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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먹으면 살 빠진다? '저지방의 역설' 실험해보니

<앵커>

이른바 '저지방의 역설'이 2년 전 미국에서 시작됐었죠. 지방을 너무 적게 먹으면 되레 살이 더 찌고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 위험이 커진다는 건데요, 국내 연구팀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방의 역설, 작년에 크게 유행했다가 다시 그렇지 않다 이런 말도 많았습니다.

<기자>

지방의 역설이라는 말이 왜 미국에서 나왔는지 먼저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돼지기름을 포함한 동물성 기름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건 설탕 업체들의 로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설탕 협회가 미국의 주류 의학회에 로비하면서 설탕이 짊어져야 할 심장병 위험도를 동물성 기름이 다 떠안았다는 겁니다.]

원래는 설탕이 비만의 원인인데 설탕 협회가 관련 학회에 로비를 해서 설탕 대신 지방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논문이 만들어졌고 그게 지난 50년 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는 고발성 연구 논문이 2015년 발표되면서 지방의 역설이 시작된 겁니다.

<앵커>

지방의 역설이 학계의 자기반성에서 시작된 것이군요?

<기자>

제가 의대 다닐 때는 저지방이 비만을 피할 수 있다고 배웠는데 최근에는 그 반대의 연구결과가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화면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윤경숙 씨는 살이 찔까 봐 될 수 있으면 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합니다. 대신 비빔밥이나 빵을 선택합니다.

[윤경숙 : 탄수화물은 아무래도 지방보다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빵이나 밥, 떡, 이런 걸 많이 먹어도 지방보다는 칼로리가 적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윤경숙 씨 식단을 분석해보니 하루 섭취 열량 가운데 지방은 15% 이하였습니다. 이렇게 저지방 식사를 해왔는데도 윤 씨는 비만 판정을 받았고, 고지혈증까지 앓고 있습니다. 원인은 탄수화물로 섭취량이 70%가 넘기 때문입니다.

[이지원/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지방을 적게 먹으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지게 되는데요. 여성의 경우 케이크, 초콜릿 이런 간식류에 치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쁜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서….]

강남세브란스병원이 한국인 1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저지방-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2.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성은 지방 섭취 비율과 관계없이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수록 대사증후군 위험이 커졌습니다.

결국, 남녀 모두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건데 여성의 경우 지방을 적게 먹으면 자동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먹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방의 역설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지방을 적당히 먹으면 살이 오히려 빠질 수도 있다는 겁니까?

<기자>

정확하게 말해서 저지방 식사를 하시는 분이 적정 지방을 섭취하게 되면 특히 여성분이라면 살이 빠질 수 있습니다.

올해 28살인 김한울 씨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합니다.

[김한울 (28세)/서울 서초구 : 스페인 음식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음식 다 골고루 먹습니다.]

그런데, 김한울 씨는 비만도는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서도 모두 정상입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가운데 지방의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지 않으면 저지방 식단이라고 하는데 저지방 식사를 하는 여성은 지방 비율이 20~30% 되는 여성보다 오히려 비만도가 더 높았고 당뇨병 위험도 더 컸습니다.

하지만 '저지방의 역설'을 피하겠다고 반대로 지나치게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앵커>

커피에 버터 넣어 먹는 분도 있던데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까?

<기자>

그렇게 지나치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만 하게 되면 '케톤'이라는 물질이 많아져서 혈액이 산성화돼 쇼크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탄수화물 비율은 50% 정도 유지하는 게 좋은데 다만 설탕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은 피해야 합니다.

[이지원/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정제된 당을 섭취하게 되면 훨씬 더 빨리 분해돼서 쉽게 열량을 높이고 에너지로 사용되게 되면서 인슐린 조절도 망가뜨리게 됩니다.]

전체 식사 중 지방의 비율은 20%를 넘고 40%를 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냥 편하게 골고루 먹는 게 좋다.

<앵커>

균형 잡힌 식사가 좋다.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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