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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안학교 출신 첫 프로 선수' 조선명이 쏘아올린 작은 야구공

[취재파일] '대안학교 출신 첫 프로 선수' 조선명이 쏘아올린 작은 야구공
“LG 트윈스 지명하겠습니다. 성지고 투수 조선명”

지난 11일 열린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구단은 성지고 투수 조선명을 4라운드에 지명했습니다. 대안학교 출신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작은 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이 불린 순간 조선명은 드래프트 현장이 아닌 김포 월곶면에 위치한 야구부 훈련장에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명될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구부원들과 감독님의 스마트폰으로 드래프트 생중계를 보고 있었습니다”라고 밝힌 조선명은 “4라운드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내 이름이 아닌 줄 알고 명단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성지고 조선명’이라고 써있었어요. 정말 기뻤습니다. 믿기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프로 지명은 생각지도 못했고, 대학 야구부 진학을 알아보는 중 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선명은 초등학교 시절이던 지난 2009년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에 감동을 받아 야구에 빠졌습니다. 친구들과 야구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던 조선명은 남양주 리틀야구가 운영하는 주니어팀(주말 야구반)에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될 무렵 그는 정식으로 야구를 배우기 위해 중학교 야구부로 진학을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인원이 꽉 찼다”, “야구를 너무 늦게 시작해서 힘들 것 같다” 뿐이었습니다.
조선명과 한길세 감독

중학교 야구부 활동 성적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 야구부 진학도 당연히 불가능했습니다.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려는 순간, 조선명은 대안학교 성지고에서 야구부를 창단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야구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학교 운동장이 없어 김포 월곶면의 사회인 야구장에서 훈련을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어머니가 반대했습니다. ‘대안학교’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안학교라는 이미지 때문에 어머니가 크게 반대하셨어요. 돈도 많이 필요하고, 어머니는 안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고집이 좀 세요. 야구하고 싶어서 밥도 안 먹고, 고집을 부렸죠. 계속 애원하면서 졸랐더니 어머니가 허락을 하셨어요.”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선명의 실력은 일취월장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좌절을 곱씹으며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지난해 부임한 한길세 성지고 감독은 “처음 만난 조선명은 자기 관리 능력이 정말 훌륭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혼자 훈련하는 조선명

일반 엘리트 야구부보다 실력이 부족한 성지고는 번번이 1라운드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조선명은 프로 구단의 스카우트들에게 조금씩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를 상회했고,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기록했습니다. 시즌 성적은 1승10패(14경기) 평균자책점 6.67에 불과했지만, 짧은 경력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기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드래프트 지명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대안학교 출신의 지명 사례가 없을뿐더러 자신의 실력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야구부 진학을 알아보려는 조선명에게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LG가 4라운드 37순위로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곳곳에서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고, 성지고 정문에는 그의 지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성지고 야구부가 훈련하는 김포 월곶면 고막리 마을 입구엔 ‘경축. 성지고 조선명 LG 입단 4번(4라운드)’이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마을 이장님의 작품이었습니다. 면사무소 3층 헬스장을 이용하는 조선명은 취재 당일 면사무소 직원에게 축하 인사까지 받았습니다. (암 투병을 했던 조선명의 어머니는 지명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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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의 프로 지명은 대안학교 야구부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습니다. 한길세 감독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조선명을 본 후배들이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노력으로 편견을 깬 조선명은 이제 프로 마운드에 희망을 던집니다.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선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욕심, 그거 하나로 살아남고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후배들이 대안학교라고 패배의식을 갖지 말고, 더 열심히 자기 실력을 후회 없이 뽑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할 겁니다.”

PS. LG 구단은 ‘절실함’과 ‘잠재력’을 조선명의 지명 이유로 밝혔습니다.

송구홍 LG 단장은 조선명의 지명에 대해 “중학교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선수인데, 투구 메커니즘이 굉장히 좋았다”며 “야구를 하기까지 배경을 들어보니 절박함이 느껴졌다. 절박함, 절실함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력과 트레이닝, 기술을 보는데 두 가지는 충족한다고 본다. 체중이 조금 적게 나가는데, 체계적으로 훈련 받고 피지컬을 향상시키면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안학교에서 첫 신인 탄생…노력으로 이룬 '야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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