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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흑표전차 독일제 파워팩 중대 결함…몇 달째 원인 불명

[취재파일] 흑표전차 독일제 파워팩 중대 결함…몇 달째 원인 불명
국산 전차 K-2 흑표의 파워팩(엔진, 변속기, 냉각장치 등 복합장치)에서 중대 결함이 나타났지만 몇 달째 결함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전력화된 K-2 전차 100여 대에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돼 있습니다. 이 독일제 파워팩의 변속기에서 작년부터 잇달아 금속 막대, 금속 조각, 금속 가루가 나와서 전차가 멈춰섰고, 독일 현지에서 결함 파워팩을 분석하고 있지만 여태 답이 없습니다. 

K-2 전차는 1차로 전력화된 100여 대가 끝이 아닙니다. 2차, 3차 전력화 사업을 통해 각각 100여 대씩 모두 합쳐 200대 이상을 추가로 전력화할 계획입니다. 원래 1차 전력화 사업부터 국산 파워팩을 사용할 참이었는데 국산 개발이 지연되면서 1차분에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했습니다. 국산 파워팩은 우여곡절 끝에 개발을 마치고 현재는 양산을 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K-2 전차의 2차 전력화 사업을 국산과 독일제 중 어떤 파워팩으로 가느냐를 결정할 기로에 다다랐는데 세계 최고 파워팩이라는 독일제가 말썽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런데 2차 전력화 사업의 파워팩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독일제 파워팩의 중대한 결함들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 흑표전차 독일제 파워팩 중대 결함…몇 달째 원인 불명1
● 독일제 파워팩에서 중대 결함 발생

기자가 확보한 독일제 파워팩 사용자 불만 보고서를 보면 독일제 파워팩은 작년 5월부터 올 초까지 대략 K-2 전차 6대에서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작년 5월 한 변속기 안에서 오링, 즉 O자 형의 금속들이 나왔습니다. 변속기 내부에 심각한 파손이 생겼다는 방증입니다. 7월에는 변속기 안에서 맨눈으로도 훤히 보이는 금속 막대가 발견됐습니다. K-2 운행 중에 변속기 내부에서 떨어져 나온 것입니다.

변속기 안에서 오링이나 금속 막대가 나왔다는 것은 해당 파워팩의 변속기에 부품 교환, 수리로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손상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국산 파워팩의 변속기도 개발과 양산 내구도 평가에서 이런 정도까지의 결함은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작년 8월에는 변속기 냉각팬이 구동하지 않는 사고가 났습니다. 냉각수 온도가 치솟아서 엔진이 멈춰 섰습니다. 사고 당시 이 전차의 총 주행거리는 300km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자동차로 치면 뽑은 지 얼마 안 된 새 차가 보닛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시동이 꺼진 것과 같은 일입니다.

작년 말에는 변속기 안에서 금속 가루가 검출됐고 올 1월에는 금속 조각과 쇳가루가 다량 나왔습니다. 금속 조각과 쇳가루가 나오는 사고가 있은 지 열흘쯤 뒤에는 다른 K-2의 변속기 안에서 동 조각과 쇳가루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습니다. 국산 파워팩 내구도 평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평가를 중단하고 결함을 고쳐서 처음부터 다시 평가를 합니다.

● 국방기술품질원, "장병들의 실수가 빚은 단순 고장"

독일 파워팩 업체에게 제재를 가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부 기관이 나서서 결함을 축소하고 숨기기에 바쁩니다. 전력화된 무기체계의 관리를 책임지는 국방기술품질원 측은 독일제 파워팩 결함 문제에 대해 “변속기와 연료펌프, 유압펌프 각 1개씩, 모두 K-2 전차 3대에서 사소한 결함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인에 대해서는 “장병들이 파워팩 구동 원리를 잘 알지 못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장병들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결함 파워팩이 3대도 아니고, 장병 탓도 아닙니다. 기계의 구조적인 결함입니다.

방위사업청의 방위사업 감독관실은 국회에 자발적으로 찾아가서 독일제 파워팩의 결함을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방위사업 감독관실은 ‘오해’라고 일축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 관계자는 “국회 모 의원실의 요청을 받고 K-2 전차 관련 여러 현안을 종합해서 구두로 설명한 적이 있다”며 “독일제 파워팩 결함은 보고 내용 중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 직원이 국회의원실 보좌관에게 말로 설명하다 보면 뜻이 잘못 전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기술품질원은 명백하게 독일제 파워팩의 결함을 축소, 은폐했습니다. 연료펌프, 유압펌프의 결함도 국방기술품질원 설명보다 심각하고, 변속기와 연료펌프, 유압펌프의 결함 건수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위사업청 핵심 관계자는 “독일제 파워팩의 결함은 중대한 문제인데도 아직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력화된 파워팩을 관리하는 기관이 2차 K-2 전력화 사업의 파워팩 기종 결정의 순간을 앞두고 독일제의 결함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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