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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킬체인 정찰위성 사업 개시…헛심 쓰는 감사원

[취재파일] 킬체인 정찰위성 사업 개시…헛심 쓰는 감사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지휘부 등 핵심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작전인 킬 체인의 눈, 정찰위성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군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로 시작됐습니다. 국정원, 과학기술정통부(이하 과기정통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제 욕심 채우려고 달려드는 바람에 3년 이상 시간을 지체한 뒤입니다.

현재는 정찰위성을 개발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입니다.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첫 삽을 뜬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사원이 끼어들고 있습니다. 정찰위성을 개발하기 위해 한 걸음 내딛자마자 비리가 생겼을까요? 아닙니다.

사실 감사원은 정찰위성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도 움직이다가 멈칫하고 돌아선 적이 있습니다. 감사원이 보는 지점은 정찰위성의 주도권을 누가 갖고 가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군 주도로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하느냐,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을 앞세운 국정원 주도로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하느냐! 밥그릇 싸움 때문에 정찰위성 띄울 시기를 3년을 버리고 군 주도로 개발과 운용을 하기로 합의가 됐는데 또 해묵은 욕심이 꿈틀대는 것 같습니다.

● 감사원, 10월 말 질의의 숨은 뜻은?

감사원은 10월 말 국방부, 합참, 국방과학연구원(ADD), 과기정통부, 항우연 등에 정찰위성 사업 관련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의 질의서에 항우연의 논리가 녹아있다”는 말들이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찰위성 사업에 정통한 인물은 “항우연과 ADD가 정찰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과 설비 등을 나열하고 기한 내에 개발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서약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며 “감사원은 항우연의 서약서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정찰위성을 항우연 기술과 인력으로 개발하고 싶어 했습니다. 독자 기술로 정찰위성을 개발해서 제때에 띄워 북한의 핵심시설을 감시할 수 있으면 더 바랄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지금 다른 위성들을 만드는 데도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정찰위성 전력화 시점을 조금 늦춰서 항우연 주도로 정찰위성을 개발하자”고 주장을 해왔습니다.

정찰위성 사업은 거듭 강조하건대 이미 3년 이상을 허비했습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 국정원이 군의 정찰위성에 욕심을 내지 않았더라면 정찰위성 1호기가 벌써 우주를 날고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전력화를 늦추더라도 독자 개발하자는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의 논리, 정찰위성을 국정원이 관리하겠다는 국정원의 논리는 이미 무력화됐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을 감시할 정찰위성 전력화는 늦출 수 없고, 정찰위성 5기는 군이 수신관제권을 행사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지휘부를 감시하기에도 태부족입니다.

어렵사리 국정원과 과기정통부, 항우연이 한발 물러서 올 초 군 주도로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운용하기로 관계 부처 간 합의가 됐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감사원이 이 합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의도가 없기를 바랍니다. 감사원이 봐야 할 곳은 따로 있습니다.

● 감사원이 주목해야 할 정찰위성 사업의 쟁점들

감사원은 정찰위성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도 방사청, ADD 등을 대상으로 정찰위성 사업 준비과정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사업 시작 전에 감사 활동을 한 것도 이상하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어느 한쪽 의견을 반영한 듯한 질의서를 관련 부처에 보냈습니다. 

감사원이 정찰위성 사업이 정 걱정된다면 어떻게 하면 미래지향적으로 더 일찍 더 좋은 정찰위성을 띄울까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ADD가 민간업체들과 함께 제때에 제 성능을 내는 정찰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지, 정찰위성 5기가 계획대로 발사됐을 때 킬 체인의 작전 성과는 얼마나 되는지, 독자 개발을 못 할 것 같다면 해외 도입 및 기술 이전 같은 대안은 없는지, 대안이 있다면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꼭 짚어봐야 하지만 방치된 쟁점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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