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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why] 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명경기 (2) - 안현수부터 심석희까지

[평창why] 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명경기 (2) - 안현수부터 심석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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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why] 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명경기 (1) - 김기훈부터 전이경까지

※ SBS 뉴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why'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줬던 땀과 눈물, 감동의 순간과 함께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평창 동계올림픽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세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휩쓴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메달 사냥에 나섰습니다. 명실상부한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고기현과 최은경 등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여자 대표팀은 여전히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김동성이 건재했지만 중국과 캐나다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았고 특히 미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만큼 개최국인 미국의 약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우려는 놀랍게도 남자 1,500m 결승에서 딱 맞아떨어지게 되는데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안톤 오노 할리우드 액션' 사건입니다.

■ 여자 쇼트트랙 전성시대 그리고 안톤 오노…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의 은퇴에도 여자 대표팀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1,500m에 고기현과 최은경 두 선수를 모두 결승에 진출하며 또 한 번의 스타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최은경은 예선에서 1,500m 세계신기록을 수립할 정도로 기량이 절정에 다른 상태였고 당시 16살로 중학교 3학년이던 고기현도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고기현과 최은경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여자 1,500m 세계 랭킹 1위 양양 A 선수를 필두로 한 중국 대표팀이 한국에 설욕을 벼르고 있었지만 두 선수를 당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고기현과 최은경은 5바퀴를 남기고 1, 2위로 치고 나오면서 중국 선수들을 제쳤고 자리다툼 속에 양양 S가 미끄러져 넘어진 뒤 완벽한 호흡으로 양양 A를 따돌리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쓰는 쾌거를 이뤄냅니다. 

여자 대표팀은 3,000m 계주에서도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쳤습니다. 최민경, 최은경, 주민진, 박혜원이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양양 A와 S를 앞세운 중국 대표팀과 서로 치열하게 견제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3바퀴를 남긴 선수 교대 구간에서 펼쳐졌습니다. 중국이 주자를 교대하는 순간에 대표팀의 주민진이 교대하지 않고 반 바퀴를 더 도는 변칙 작전으로 중국과 격차를 벌렸고 당황한 중국 선수가 바깥 코스로 벗어나면서 승부는 갈렸습습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민경이 멀찌감치 격차를 벌리면서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계주 3연패라는 역사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4분12초793의 세계신기록까지 세울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였습니다.



남자 1,500m에서는 그 유명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 사건이 벌어집니다. 김동성이 7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나선 뒤 쾌속 질주로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금메달은 엉뚱하게도 2위로 들어 온 미국의 안톤 오노의 차지가 됐습니다. 안톤 오노가 1바퀴를 남기고 안쪽 코스를 파고들면서 김동성을 제치려다 팔을 번쩍 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김동성이 진로를 방해했다는 겁니다. 당시 주심을 본 호주의 제임스 휴이시 심판은 2006년 세계선수권에서 안현수에게 오프트랙 반칙을 선언해 실격을 준 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계주의 김민정이 고의로 중국 선수를 밀쳤다는 임페딩 반칙을 선언해 실격패를 안겨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쇼트트랙 역대 메달 솔트레이크~소치

■ 금메달 3관왕 안현수와 진선유…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노메달의 아픔을 겪은 한국 남자 대표팀은 절치부심하고 4년 뒤 토리노로 향합니다. 세대교체를 마친 남자 대표팀에는 또 한 명의 걸출한 선수가 세계무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떠오르게 될 안현수였습니다.



안현수는 팀 동료 이호석과 함께 출전한 남자 1,500m 결승에서 남다른 기량으로 빙판을 갈랐습니다. 안현수는 5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갔고 이호석도 같이 따라나간 뒤 한 번도 앞을 내주지 않고 가볍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안현수는 며칠 뒤 열린 1,000m 결승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습니다. 4년 전 '할리우드 액션' 논란과 함께 금메달을 땄던 안톤 오노도 함께 결승에 올랐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 바퀴를 남기고 안현수가 선두로 치고 나가고 이호석이 안쪽을 파고들며 두 선수는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개인 종목 2개에서 금과 은을 두 차례나 휩쓴 건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처음이었습니다.

기세를 올린 남자 대표팀은 계주에서도 금메달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안현수와 이호석, 서호진, 송석우가 팀을 이룬 남자 대표팀은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연출했습니다. 3바퀴를 남기고 송석우가 캐나다 선수와 몸싸움을 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대표팀에는 안현수가 있었습니다. 안현수는 2바퀴를 남기고 직선 구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캐나다를 제치고 선두를 탈환하며 대표팀에 금메달을 선사합니다.14년 만의 올림픽 남자 계주 금메달이자 안현수가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서 세 번의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 여자 대표팀은 토리노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중심에는 19살 고등학생 선수 진선유가 있었습니다 진선유는 변천사, 최은경과 함께 출전한 여자 1,500m 결승에서 놀라운 경기력으로 동료들을 이끌며 1, 2,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변천사가 왕멍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되는 아쉬움을 겪었지만 세 선수 모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진선유와 최은경, 변천사, 전다혜, 강윤미가 출전한 여자 3,000m 계주도 명승부였습니다. 4바퀴를 남기고 힘이 좋은 변천사가 선두 자리를 꿰찬 뒤 전다혜에 이어 마지막 주자로 나선 진선유가 압도적인 속도로 격차를 더 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4연속 계주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선유는 마지막으로 치러진 여자 1,000m 결승에서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마지막 바퀴 직선구간에서 놀라운 주파력으로 시원한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진선유가 안현수와 더불어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순간이었습니다.
쇼트트랙 역대 메달 솔트레이크~소치
쇼트트랙 역대 메달 솔트레이크~소치

■ 이정수의 등장 그리고 통한의 여자 계주 실격패…2010년 캐나다 밴쿠버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쇼트트랙 대표팀에 큰 변화가 닥친 시기였습니다. 대표팀의 간판이자 올림픽 3관왕인 안현수와 진선유가 대표팀에 오르지 못한 겁니다. 안현수는 2008년 1월 훈련 도중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힘겨운 재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세 차례 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탈락한 뒤에도 스케이트를 벗지 않던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진선유는 2008년 2월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중국 선수와 자리를 다투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친 뒤 후유증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은퇴를 선언하게 됩니다.

안현수가 빠졌지만 남자 대표팀에는 이정수가 있었습니다. 이정수는 성시백, 이호석과 함께 나란히 진출한 남자 1,500m 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세 명이 모두 선두 그룹을 이루는 압도적인 경기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다만 결승선을 바로 앞에 두고 이호석과 성시백이 엉켜 넘어지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정수는 이호석과 함께 출전한 남자 1,000m 결승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3바퀴를 남기고 이호석과 함께 나란히 선두로 치고 나간 뒤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습니다. 이정수를 필두로 한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금 2개, 은 4개, 동 2개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습니다.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여자 계주였습니다. 사상 첫 동계올림픽 5연패를 노리던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계주에서 중국에 앞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4바퀴를 남기고 김민정이 중국의 쑨린린을 제치는 과정에서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패가 선언됐습니다. 당시 주심을 맡은 호주의 휴이시 심판은 8년 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김동성에게 실격패를 선언해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준 심판이었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이은별이 1,500m에서 은메달, 박승희가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4년 뒤를 기약했습니다.
쇼트트랙 역대 메달 솔트레이크~소치
■ '오뚝이' 박승희와 심석희의 계주 대역전 드라마…2014년 러시아 소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은 여러 파문에 휩싸입니다. 일부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서로 짜고 도왔다는 이른바 '짬짬이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파벌 다툼에 특정 선수를 따돌리는 일까지 일어났다는 폭로와 폭행 논란까지 나오면서 남자 대표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소치로 향했습니다. 결국 돌아온 건 노메달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였습니다.

남자 대표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은 여전히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중심에는 대표팀의 기둥으로 성장한 박승희와 신예 심석희가 있었습니다. 박승희는 여자 500m 결승에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출발이 절반이라는 500m에서 출발 총성과 함께 맨 앞으로 치고 나간 박승희는 세 번째 코너에서 뒤따르던 선수들에 밀려 넘어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둘러 일어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넘어진 박승희는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4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영국 선수가 실격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불모지로 꼽히던 여자 500m에서 무려 16년 만에 나온 값진 메달이었습니다. 박승희는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500m의 아쉬움을 떨쳤습니다. 경기 막판 옷이라도 잡아보려는 중국 판커신의 '나쁜 손' 반칙까지 떨친 금메달이었습니다.



소치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나왔습니다. 4년 전 실격패로 눈물을 흘렀던 조해리와 박승희가 후배 김아랑과 심석희를 이끌고 출전한 계주에서 대표팀은 중국과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습니다. 이 경기는 올림픽 쇼트트랙 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오르 내리고 있는 말 그대로 명승부 경기입니다.



4년 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중국은 이번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표팀은 결승선까지 3바퀴를 앞두고 박승희에서 심석희로 마지막 주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중국 선수가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하는 사이 차이가 벌어진 겁니다. 하지만 심석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곡선 구간을 크게 돌더니 믿기지 않는 폭발력으로 직선 구간에서 중국을 제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 우리 선수들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심석희의 진로를 방해한 이유로 중국 대표팀이 추후 실격패 처리됐지만 반칙에도 굴하지 않는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빛을 발한 진정한 금메달이었습니다.
쇼트트랙 역대 메달 솔트레이크~소치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물하며 동계올림픽의 최대 볼거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의 눈은 내년 2월 평창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픽 : 김은정, 영상편집 : 한수아, 김보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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