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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한보다 특검이 무섭다?…'트럼프 탄핵열차' 시동거나?

[월드리포트] 북한보다 특검이 무섭다?…'트럼프 탄핵열차' 시동거나?
● 트럼프 턱 밑까지 다가온 '러시아 게이트' 특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소식에 다소 묻힌 이슈이긴 했지만, 지난주 미국 워싱턴 정가에선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간 내통 의혹을 일컫는 '러시아 게이트'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대통령 일가를 정조준했다는 보도가 연일 화제였습니다.

뮬러 특검이 버지니아 연방법원 외에 최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인 대배심(Grand Jury)을 구성했고, 이 대배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는 기사가 잇따랐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러시아측 여성 변호사와 접촉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뉴욕타임스의 추적 보도로 하나둘 까발려지자 트럼프 주니어는 변호사와 만남을 주선한 러시아측 인사와 주고받은 이메일(e-mail)을 스스로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메일 안에 러시아측 인사가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할 수 있는 정보를 주겠다는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에 혹한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측과 만난 게 아니냐, 그러니까 트럼프 측과 러시아간 내통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 '스모킹 건(smoking gun)'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남에게 거짓 해명을 하도록 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 아동 입양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라고 러시아 변호사와의 회동 경위를 언론에 해명했는데, 이 내용이 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로 불러준 내용을 받아 적은 것이라는 보도였습니다. 대통령 부자가 함께 궁지에 몰리는 형국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주니어는 물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폴 매너포트 대선캠프 선대위원장을 겨냥해 러시아와의 금융거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검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겁니다.

● 무서운 대배심, 비밀리에 기소 위한 증거 수집

앞서 대배심이라는 기구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는데, 우리 사법 체계에는 없는 제도여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법정에서 판사 말고 배심원단(Jury)이 유무죄를 평결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배심원단과 대배심은 역할이 다릅니다. 

대배심원은 일반 시민 가운데 무작위로 20여 명 정도(16명에서 23명)가 뽑히고요. 검사의 지휘 아래 어떤 사람이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그러니까 재판에 넘길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러니까 배심원단은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을, 대배심원은 재판 전에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배심은 우리로 치면 검찰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대배심은 이를 위해 증인 소환과 자료제출 요구권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절차는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됩니다. 소환장을 받고 대배심원실에 가면 대배심원들과 검사, 속기사, 그리고 법정 경위 정도만 있습니다. 방청석도 없고 기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심지어 소환되는 증인이 대배심원실에 자신의 변호사를 데리고 오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답변을 잘못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제출을 요구받은 문서를 훼손하면 역시 처벌됩니다.

● 트럼프는 트윗도 절제…측근들은 연일 강공 펼쳐

이런 대배심 절차가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에선 위기감을 느낄만 합니다. 게다가 대배심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가 동시에 굴러간다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측도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주 금요일(4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17일간의 장기 휴가에 돌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직접 대응을 해서 도움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는 일체의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트위터로도 다른 이슈에 대해선 언급하면서도 특검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이 가족의 재무상황까지 조사한다면 선을 넘는 것"이라고 일차 경고를 보낸 바 있습니다.

대신 측근들이 특검에 대한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대통령 일가에 대한 특검의 금융거래 추적은 별건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의 수사범위를 넘어서는 월권이라는 겁니다. 특검을 임명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 역시 "뮬러도 나도 이 수사의 구체적 범위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낚시 탐험(fishing expedition, 마구잡이식 증거조사)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변호인인 세큘로 변호사도 "대통령 외부 변호인들이 특검으로부터 금융거래에 관한 어떤 문건이나 정보요청도 받지 않았다"며 "권한을 넘어선 특검의 어떤 요구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의회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여당인 공화당 중진 그레이엄 의원을 비롯해 공화, 민주 등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뮬러 특검의 해임을 막기 위한 법안들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특검 해임권을 가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뮬러 특검을 해임하려고 할 경우, 사전에 그 이유를 상원 법사위에 보고할 것을 규정한 법안 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 특검발 '트럼프 탄핵열차'는 출발할 수 있을까?

이런 여러 논란들은 결국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열차에 올려 태울 수 있느냐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미국 헌법은 '반역 또는 뇌물, 그리고 기타 중대한 범죄나 비행'을 탄핵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특검이 어떤 혐의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일가의 자금 흐름까지 들여다본다는 건 심상치 않은 징조입니다. 

앞서 지난달 13일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식 발의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것이 탄핵사유인 사법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취집니다. 사법방해죄는 역대 3번의 탄핵 사건 가운데 닉슨의 워터게이트,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에 적용된 바 있습니다. 

셔먼 의원의 발의는 민주당의 당론도 아니었고 탄핵소추의 1차 관문인 하원에서 공화당이 의석의 과반(55%)을 차지하고 있어서 탄핵 움직임이 당장 힘을 받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폐기법 같은 쟁점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공화당 의원들을 맹비난하면서 당청간에 갈등 수위가 급상승했습니다. 여기에 특검이 확실한 수사 결과를 더 얹는다면 여당내 반란표가 늘어날 여지는 다분하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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