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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환자 울리는 먹튀 '이벤트 치과'…피해자만 수천 명

[취재파일] 환자 울리는 먹튀 '이벤트 치과'…피해자만 수천 명
● 휴원 직전까지 환자 받고 '먹튀'

지난달 서울 강남 신사동의 화이트 치과가 돌연 문을 닫았습니다. 강남에서도 규모가 상당히 큰 이 치과는 지난 7월 전격적으로 휴원한 데 이어 결국 폐업을 한 것입니다. 화이트 치과는 휴원하기 3일 전까지도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환자들을 끌어 모으기에 바빴습니다. 가격을 대폭 할인해 주겠다며 빠른 결제를 요구했습니다.
 
[이모씨 / 휴원 3일전 치료 시작]

결제를 되게 재촉 하더라고요. 빨리 선납을 해달라고 빨리. 가격도 보통 500-600만원 정도인데, 400만원에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치아에 브라켓을 붙이자마자 휴업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치료를 시작도 안 한거죠.
 
휴원 당시만 해도 조모 원장은 "우리도 피해자다. 환자들과 소통을 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경영사정이 안 좋아진 것이 하루이틀 상황이 아니었을텐데 휴원 전날까지도 환자를 받은 병원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또 치과 치료 특성상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선 문을 다시 열 때까지 치료를 중단하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다른 병원에서 다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 이벤트 치과, 사실은 '이벤트' 아니다

제목은 편의상 이벤트 치과라고 붙였습니다만, 상시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진짜' 이벤트는 아닌 셈이지요. 또한 정상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다른 병원들도 있으니 이렇게 통칭하는 것이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편의상 이렇게 붙이겠습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문을 닫은 치과들이 공교롭게도 유사한 수법이니 말입니다.
 
이벤트 치과라고는 하지만, 사실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이벤트라는 말로 환자들이 충동적으로 진료를 받고, 불필요한 치료까지 하게 되면서 돈은 더 든 경우도 많았습니다.
 
화이트 치과는 주인이 유명 연예인들이 이곳에서 치료받았다는 홍보에 힘입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앞서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환자를 모은 강남의 유명 치과인 '굿라인 치과'도 갑자기 문을 닫았는데 피해액이 10억 원에 달했습니다. 두 치과 모두 연예인들을 동원해 홍보하면서 치료비를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며 환자들을 끌어 모은 뒤 폐업했습니다.
이벤트 치과 피해
이벤트 치과 피해

연예인들을 통해 치과 홍보를 하고, 가격 이벤트를 진행해 환자를 모집합니다. 그리고 몸값 좋을 때 병원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합니다. 새로 인수한 원장은 (치과 특성상 환자들이 치료비를 미리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또 선납 할인 이벤트까지 해서) 수입은 거의 없는데 치료할 환자는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그러면 다시 이벤트로 또 환자를 끌어 모으게 되는 거죠.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거나 경영사정이 나빠지면, 치료 재료를 부실하게 쓰고, 인력을 줄이게 됩니다. 그럼 환자들의 발길이 줄고 문을 닫는 결과로 치닫게 됩니다.
 
● 피해자 수천 명…사실상 보상 받을 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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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이트 치과 피해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만도 천명이 넘습니다. 전체 피해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은 이 병원 원장을 사기혐의로 강남 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두 아들의 교정치료비로 1,200만원을 선납한 김모 씨는 화이트 치과가 문을 닫으면서 결국 다른 병원에서 600만원을 들여 새로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김모 씨 / 두 아들 교정치료 중]

선납을 하면 깎아준다고 하고, 미백치료를 더 해준다고 해서 1200만원을 선납했어요. 그뿐이 아니라 한 아이가 임플란트를 4개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120만원씩, 4개를요. 저희는 의료 쪽에 지식이나 정보가 없으니까 그대로 믿었죠. 근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치료를 받다보니까 병원 4군데를 갔는데 한군데서도 임플란트를 해야 된다는 곳이 없는 거에요. 과잉진료까지 해서 치료도 못 받고 돈도 떼인 거죠.
 
[최모 씨 / 양악수술과 교정 부작용]

교정 치료를 대출을 받아서 진행했는데, 아직도 대출금을 갚고 있거든요. 그 병원에 1,500만 원을 지불했는데 그걸 아직도 갚고 있어요. 수술도 잘못돼서 입 앞쪽이 거의 감각이 없고 안 다물어져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하는데, 다시 치료를 하려면 최소한 450만원이 든다고 해요.
 
선납한 돈을 되찾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수술이 잘못돼도 보상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인재 /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1. 치료비를 냈는데도 치료조차 받지 못한 경우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해서 그 쪽에서 사기로 처벌 받으면 그 때 어떤 형사절차에서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2. 치료비를 내고 수술을 받았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 의료 소송을 하기도 애매하고, 사기라고 보기도 어려운, 효과가 없는 불만족 사례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은 구제받기 어렵습니다.

3. 치료비를 내고 수술을 받았는데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실제 법원에 그 의료소송을 제기해서 확정판결을 받은 뒤 한국 의료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 가서 대불신청을 하면 중재위원회에서 판결금액만큼은 대신 먼저 지급해주고 중재위원회에서 의사한테 구상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결국 치료비만 내고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 또 중간에 진료가 중단된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의사의 배상 능력이 없다면 구제받을 길은 없는 겁니다.
 
● 선결제 유도하는 과도한 할인 주의해야

피해자 3명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당 병원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를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담당 주치의가 계속 바뀌었다든가. (병원 경영사정이 안 좋아지다 보니 소위 페이닥터들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 추가로 다른 시술을 권하면서 빠른 선납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현금 입금 시 할인 폭이 50%를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대폭 할인해준다며 환자를 모집하는 이벤트 치과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며 환자들의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과도한 가격할인이나 끼워팔기 등의 수법으로 성형수술 등을 유인한 의료기관 318곳이 보건복지부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성형·미용·비만, 라식·라섹, 치아교정 진료 분야를 중심으로 의료 전문 소셜커머스·애플리케이션,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의료법상 금지된 과도한 환자 유인 및 거짓·과장 의료광고를 한 의료기관들입니다.
 
의료광고 4693건을 분석한 결과, 의료법 위반은 1286건 △환자 유인성이 과도한 의료광고 1134건(88.2%) △거짓·과장광고 67건(5.2%) △유인성 과도 및 거짓·과장문구 광고 85건(6.6%) 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료분쟁중재원의 대불제도를 의료사고에 국한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손해의 경우도 대불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폐업 등의 사정으로 의료기관 치료가 중단될 경우 환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병원의 보장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할인이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병원은 주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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