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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남한산성'vs'범죄도시' 개천절 대첩…고구마와 사이다

[빅픽처] '남한산성'vs'범죄도시' 개천절 대첩…고구마와 사이다
추석 극장가 흥행 대첩 1라운드는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2')의 압승으로 끝났다. 개봉 5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이 캔 스피크'가 10일간 불러모은 관객 수(142만 명)마저 넘어섰다.

'킹스맨2'의 상승세를 저지할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오늘(3일) 출격한다. '남한산성'(감독 황동혁)과 '범죄도시'(감독 강윤성)다. 두 영화는 '킹스맨2'의 상승세를 꺾는 것은 물론이고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치 물러섬 없는 경쟁을 펼친다. 

종전 흥행작과 신작이 맞붙는 금일은 '개천절 대첩'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장르도 색깔도 사이즈도 다른 '남한산성'과 '범죄도시'의 맞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해 보인다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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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억vs150억, 몸집으론 '다윗과 골리앗'

몸집으로 보자면, '다윗과 골리앗' 수준이다. '범죄도시'는 제작비 50억이 투입된 중간 사이즈 영화, '남한산성'은 제작비 150억이 투입된 대작이다. 흥행 목표치도 다르다. '범죄도시'는 손익분기점 200만, '남한산성'은 500만이다. 각각 메가박스 플러스엠과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 했다.

CJ의 경우 올여름 제작비 180억 원을 투입한 '군함도'가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하며 타격을 입은 만큼 '남한산성'으로 손해를 만회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배수의 진을 친 '남한산성'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며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를 노린다. 다행히 '킹스맨2'를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다.  

'범죄도시'는 올 추석 극장가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개봉 2주 전 언론·배급 시사회를 열어 자신감을 드러냈다. 광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규모 일반 시사회를 열어 개봉 전 입소문 효과를 노렸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는 반응이 온라인과 SNS에서 퍼지며 예매율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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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캐스팅vs가성비갑 배우

캐스팅을 비교해보면 게임이 안 돼 보인다. '남한산성'은 유례없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수직상승 시킨다. 이병헌과 김윤석의 동반 출연도 놀랍지만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한 편의 영화에서 단독 주연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범죄도시'는 가성비 좋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지난해 '부산행'에서 '좀비 킬러'로 출연해 천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마동석의 첫 번째 단독 주연작이다.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 캐릭터를 범인 때려잡는 괴물 형사 마석도에 이입했다. 매력과 재능을 겸비했지만 뚜렷한 히트작이 없었던 '미완의 대기' 윤계상도 이번 영화에서 데뷔 이래 첫 악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연기를 펼쳤다.

이밖에 떠오르는 신스틸러 조재윤, 최귀화, 임형준과 진선규, 홍기준, 허동원, 하준, 박지완, 허성태 등 이름은 낯설지만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강렬한 연기력을 가진 무명의 배우들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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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일보한 사극vs유쾌·상쾌·통쾌한 형사물

'남한산성'은 사극 영화의 한 발 전진을 보여준 작품이다. 코미디와 판타지로 점철된 퓨전 사극과 달리 주제의식과 역사 인식이 확고한 정통 사극이다. 상업성을 우위에 두고 조미료를 치는 기획 영화와 달리 묵직한 화두로 관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남한산성에 고립돼 청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인조와 주화와 척화로 분열된 조정을 보고 있노라면 현 시대의 정치가 보이는 듯 하다. 

종전의 사극이 역사적 사건에 픽션을 가미해 드라마적 재미를 강조한 것과 달리 '남한산성'은 논쟁 그 자체에 주목하며 과정으로서의 역사, 패배한 역사에 대한 고찰과 해석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소위 '국뽕'이라는 불리는 민족주의가 없다. 되레 '안티 국뽕' 혹은 '헬조선'의 결정판이라고 할 정도로 가혹하게 역사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범죄도시'는 생각 없이 즐기기에 그만인 팝콘 무비다. 유쾌, 상쾌, 통쾌한 에너지를 장착했다. 미국 영화로는 '리쎌웨폰', 홍콩 영화로는 '폴리스 스토리'가 생각나는 박력넘치는 형사물이다. 마동석, 윤계상 등 맞춤옷을 입은 듯한 배우들의 캐릭터 플레이에 찰진 유머, 다이나믹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강화했다. 

두 영화가 상반된 색깔과 특징을 가진 작품인 만큼 일각에서는 고구마와 사이다의 대결이라고도 부른다. 깊고 진한 맛이지만 보는 내내 목이 마른 영화(남한산성)와 톡 쏘는 상쾌한 맛이지만 끝 맛이 가벼운 영화(범죄도시)의 정면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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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하다vs잔인하다, 흥행의 방해요소

두 영화 모두 흥행의 방해요소가 있다. 한편은 시계를 여러번 보게 될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을 눈을 여러 번 가려야 할 수도 있다.

'남한산성'은 시종일관 느린 호흡과 무거운 분위기로 끌어가는 정통 사극인 만큼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화친과 척화로 의견을 달리하는 조정 내 대립을 그린 영화는 '말의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쉴 틈 없는 논쟁이 이어진다. 총 11장의 챕터로 나눠 47일의 시간을 꼼꼼하게 그리지만 국면 전환이 없는 데다 갈등-소강-재갈등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구조가 단조롭게 느껴진다. 2시간 1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역시 버겁게 다가올 수 있다. 

'범죄도시'는 잔인하다는 게 관객 수용 범위를 좁히는 방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 2007년 실제 벌어졌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실감 나는 범죄묘사에 공을 들였다. 제작진은 직접적인 행위 묘사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분위기와 사운드 만으로도 상당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얻어 20대 이상의 관객층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남성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가 예상되지만, 영화 주요 소비층인 여성 관객을 잡는 게 장기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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