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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로 옆에서 2분 넘도록 통화했는데…'못 들었다'는 경찰

경찰, 이영학 사건 피해자 김 모 양 실종 사건 초동조치 부실 변명·떠넘기기 급급

[취재파일] 바로 옆에서 2분 넘도록 통화했는데…'못 들었다'는 경찰
"'애들을 원래 모른다. 부모가. 중학교 2학년이지 않느냐' 이런 형식적인 얘기들 있잖아요. '뭐 어디 놀러 갔을 수도 있고 친구들이랑 어디 갔는데 미안해서 못 들어올 수도 있고…' 이런 얘기도 하시더라고 나한테"

"'이 나이 대는 질풍노도의 시기 아닙니까? 중2면 중2병도 있고. 애들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기분이 나빴어요. 그때. 왜 왜 그렇게 생각을 하지? 그런 애도 있지만 아닌 애도 있는데. 그걸 전부 다 중2병으로 싸잡아서 얘기를 하더라고"


이영학의 손에 숨진 김 모 양을 애타게 찾았던 부모가 당시 경찰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애끓는 부모의 심정과 달리 경찰이 단순 가출사건으로 치부하고, 얼마나 여유롭게 수사했는지 느끼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물론 경찰 사정도 일정 부분 이해됩니다. 비슷한 실종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그중 대다수가 단순 가출 사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혹시 모를 한 건의 납치. 강력 사건에 대비해 실종신고 매뉴얼대로, 신속하게 수사했어야 합니다.

게다가 아이가 숨진 뒤엔 책임을 부모에게 떠넘기기 급급했습니다.

먼저 경찰은 실종신고 접수 뒤 다음 날 저녁 9시가 돼서야 김 양 어머니에게서 이영학의 딸 이 모 양의 존재를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종 신고 전부터 김 양 어머니는 이미 이 양과 여러 차례 통화를 했고 이 같은 사실을 실종신고 때 이미 경찰에도 알려줬다고 주장합니다. 김 양 어머니는 딸인 김 양이 낮에 만나러 간 이 양 전화번호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29분 뒤인 밤 11시 49분, 김 양 어머니는 지구대에서 이 양과 또 한차례 통화합니다. 이때는 실종신고 뒤에 인적 관련 사항 입력을 위해 경찰과 함께 앉아 있을 때입니다.

김 양 어머니는 통화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경찰에게 이 양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저녁 10시 29분 이 양과의 통화를) 녹음을 했다 얘기를 했어요. 근데 듣지도 않았어. 그쪽에서 듣지도 않았어요. 듣지도 않고, 그냥 그때는 먼저 조서 꾸미느라 바빴고, 어떤 거냐면 이 아이가 마지막 입은 게 뭐냐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마지막 만난 게 이 양이거든요. 이 양이라고, 얘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그래서 또 전화했습니다. 제가. 오후 11시 49분에. 또 근데 2분 18초 동안 통화를 했어요."

부모의 주장이 방송에 나가자 경찰의 해명은 또 바뀝니다. "지구대에서 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주변에 다른 사건으로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무려 2분 18초 동안 옆에서 통화를 했는데, 모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까요? 또 아이가 실종돼 낮부터 수소문했던 부모가 딸 김 양이 만나러 간 친구 이 양에 대해서 경찰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SBS 취재 결과, 당시 지구대에서 실종신고 시 입력해야 하는 인적 관련 사항 항목 72가지 가운데 35개가 입력돼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종 행적을 묻는 질문은 비어 있었습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경찰이 기자들에게 해명한다고 설명한 시간대별 활동 사항과 부모의 주장도 시간차가 상당히 납니다. 경찰은 사건을 이어받은 여성청소년계 직원이 다음날인 10월 1일 저녁 9시쯤 김 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김 양 어머니 휴대폰에 찍혀있는 통화내역 시간은 11시 7분입니다. 이때도 경찰은 "다음날 만나"자면서 늑장을 부립니다.

10월 2일에 돼서야 경찰과 부모가 만나 주변 CCTV를 확인하는데 이 시간 역시 경찰은 오전 10시부터라고, 부모는 12시부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양의 사망 추정 시각은, 30분 뒤인 이날 12시 30분입니다. 김 양 부모는 그동안 경찰 수사를 믿으며 참고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책임을 떠미는 경찰에 태도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분노했습니다.

"이게 수사가 이렇게 늦게 시작해버리면 형사들이 뭐 하러 필요해요. 그냥 부모가 찾지. 다 죽은 다음에 시작하면 뭐해.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을 국민을 책임을 지겠다고 경찰이 그래놓고서. 원래는 국가가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이게 책임을 지는 거예요? 다 죽고 난 다음에?" 
[취재파일] 바로 옆에서 2분 넘도록 통화했는데...‘못 들었다’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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