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코앞에서 되돌아온 트럼프…백악관 "매우 낙담"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무장지대 DMZ 동반 방문 무산에 큰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동행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낙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백악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오전 7시쯤 숙소를 출발해 용산 미군기지에서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DMZ로 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헬기는 착륙 예정지로부터 5분 이내 거리까지 날아갔지만, 안개가 심하게 낀 날씨 탓에 착륙을 포기하고 서울로 되돌아왔습니다.

오늘 오전 DMZ 인근에는 안개 탓에 가시거리가 1.6㎞에 불과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샌더스 대변인은 "군과 비밀경호국은 착륙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취소 배경을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대통령 안전을 이유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계획됐습니다.

애초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에 관한 사전 브리핑에서 일정상 DMZ 방문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백악관은 방한 일정을 동행 취재 중인 미국 기자단에도 어젯밤 11시 반쯤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내일 오전 5시45분쯤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갑작스럽게 공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오늘 아침 기자들과 만난 샌더스 대변인은 "DMZ"라고 쓴 메모지만 보여주고 소리 내 읽지 않을 정도로 보안 유지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아시아 순방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예정돼 있었다고 샌더스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은 놀라게 될 것"이라며 깜짝 방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도 "신나는 날이 계획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과 DMZ를 동반 방문하려고 한 취지와 관련해 샌더스 대변인은 "한국과 미국의 강한 동맹의 상징을 보여주려고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DMZ를 방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