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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 "성추행 의혹 등 철저 조사"…내부 개혁 요구 '봇물'

내부 구성원 "드러난 게 전부 아냐"…지속적 감시·견제 필요

[취재파일] 국회 "성추행 의혹 등 철저 조사"…내부 개혁 요구 '봇물'
● 국회 "철저 조사 후 징계 약속", 그러나…

▶ [단독] 성추행·횡령에도 '징계 없음'…제 식구 감싼 국회

지난 4일 SBS 8뉴스는 '성추행·횡령 의혹에도 눈감는 국회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사흘만인 7일 우윤근 사무총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신속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엄중하게 징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 회계의 투명성 확보 등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도 지시했습니다. 주말이 끼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신속한 대처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처에도 국회 노조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신속한 대처가 '쇼' 아니냐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미 4~5개월 이전에 발생한 사건인 데다 내부적으로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건인데, 마치 새로 알게 된 것처럼 대책을 내놓는 것이 쇼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회 사무처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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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공무원 "드러난 게 전부가 아냐"

이번 취재는 지난 5월 국회 내부의 성추행 관련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여러 이유로 기사화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만 거듭하다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도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국회 노조 게시판의 글과 한 국회 공무원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당시 노조게시판에는 이 사건을 포함해 또 다른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이 연루된 '회계부정' 의혹 등 여러 건에 대한 폭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한 국회 공무원의 말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예로 든 한 국회 고위 공무원 A 씨의 경우, 팀 말단 남자 후배에게 여직원들을 콕콕 찍어 식사 자리를 잡으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는 겁니다. 일반 기업같은 경우 이 정도만 구설수에 올라도 인사 조치감일 텐데, 실제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몇 번 이런 자리를 통해 '간을 본' 다음,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적은 대상을 골라 애매하게 성희롱, 추행을 일삼는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A 씨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이 공무원은 전했습니다.

제보 내용은 더 있었지만 더 공개하진 않겠습니다. 특정인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다른 곳도 아닌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국회에서 '묵인과 재발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국회
● 감시·견제받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

제가 속한 정치부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국회의원뿐입니다. 국회에서 일하는 입법고시 출신 공무원들은 의원들을 보좌하는 그룹으로서 언론의 관심을 피해 왔습니다. 사실 그들이 음주운전을 했든, 비위를 저질렀든, 기사는 거의 나가지 않습니다. 마치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사이 국회는 국민이 아닌 '그들'만을 위한 견고한 성으로 변해왔는지 모릅니다.

또 입법고시 출신끼리의 견고한 카르텔도 한몫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 년에 10~30명 내로만 뽑아온 탓에 기수 문화도 분명하고 배타적이란 겁니다. 취재 중 만난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내부에는 입법고시라는 카르텔, 기수 문화가 형성돼 있고 '우리들끼리는 안다치게 한다'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전했습니다. 문제가 있어도 수용하고 넘어가고, 같은 기수는 다 함께 승진시켜주는 그런 관행이 있다는 거죠.

그 피해는 같은 입법고시 출신이라도 '낮은 기수', 또는 비(非) 입법고시 출신 공무원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들이 "평생직장을 다니는 동안, 이 좁은 국회 바닥에서 몇 번이고 마주칠 텐데" 하며 속으로 삭이는 동안, 기득권자들은 더 대담해집니다.

(높은 기수의) 고위 공무원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낮은 기수인) 그 여직원이 원해서 다른 부서로 옮겨줬다"고. 하지만 사채업자에게 써준 신체 포기 각서가 실제로는 내 의지가 아닌 것처럼, 이 후배 여직원이 스스로 전출을 희망했다고 해도 그건 형식 논리일 뿐입니다. 본질은 죄지은 자가 아니라 힘없는 자가 희생양이 돼 떠밀려 났다는 것이겠죠. 사회 정의의 기초가 되는 법을 만드는, 다름 아닌 이곳 국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이제 국회는 또다시 국정감사를 비롯해 하반기 일정을 시작합니다. 정치부 기자들 또한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과 정쟁, 정계개편을 취재하느라 다른 곳을 돌아볼 여념이 없을 겁니다. 결국 국회란 곳도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또 '묵인과 재발'의 악순환을 거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국회 공무원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그 계란 자국이 갖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고요. 비단 이곳 국회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새 정부의 모토대로, 국회 내 적폐도 끊어낼 수 있길…. 작은 희망을 품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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