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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흑표전차의 '심장' 국산화 또 무산?…노골적인 독일제 띄우기

[취재파일] 흑표전차의 '심장' 국산화 또 무산?…노골적인 독일제 띄우기
국산 전차 K-2 흑표는 지난 2014년부터 전력화됐습니다. 당초에는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워팩(엔진, 변속기, 냉각장치 등 복합장치)을 국산으로 개발해 K-2 전차에 장착할 예정이었지만 개발이 뜻대로 안돼서 우선 독일제 파워팩을 달고 K-2 1차분 100 여 대를 만들었습니다.

2016년 말부터는 1,500마력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완전한 국산 전차 K-2를 실전 배치하려고 했는데 국산 변속기가 양산 내구도 평가에서 자꾸 퇴짜를 맞는 바람에 전차 100% 국산화 계획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국산 파워팩이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국산 파워팩 개발을 아예 포기하고 독일제 파워팩으로만 K-2를 생산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 생산'이라는 방침에 미묘한 변경 움직임까지 포착됩니다. “독일제 파워팩도 결함이 발생했지만 장병들의 부주의로 생긴 아주 사소한 일”이라는 말이 유력한 평가 기관들에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전력화된 100 여 대 K-2의 독일제 파워팩은 써보니 괜찮다는 뜻이고, K-2 전차 2차 사업도 독일제 파워팩으로 가자는 말로 들립니다.

확인 결과, 독일제 파워팩에서도 중대한 결함이 여러 건 발생했습니다. 장병들이 부주의해서 생긴 고장이 아니라 군 용어를 빌자면 구조적이고 심각한 중(重)결함으로 드러났습니다. 결함 건수도 유력 기관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관들은 독일제 파워팩의 결함을 축소하고 감추고 있습니다. 속셈이 뭘까요?

● 3대에서 각각 1건씩 단순 결함 발생?…완벽한 거짓!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얼마 전 기자에게 “의원실에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방위사업 감독관실에서 제 발로 찾아와서는 독일제 파워팩의 결함과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은 방산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와 감사원 감사관들이 주축이 돼 박근혜 정권 때 만들어진 방위사업청의 한 부서입니다. 무기 개발과 무기 도입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감독하고 검증하는 일을 맡습니다. 방위사업청의 일개 부서 같지만 박근혜 정권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좌관의 말에 따르면 방위사업 감독관실 측은 “독일제 파워팩의 변속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고 연료펌프와 유압펌프가 고장났지만 장병들이 엔진 오일을 제때에 갈지 않아 생긴 사소한 결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변속기 안에 생긴 이물질이 생겼다는데 엔진 오일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변속기 오일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현재 전력화된 K-2는 변속기와 엔진의 오일을 교체할 시기도 아닙니다.

전력화된 해외 도입 무기의 유지 및 관리를 맡는 기관은 방위사업청도 아니고 방위사업 감독관실은 더더욱 아닙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이라는 기관의 업무입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 측은 이에 대해 “국내 개발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고 독일제는 그냥 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국회에 가서 그런 설명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 쪽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제 파워팩의 변속기와 연료펌프, 유압펌프에서 단순 고장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고장이 생긴 전차는 모두 3대이고 각 전차마다 각각 1개의 구성품에서 말썽이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과 국방기술품질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국산이었으면 시험평가를 중단하고 업체를 뒤집어 놨을 변속기 중대 결함이 최소 6건 발생했습니다. 결함 원인도 장병들의 사소한 부주의 탓이 아닙니다. 군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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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제 파워팩의 변속기에서 잇단 중결함 발생

작년 봄부터 올 초까지 K-2 전차의 독일제 파워팩 변속기에서 6건의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한번은 변속기 냉각팬이 작동하지 않더니 냉각수 온도가 급상승하고 엔진이 꺼졌습니다. 변속기 안에서 육안으로도 훤히 보이는 금속 막대가 발견됐는가 하면 금속으로 만든 O자형의 링들도 나왔습니다. 한 변속기에서 금속 가루가 검출되더니 어떤 전차의 변속기에서는 금속조각과 가루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동과 마그넷 성분의 조각과 가루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과 국방기술품질원은 전차 1대의 변속기에서만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기자가 확인한 변속기 결함만 6건입니다. 기간을 재작년 이전, 올 1월 이후 현재까지로 늘리면 독일제 변속기 결함은 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일을 제때에 교체하지 않아서 생긴 고장도 아닙니다. 기자가 입수한 군의 공문서를 보면 변속기 생산 과정에서 생긴 구조적 오류가 결함 원인일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주장하는, 부주의한 장병들 탓이 아닙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과 국방기술품질원은 K-2 독일제 파워팩의 변속기 결함 건수와 내용, 원인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방위사업 감독관실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언급한 유압펌프 1대와 오일펌프 1대의 결함도 1대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함 원인도 장병의 부주의가 아닐 것 같습니다.

파워팩 국산화를 포기하느냐, 앞으로 생산할 K-2 전차 200 여 대의 파워팩도 독일제로 쓰느냐의 갈림길에서 의사 결정의 유력 기관이 거짓 정보로 독일제를 홍보했습니다. 국산을 포기하고 독일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회에 로비했다는 비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 감독관실은 “방위사업청의 사업 담당 부서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고 국방기술품질원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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