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신고를 받고 몇 차례 '허탕' 출동한 경찰은 그에게 허위신고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전화는 계속됐습니다. 결국 경찰은 허위신고 3일째에 고시원에 홀로 거주하던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최근 4년간 허위신고나 오인신고로 인한 경찰 출동 건수가 160만 건을 넘어 경찰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허위·오인신고로 인한 출동 건수가 160만 9천938건에 달했습니다.
이후 3년 동안 이러한 신고는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허위·오인신고로 인한 경찰의 하루 평균 출동 건수는 1천9백여 건에 달합니다. 허위 또는 잘못된 신고로 매일 2천 번가량의 출동에 경찰력이 낭비된 겁니다.
지난 7월에는 초등학생의 허위제보로 경찰특공대와 기동대까지 투입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6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백화점 '고객의 소리함'에서 테러 예고로 의심되는 글이 적힌 엽서가 발견됐습니다. 엽서에는 '2017년 7월 6일 테러를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엽서를 발견한 백화점 직원은 112에 바로 신고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북부경찰특공대와 기동대가 투입됐습니다. 백화점 측은 직원과 고객들을 대피시켰고 경찰은 지하 7층, 지상 10층 규모의 본관과 지상 5층 건물인 별관을 2시간가량 수색했습니다. 그런데 테러를 예고한 범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를 찾기 위해 CCTV를 확인한 끝에 엽서를 남긴 사람이 인근 초등학교 4학년생인 A군으로 밝혀진 겁니다. 경찰의 조사 결과 A군은 장난으로 부모 몰래 엽서를 쓴 뒤 고객의 소리함에 넣었고 '테러'라는 단어의 의미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거짓신고로 의심돼도 출동할 수밖에 없는 경찰
■ '솜방망이 처벌'받는 허위신고…도움 필요한 사람 안전 위협
더 큰 문제는 허위신고가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벌금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허위신고를 하면 출동으로 발생한 비용을 신고자에게 추징하고 죄질에 따라 징역형으로 강도 높게 처벌합니다.
허위신고를 경찰력 낭비는 물론 도움이 절실한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벌 수위가 높지 않고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허위신고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형에 처합니다. 또 경찰이 출동했는데 허위신고로 확인되면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공권력 투입비용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