰의 수사 행태도 덜 투박해졌습니다. KAI가 정상궤도로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자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훔치던 KAI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노조의 쟁의 돌입을 쉬쉬하며 밖으로 알려지지 않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KAI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뛰었던 각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 배신의 KAI 노조

KAI는 일찍이 내년 임금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당연합니다. 망하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회사입니다. 유례없는 2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냈습니다. 올해 적자 규모는 800억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회사채보다 이자가 높은 전기단기사채를 급전처럼 돌려서 연명했습니다.
[취재파일] KAI 노조의 배신…죽을 고비 넘겨주자 임금인상 요구
임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다행인 줄 알아야 하는데 KAI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AI 노조는 지난 5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전체 조합원 2,656명 중 2,017명이 참가했고 76%가 파업에 찬성했습니다. 내년도 임금을 인상하고 연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파업을 하겠다는 엄포입니다.

절박한 요구라면 KAI 노조는 널리 보도자료를 뿌려 파업 찬반 투표 사실을 알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용했습니다. 파업 투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KAI 관계자는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을 정도였습니다. KAI 사측도 노조에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파업 찬반 투표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KAI가 지금 해야 할 일은

KAI는 파업을 할 수 없습니다. 헌법과 노조법은 주요 방산업체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KAI 노조는 하지도 못할 파업을 내걸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 KAI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연 8천만~9천만 원으로 낮지도 않습니다.

KAI 앞에는 할 일이 쌓여 있습니다. 가까이는 미 고등훈련기 APT 사업을 따와야 하고, 수리온의 체계 결빙을 보란 듯이 해결해야 합니다. 멀리는 한국형 전투기 KF-X도 제때에 계획된 성능대로 개발해내야 합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자신의 힘으로 찾아오는 일도 시급합니다. KAI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숙제는 어떤 진영의 논리로도 손댈 수 없는 ‘생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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