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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은정, "(최)혜진이 활약에 자극…프로대회 챔피언 조에서 만나고 싶다"

[취재파일] 성은정, "(최)혜진이 활약에 자극…프로대회 챔피언 조에서 만나고 싶다"
- "혜진이와는 오랜 라이벌…서로 자극 주고받으며 경쟁"
- "나는 아마추어, 혜진이는 이제 프로…KLPGA 투어에서 만나면 기분 묘할 듯"
- "교정 중인 스윙 완성 단계…성은정도 살아있다는 걸 곧 보여주고 싶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내는 대한민국 여자골프에는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고교생 '쌍두마차'가 있습니다. 바로 최혜진(학산여고 3학년)과 성은정(영파여고 3학년)입니다. 두 선수는 1999년생 동갑내기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연습하고 대회도 같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실력도 엇비슷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 1999년생 동갑내기…먼저 앞서간 쪽은 성은정

먼저 앞서나간 쪽은 성은정이었습니다. 성은정은 2013년 중학교 2학년 때 최혜진보다 1년 먼저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이듬해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습니다. 미국 대회에 자유롭게 출전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2016년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 무대인 KLPGA 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더니,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엄청난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역대 최초로 한 해에 US 여자주니어선수권과 US 여자아마추어선수권 두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입니다. 이는 '골프의 전설' 박세리도, '골프 여제' 박인비도 이루지 못한 위업입니다. '보이시'한 외모와 175cm의 큰 키에서 최장 280야드까지 뿜어내는 호쾌한 장타력은 종종 박성현과 비교되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 올해 두 선수 희비 교차…최혜진 뜨고, 성은정 주춤

이렇게 잘 나가던 성은정이 올해 들어 주춤한 사이 최혜진이 혜성처럼 등장하며 두 선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성은정은 올해 한국(2개)과 일본(1개), 미국(6개) 투어를 오가며 8개 프로 대회를 치렀는데 5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최고 성적은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의 16위였습니다. 

반면 최혜진은 아마추어로는 18년 만에 프로대회 시즌 2승(용평리조트여자오픈, 보그너 MBN여자오픈)과 세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박성현과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다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골프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만 18세 생일이 지나자마자 24일 프로 전향을 선언했고, 오는 28일 롯데와 10억 원이 넘는 역대 신인 최고액 후원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별도로 의류 후원 금액만도 1억 5천만 원에 이릅니다). 최혜진은 오는 31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 팰리스 CC에서 개막하는 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 원, 우승상금 3억 5천만 원) 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릅니다.
최혜진
이렇게 승승장구하며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최혜진의 맹활약을 보면서 친구 성은정의 심정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골프가 다 그렇죠 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고,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있잖아요. 혜진이와 저는 라이벌인데, 혜진이는 지금 잘 되는 시기인 거고 저는 지금 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윙을 다시 만들고 있는 중이거든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성은정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했습니다. 

● 올해부터 스윙 교정 중…샷 메이킹 완성 단계

Q. 스윙에 어떤 변화를 주는 건가?
"그동안 제가 너무 공을 손 감각에만 의존해서 쳤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물 흐르듯 스윙이 이루어지고 궤적에서 자연스럽게 공이 맞아야 하는데, 예전에 제 스윙을 보면 임팩트 때 손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방향도 좌우로 비뚤어지고 공에 힘이 100%전달이 안 된거죠.

올해 초부터 이걸 잡아가고 있어요. 풀 스윙으로 있는 힘껏 스윙 궤적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파워를 실어서 볼을 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연습하는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예전 스윙 습관이 좀 남아 있긴 한데 이게 제대로 잡히면 거리도 더 늘 것 같아요."


Q. 지금도 워낙 장타자인데, 여기서 비거리가 더 늘면 얼마나 멀리 친다는 건가?
"어쩌다 마음먹고 쳐서 잘 맞으면 290야드까지 나가는 것 같아요."

Q. 친구 최혜진이 우승하는 장면들을 중계방송으로 보았나?
"두 번 다 TV 생중계를 보지는 못했고 TV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 봤어요. 축하메시지도 보냈어요. 진짜 잘 친다고, 프로에 가서도 더 잘 했으면 좋겠다고요."

● 친구 활약에 자극…더 성숙하고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성은정
Q. 친구의 활약이 자극이 되나?
"물론이죠. 자극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혜진이와는 오랜 라이벌이거든요. 작년에 US 여자아마추어선수권 16강전에서 처음으로 혜진이와 매치플레이로 맞붙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제가 5홀 차로 이겼어요. 그 기세를 몰아서 제가 우승까지 했고요.  혜진이와 저는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면서 선의의 경쟁을 해 나가는 것 같아요."
 
 Q. 최혜진은 이제 신분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바뀌었다. 먼저 프로가 된 친구 보면서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묘하죠. 아마추어와 프로는 정말 모든 게 다르거든요. 정말 골프가 직업이 되는 거잖아요. 이제 혜진이 만나면 '최 프로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하하."

성은정은 10월 31일이 되어야 만 18세가 되기 때문에 프로 전향은 11월부터 가능하지만 올해까지는 아마추어 신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프로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할 계획입니다. 현재 초청 받은 대회는 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9월 14일~17일)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11월 2일~5일), 그리고 LPGA 투어 맥케이슨 뉴질랜드 여자오픈(9월 28일~10월 1일)입니다. 

성은정은 프로 전향을 앞두고 두 가지 플랜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초청받은 대회에서 우승해 해당 투어의 시드 획득을 노리면서 동시에 미국 L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10월, 11월)에 두 차례 응시하는 것입니다. 물론 Q스쿨 응시 전에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면 Q스쿨에는 갈 필요가 없습니다.

● 성은정-최혜진, 11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격돌?

성은정과 최혜진은 어느 대회에서 만날까요? 일단 성은정이 출전하는 BMW 레이디스에는 최혜진이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가 만날 가능성이 가장 큰 대회는 11월 2일 개막하는 KLPGA 투어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입니다. 최혜진도 이 대회 출전을 긍정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최혜진과 성은정을 같은 조에 편성한다면 또 하나의 흥행카드로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또 재미있는 포인트는 최혜진은 프로 신분으로, 성은정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혜진이랑 프로 대회에서 만나면 기분이 정말 묘할 것 같아요. 프로와 아마추어로 서로 신분은 다르지만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조, 챔피언 조에서 만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 날이 오려나? 하하 "

전화를 끊기 전, 성은정이 씩씩하게 던진 이 한마디가 왠지 허풍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성은정도 살아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성숙한 골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골프를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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