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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배 안에서만 11명 사망…구명조끼 입고 선실 탈출, 전문가도 어려워

[리포트+] 배 안에서만 11명 사망…구명조끼 입고 선실 탈출, 전문가도 어려워
지난 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인근 바다에서 낚싯배 전복사고로 1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15년 돌고래호 전복사고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됐습니다. 희생자 15명 가운데 11명은 선실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명조끼 때문에 뒤집힌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의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를 짚어보고, 배에 탔을 때 올바른 구명조끼 착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생존자는 7명뿐…'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인명피해 컸던 이유는?

낚싯배 선창1호에 탔던 22명 중 생존자는 7명에 불과합니다. 인명피해가 컸던 첫 번째 이유는 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낚싯배의 전복입니다. 배가 뒤집히면서 일부 탑승객들은 바로 물에 빠졌고, 일부는 선실에 갇혀 탈출 통로를 찾지 못한 겁니다. 게다가 수중 탐색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중구조대의 도착 시점이 사고 접수 이후 1시간 반을 넘겼다는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힙니다.

1시간의 골든 타임을 훨씬 넘겨 도착한 해경 측은 "신형 구조선이 수리 중이라 늦었다"며 "신형 구조선이 갔어도 야간이라 도착 시간이 비슷했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사고 상황을 고려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희생자들이 충격을 받은 채 10도 정도로 차가운 현지 바다의 수온에서 한 시간 이상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병원 측의 판단입니다.
[허진성/센트럴병원 응급의학과장]
"코나 입에서 거품이 나오는 걸로 봐서는 가장 흔한 것은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혹은 익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전복된 배, 좁은 선실 문…구명조끼 입고 탈출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 구명조끼가 오히려 생존에 '독'이 됐단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선실에서 희생된 탑승객의 경우, 충돌 당시 의식을 잃어 빠져나오지 못했을 수 있지만 뒤집힌 배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구명조끼가 탈출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인터뷰
SBS 취재진이 전복된 배 안에 있는 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5m 깊이의 다이빙 풀에서 구명보트를 뒤집고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실에 있는데 배가 전복된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탈출을 시도했지만 일반인의 경우 구명조끼의 부력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수난 구조 전문가도 탈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문가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배를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6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는 20초 가까이 소요됐습니다.

*그래픽
구명조끼 실험 8뉴스 참조해 이미지로 표현
[김경수/해양구조협회 용산구조대장] "손으로 이 배를 누르고 들어가야 나오지 몸으로만 빠져나오려고 하면 못 빠져나오겠네요." //
한국해양구조협회 김상철 서울지부장은 "부력은 위로 뜨게 하는 힘이기 때문에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 구명조끼 종류도 다양…사고 상황별 행동 수칙 세분화해야

사고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어떻게 착용하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배에 오를 때는 구명조끼를 입는 게 기본이지만 선실에서는 벗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만약 배가 뒤집혀 안에 갇혔는데 조끼를 입고 있다면 빠르게 벗고 탈출하는 게 낫다고 조언합니다. 구명조끼 사용법도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구명조끼는 계속 부풀어 있는 고체형 조끼, 물에 닿으면 터지는 자동팽창형 조끼 등이 있는데, 고체형은 가랑이 사이 조임 끈이 있어 안전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자동팽창형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 사용한 뒤 가스통을 교체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 구명조끼를 입고 물로 뛰어든 경우에는 물 위에 몸을 누이는 게 좋습니다.
조끼종류
현행 '낚시관리 및 육성법' 제29조에는 '안전운항을 위해 낚시어선에 탄 사람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기존 규정보다 실효성 있고, 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상황에서는 당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세분화된 안전 수칙과 대응법을 마련해 사전에 안내하고, 탑승객은 이를 지키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픽
[SBS 이호건 기자]
"현행법상으로는 "안전운항을 위해 낚시 어선에 탄 사람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만 명시돼있습니다. 규정만 고집하기보단 상황 별로 생존에 필요한 행동 수칙을 세분화해 알리고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
(취재: 이호건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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