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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널리스트] "우리는 취업률의 노예였어요"…18살 이민호 군은 왜 사지로 향했나

※ SBS 뉴스가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시리즈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순서는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이민호 군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기획취재부 이병희 기자와 정성진 기자입니다. <편집자 주>
 
■ 이민호 군이 숨진 지 오늘로 13일째입니다. 사망 현장인 제주도 공장에 다녀온 정성진 기자가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말해주시죠.
 
이민호 군은 생수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생수가 포장되고 병에 물이 담기면 그게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서 쭉 흘러와요. 그러면 리프트에 생수병이 쌓이고 어느 정도 크기로 적재가 되면 이제 포장 단계로 넘어가서 포장이 됩니다. 그럼 지게차 자격증을 가진 이민호 군이 지게차에 실어서 옆으로 다시 옮겨 놓는 거죠. 이 전체 공정이 이민호 군이 담당하고 있던 공정이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이민호 군은 기계 앞에서 생수병이 흘러오는 걸 보고 있었죠. 생수병이 쌓이면 그걸 리프트로 들어 올려서 옆으로 옮기게 되는 과정인데 리프트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생수병이 쌓이거든요. 근데 올라갔던 리프트가 안 내려온 거죠. 그래서 밀려오던 물들이 흐르면서 공정이 안 굴러가니까 민호 군이 그 때부터 바빠진 거예요. 직접 가서 생수병을 빼 보기도 하고 기계가 안 내려오니까 뭔가 작동해보려고 하는 모습도 CCTV에 다 담겨 있습니다. 그래도 리프트가 안 내려오니까 민호 군이 직접 리프트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 거죠.
 
이민호 군이 이것저것 하다가 뭔가 해결이 됐는지 나오려는 찰나에 리프트가 내려왔습니다. 들어갔다가 나오고 나서 리프트가 내려왔어야 되는데 민호 군이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도중에 리프트가 내려온 거죠. 민호 군은 그 찰나에 못 빠져 나왔고 리프트의 끝 쪽과 민호 군의 목이라고 표현이 됐는데 상체 쪽이 기계 사이에 꼈습니다.
 
민호 군이 공정의 전체 책임자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같이 일하고 있던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민호 군과 같이 실습을 나왔던 친구 한 명과 공장 정직원 한 명 이렇게 두 명입니다. 민호 군이 사고가 나고 이 사람들이 민호 군의 소리를 들었거나 그런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민호 군이 하던 작업이 안 되니까 공정이 흘러가지 않았죠. 그러니까 '어? 이거 왜 안 굴러가니? 저쪽 가서 확인해 봐라' 하는 얘기를 듣고 민호 군의 친구가 민호 군이 작업하던 곳으로 와서 사고가 난 걸 보게 됐습니다. 그 과정이 4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폐쇄회로 TV(CCTV)로는 한 2분 정도가 됐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민호 군을 친구가 처음 발견하게 됐고 그 때부터 친구가 뛰어다니면서 정직원 데려오고 또 다른 선배들도 데려오고 그렇게 조치를 했습니다. 119 구조대가 오는 데까지 한 19분 정도 걸렸고 그래서 민호가 기계에서 빠져 나온 데는 한 20분 정도 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옆에 누가 있었다면 사고 직후 바로 기계를 멈출 수 있었을 텐데요. 고등학생 한 명에게 맡겨놓고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습니다.

이민호 군의 신분은 현장 실습생이고 실습생은 학생이거든요. 그런데 저희 취재에 따르면 민호 군이 했던 일들은 거기 있는 직원들 심지어 굉장히 오랫동안 일했던 부장급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민호 군이 공정을 전부 관리했습니다. 공장일지까지 빼곡하게 다 썼고요. 정직원들이 해야 될 일이 떠넘겨진 거죠. 직원들이 노동자가 해야 될 일을 학생에게 떠넘겼고 아무도 곁에 없었습니다. 2인 1조로 보조하는 역할도 아니었고 그 업무를 전담했기 때문에 전혀 해서는 안 될 일을 계속 맡고 있었던 거예요. 그것도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말입니다.
 
민호 군이 이번 참사가 나기 전에 부상을 입었어요. 갈비뼈를 다쳐서 회사에 병가를 내고 한 3일 정도를 쉬는 와중에 회사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민호가 출근 좀 할 수 없냐. 공장이 지금 올 스톱되게 생겼다' 이런 문자였습니다. 사실 학생 입장에서도 그렇고 학부모 입장에서도 그렇고 압박이 되는 거죠. '학교를 대신해서 나가는 실습인데 얘가 지금 제 역할을 못하고 있구나'라는 압박이죠. 그런 문자가 왔기 때문에 아픈 중에도 출근을 했습니다.
 
더 큰 문제가 뭐냐 하면 직원이 그만뒀을 때 정상적인 회사라면 새로운 직원을 고용을 해서 써야 되죠. 그런데 고교 실습생 민호 군이 잘 하니까 민호 군을 계속 썼던 겁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학교에 학생을 더 요청을 했다는 거죠. 학교가 아니라 마치 인력 공급 업체처럼 썼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싼 값에 쓸 수 있고 이런 허드렛일을 시킬 수 있으니까 학교에 또 요청을 해서 학생을 받고 이런 부분이 계속 반복됐던 거죠.
 
■ 이민호 군처럼 현장 실습생으로 갔다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민호 군의 특성화 고등학교 친구 가운데 피뢰침 만드는 공장에 취업을 한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현장 실습생이다 보니까 공장에서 직접 공정을 다루지는 않았는데요. 공장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같은 게 있는데 거기서 현장 실습생으로서 오는 손님들 맞고 하는 이런 기본적인 일부터 배워나가는 단계였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에게 기본적으로 추가된 일이 식당 일을 도와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6시에 퇴근을 하고 식당으로 넘어가서 손님들이 먹고 나면 설거지도 하고 식당 마무리까지 하고 퇴근하게 된 겁니다. 여기가 또 박물관이다 보니까 주말에 손님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오히려 토요일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던 거죠.
 
현장 실습의 원래 취지대로라면 학생의 전공 그리고 학생의 적성을 파악해서 학생들이 장래에 가고 싶은 데에 미리 가서 배워야 하는 거죠. 그런데 보면 적성이나 전공을 불문하고 마구 떠미는 경우가 있어요. 1월에 콜 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 모 양 같은 경우는 평소에 애완동물을 많이 좋아했고 애완동물과를 진학했던 학생인데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콜센터 직원으로 갔습니다.
 
콜 센터도 그냥 단순한 콜 센터가 아니라 속칭 '욕 받이 부서'라고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통신사 고객들이 해지를 하려고 하면 그걸 막는 방어부서거든요. 그러니까 방어를 하려고 하면 상대방이 얼마나 공격을 하겠어요. 그러면 그 부분을 다 떠안아야 되는 그런 부서였는데 거기서 근무를 했던 겁니다. 이번에 숨진 민호 군 같은 경우도 원예작물과였는데 전혀 다른 업체에 근무하게 됐습니다. 왜 자꾸 이렇게 전공하고 상관없는 데로 가게 되는 걸까요? 학생들을 오로지 취업률, 즉 숫자로만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 졸업도 안한 학생들이 정직원보다 더한 과로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표준협약서가 전혀 제 구실을 못하는 것 아닌가요?
 
현장실습을 보낼 때에는 3자가 표준 협약서를 쓰게 되어 있습니다. 학교, 학생, 기업이 표준 협약서를 쓰게 돼 있습니다. 표준 협약서는 기본적으로 이게 일반 직원들이 하는 노동의 개념이 아니라 실습이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보다는 업무 강도라든가 이런 게 현저히 낮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하루에 아주 길게 하더라도 7시간이고 여기에 1시간을 더하면 8시간까지 일할 수가 있습니다. 야간이나 휴일 근무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막상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면 근로 계약서를 따로 작성을 합니다. 따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에는 '이 학생과 협의 하에 연장근무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돼 있어요. 그래서 구조적으로 이중계약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형태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학교에 보고되거나 교육청에 보고되거나 하는 표준 협약서에는 '하루에 7시간만 일을 시킨다'고 돼 있는 거죠. 근데 실제로 학생과 기업 간에 맺는 근로 계약서는 대부분 다 연장 근무가 가능하도록 된 것이거든요. 이런 이중계약 문제는 현장실습 업체에 만연해 있고 거의 대부분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 취재진이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물어보니 '한 반에 27명이 현장실습을 나갔는데 한 기업 빼고는 다 연장근무를 한다' 이 정도로 말할 정도니까요.
 
■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취업에 내몰린 계기가 있나요? 이병희 기자가 교육 현장 취재를 했던 10여 년 전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데이터를 보면 명확히 드러납니다. 제가 2000년대 초반에 교육부 출입을 하면서 교육 담당 취재를 할 때는 특성화고 소위 말하는 실업계 고등학교라든가 이런 데의 진학률이 거의 60~70%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특성화고의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였어요. '특성화 고등학교의 목적에 맞게 갔으면 취업을 해야지 왜 다들 대학을 가냐' 그래서 그게 오히려 문제인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데이터를 찾아보면서 깜짝 놀란 게 이게 완전히 역전이 돼 버렸어요. 2009년에서 2010년 넘어오면서 대학 진학률이 뚝뚝 떨어지고 취업률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지금은 역전이 됐거든요. 현장에서 급격한 역전이 있다는 건 뭔가 정부가 인센티브 정책이 확 바뀌었다는 건데 그 시점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취업률로 다 평가하겠다' 하니까 거기에 발 맞춰서 학교가 정책을 전환하게 된 거에요.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취업률로 모든 것이 다 평가되고 취업률이 기준이 돼요. 학교 평가라든가 특히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이런 데는 취업률이 제 1조건이 되게 됩니다. 취업률에 따라서 교육청의 평가가 달라지고 평가에 따라서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학교 입장에서 보면 이 취업률이 높아야 돈도 받고 새로운 좋은 신입생도 받게 됩니다. 평가도 좋게 받으니까 일단 3학년 2학기쯤이 되면 마구 내보내는 겁니다.
근데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있죠. 학생들의 전공과 맞는 일자리가 한정돼있다 보니까 상관이 없어도 그냥 막 내보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서 알선을 해주지 못하고 남아있는 학생들은 마치 자기가 천덕꾸러기가 된 것처럼 눈치가 보이죠. 이런 학생들이 이른바 '자가 취업'을 하다 보면 뷔페식당에서 서빙하는 일, 패스트푸트 식당에서 주문 받는 일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문제는 뭐냐 하면 이게 전공이랑 상관없이 그냥 소위 말하는 아르바이트 일인데 취업률에 똑같은 하나로 포함되는 겁니다. 머릿수 하나로 채워지는 거죠. 그러니까 학생과 교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가더라도 나가라' 그러면서 떠미는 분위기가 생긴 겁니다.
 
■ 현장 실습생으로 나갔다가 적응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이런 학생들에게 '주홍 글씨'를 새기는 학교도 있다고요.
 
취재를 하면서 처음 들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이 현장에 나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면 학교가 해야 될 역할이 뭘까요? '힘들었니?'라고 해야 되는 게 우선이죠. 그런데 굉장히 눈치를 준다는 거예요. 학교로 돌아오면 기본적으로 정신교육과 훈화교육 이런 걸 받고 그 다음에 '깜지쓰기'라고 하는 벌을 받습니다. 요즘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깜지'라는 말을 알아듣는 세대가 있을 거예요. 빽빽하게 반성문 같이 쓰는 걸 말합니다.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성문을 쓰게 하고 또 '교장 선생님하고 등산을 같이 다녀야 된다'라든가 심지어 어느 학교 같은 경우에는 돌아오면 '빨간 조끼를 입혀서 청소를 시킨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완전히 학교에서 낙인을 찍어버리는 셈이죠. '쟤는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루저다' 이런 식으로 낙인을 찍어 버리니까 현장에서 돌아오고 싶은 학생들이 정말 못 참겠다며 돌아오면 어떻다는 걸 뻔히 아는 거죠. 그러니까 '돌아가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참고 견디자' 이러면서 버티는 겁니다. 버티다가 또 일이 터지는 거고요.
 
■ 이민호 군 사전이 터진 뒤 정부가 가장 먼저 전수조사 대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전수조사를 어떻게 하냐 하면 교육부가 교육청에 공문을 내리고 교육청이 각 학교로 공문을 내립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학교가 기업을 조사해야 합니다. 근데 학교와 기업은 말 그대로 협력 단체거든요. 서로 업무협약(MOU)을 맺고 '너희 쪽에 우리가 현장 실습생을 보낼 테니 좀 받아 줘라' 그러면 기업에서는 '현장실습생을 좀 보내줘라. 우리도 일을 시키고 싶으니까' 이렇게 둘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입장인 겁니다. 그런데 학교가 업체를 조사를 해야 되고 또 조사해서 기록을 교육청에 보고하게 되면 말 그대로 학교가 그 동안 관리감독을 못 했다는 걸 방증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철저히 할 수 있을지 그런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노동인권과 관련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학교의 취업부장이나 취업 담당 교사가 업체와 끈끈한 연을 갖고 있어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학교가 공장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체크리스트를 보면 한 세 문항 정도 있어요. 옆에 자세한 사항을 적게 되어 있지만 안 적어도 상관없는 부분이죠. 야근이나 초과근무 이런 부분을 묻는 문항도 없고요.
 
■ 실습 나간 학생들이 쓰는 서약서도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폐지 권고까지 내렸는데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다고요.
 
서약서라는 문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건 현장실습을 나갈 때 교육부 문서로 아예 쓰도록 되어 있는 것이거든요. 내용을 보면 '학생으로서의 신분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 '자기 과실로 안전사고가 나면 학교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것 등입니다. 그러면서 학생이 자기 서명도 해야 되고 부모 서명도 같이 연서를 해야 됩니다.
 
아무래도 이 서약서라는 게 법적인 효력이 있는 문서는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자기가 잘 지키지 않으면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썼기 때문에 이게 계속 심리적으로 압박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업체의 실습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도 참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 내가 저걸 썼지. 지켜야지' 이런 영향으로 계속 악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서약서를 쓰는 것 자체가 학생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는 용도로 쓰인다는 겁니다. '너희가 현장실습 업체에서 어떤 문제를 저질렀더라도 우리 학교는 문제가 없다. 책임이 없다' 이런 걸 만들어놓기 위한 서약서입니다. 학생의 권익보다는 학교의 책임회피 목적이 강하다 보니까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진정을 받아들여서 9월부터 폐지를 권고했어요. 그런데 지금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경남, 전남 빼고는 아직 폐지 권고를 안 받아들여졌어요. 그러니까 14개에서는 아직도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는 겁니다.
 
실습하다가 전공도 안 맞고 너무 열악해서 돌아가겠다고 선생님들에게 얘기를 하면 선생님들이 이렇게 답을 한다는 겁니요. 처음에는 '야 일단 참아라.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라고 얘기를 하고요. 그래도 힘들다고 하면 이제 후배를 들먹거리는 거예요. '야 네가 여기서 돌아오면 내년에 후배들 취업 나가야 되는데 네가 후배들 앞길 막을 거냐. 너 어떻게 할 거냐.' 그러면 학생들이 '그래 그냥 참자. 내가 좀 참자. 몇 개월만 참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문서로 된 서약서와 학교에서의 이런 압박이 굉장히 큰 족쇄가 돼서 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 취업률 숫자만 중요시하는 풍조 속에서 일선 학교에서는 교유권이 붕괴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취재진이 가본 학교 교실의 풍경은 어땠나요?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고 분명히 수업시간인데 광경은 그냥 한 마디로 PC방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다 게임하고 거의 몇 명만 취향에 따라 영화를 보거나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요즘 유행하는 게임들을 하고 있었고요. 더 문제가 되는 건 뭐냐 하면 기사에는 쓰지 않았는데요. 맨 뒷자리에 선생님이 앉아 있었어요. 뒷자리에 앉아있다는 건 학생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보고 있다는 거거든요. 근데 아무런 제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얘기를 들어봤더니 교실에 3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 한 60~70%는 현장실습을 나가고 그러면 남아 있는 학생들이 20~30% 밖에 없다는 거죠. '이 학생들만 데리고 과연 정규수업을 할 수 있겠느냐. 못 한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수업은 수업대로 못 받고 또 현장에 나가서 교육은 교육대로 못 받고 그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2005년에 엘리베이터를 정비하던 현장실습생이 추락하면서 사망했어요. 그래서 그 때 이후에 사회가 한 번 충격에 빠졌죠. 그래서 그 때 노무현 정부 당시 2006년에 '학교 중심으로 전환시키자'라고 해서 나온 조치가 뭐냐 하면 '3학년 2학기 수업의 2/3는 무조건 채워야 된다' '학생이 취업이 확정된 경우에만 실습을 내보내자'라는 게 정상화 방침으로 정해졌습니다. 문제가 있어서 정상화로 돌아왔던 거거든요. 근데 그걸 다시 정상을 비정상으로 돌리면서 문제가 생긴 거죠. 제 생각은 거기부터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과거 정책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퇴보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첫 걸음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결국 오늘(1일) '내년부터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한다'는 정부 발표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 막는 방법이 있었을텐데 어떤 방안이 있었을까요?
 
취재하면서 현장 실습생들의 사고와 이후 법안 발의 등 대책을 쭉 한 번 리스트를 뽑아 봤습니다. 뽑아보면 정말 웃긴 게 계속 도돌이표예요. 사고 터지면 막 애도하고 추모하다가 법안 발의를 막 해요. 대책 발표를 하고요. 그러다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또 사고가 터지고 이게 계속 반복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민호 군이 숨진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법안이 또 발의됐어요. 근데 예전에 홍 양이 사망했을 때 그 때 발의된 법안들과 그 다음에 스크린도어에서 숨져 전 국민이 애도했던 김 군 사건이 났을 때도 다 똑같이 발의됐지만 하나도 통과된 게 없거든요. 달라지지 않았어요.
 
더 문제가 되는 건 이런 문제에 대해 처벌할 규정이 너무나 명확히 있다는 겁니다. 이게 과태료 사안이 아니라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명확한 규정이 이미 2016년 초반에 생겼거든요. 그것만 사실 잘 지켜지면 이게 사회에 보내는 하나의 신호가 됩니다. 법안 문구에 있는 게 신호가 아니라 그게 적용이 돼서 '야, 이거 잘못하면 기업 파탄 난다. 애들 잘못 썼다가는 기업 다 말아 먹겠다' 이런 정도의 체감하는 정책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기업들도 '야, 우리는 교육 프로그램 없어. 현장 실습생 안 받는 게 나아' 라고 하지 법은 있지만 사문화된 규정이면 '싼 값에 쓸 때 빨리 쓰자' 이런 정도로 간다는 거죠. 계속 그게 반복되어 왔고요.
 
취재하면서 느낀 저희 팀의 생각은 '규정을 정말 강력하게 적용하는 케이스가 나와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제주 이민호 군 사건에서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기업인들도 '아, 현장 실습생들은 싼 값에 만만하게 쓰는 노동이 아니다'라는 걸 느끼고 그렇게 느끼게 해 줘야 기업들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 달라진다는 거죠.
 
■ 이민호 군은 안타깝게 사망했지만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현장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는 다른 고교 실습생 사례도 취재하고 있죠.
 
이민호 군은 지금까지도 아직 장례까지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장에서는 '민호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계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부분이 있다'는 걸 산업재해 신청서에 명시를 해놨어요. 아버님이나 어머님은 이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민호 군의 산재를 제대로 처리해 달라' '정확한 사고에 대한 사과와 산업재해에 대한 이런 표현을 빼주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라는 입장이고요. 지금 민호 군이 19일에 사망했으니까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민호 군은 아직 장례도 못 치르고 영안실에 있는 상황입니다.
 
◆ 정성진 기자 / SBS 기획취재부
더저널리스트 이병희 정성진 소개컷
현장실습 제도는 특성화고등학교 그러니까 고등학생들이 진학이 아니라 좋은 직장을 미리 준비해서 나가도록 하겠다는 취지잖아요? 그런 취지를 지키려면 지금 특성화고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현장 실습생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저희가 알아야 더 좋은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보도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저희들에게 어떤 현장실습이 있고 어떤 특성화고가 있는지를 알려주셔야 저희가 더 많이 배우고 기사를 쓸 수 있으니까요.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저희한테 연락해주시면 저희가 달려가서 그 얘기 듣도록 하겠습니다.
 
◆ 이병희 기자 / SBS 기획취재부
더저널리스트 이병희 정성진 소개컷
저희 팀에서 현장실습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취재를 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 또 현장에 나갔던 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저희가 이야기를 해야 더 힘이 실리고 정책이 바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계속 귀를 기울이고 제보를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지금 겪으셨던 내용도 좋고 과거에 나갔을 때의 문제 등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기획 : 정윤식 / 구성 : 안준석, 장아람 / 촬영 : 주범, 김태훈 / 디자인 : 정혜연 / 편집 : 김보희, 한수아 / 내용정리 : 김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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