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이 미국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붙은 직후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향후 5년간 정부 1조 원과 민간 투자 2조 5천억 원 등 모두 3조 5천억 원을 쏟아붓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일본은 조용하고도 착실하게 4차 산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4차 산업의 주요 과제를 '1) 인공지능 2) 빅데이터 3) 자율운전 4) 무인기 드론'으로 정리하고,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관련 뉴스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관련 기업들도 적극 실생활에 접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분야가 바로 기업 인사분야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 첫 단계는 바로 채용 시스템입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올해부터 입사지원자들의 1차 서류전형 심사에 인공지능을 도입했습니다. 우선 채용전문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지원자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엔트리 시트(entry sheet/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주요 질문에 답변을 입력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가장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입니다.
저도 SBS 입사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수백 장을 읽고 평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질문에 안 맞는 답변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워낙 많은 기업에 지원을 하다 보니 다른 업체에 낼 자기소개서를 SBS에 제출한 분도 많습니다. 일단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은 이런 엉뚱한 답변부터 걸러냅니다.
일본 맛집 정보업체 '레티'(retty)는 이미 1년 전부터 인공지능 서류전형을 도입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입사지원자들의 답변 내용을 스스로 학습해 비슷한 내용이나 잘못된 문장 등을 판단해냅니다. 레티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OK, NG를 넘어 입사지원자들을 A,B,C,D 등으로 평가합니다.
기업으로서 가장 큰 장점은 채용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일본 닛테레(NTV) 방송은 인공지능과 사람의 서류전형 검토시간을 비교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인사 담당자들이 입사지원자 5명의 답변을 검토해 부적격자 한 명을 골라내는 실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SBS 입사지원자분들의 일부인 400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때 꼬박 이틀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처럼 자기소개서 평가에 투입된 기자가 세 명이었습니다. 400명의 자기소개서를 세 명이 중복 평가한 것이죠.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인공지능이 엉뚱한 답변자나 남의 글을 베껴 쓴 동일 문장 작성자 정도만 가려준다면 저는 도입에 찬성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에게 1차 서류전형 전체를 맡기는 것도 아닙니다.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합니다. 2차 면접도 사람이 합니다. 하지만, 일본 인공지능 개발업체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미 2차 면접까지 인공지능에게 맡기려는 업체들도 등장했습니다. '탤런트 앤 어세트먼트'(T&A)사는 소프트뱅크의 소형로봇 '페퍼(pepper)'에 인공지능을 설치한 '샤인(SHaiN)'이라는 인공지능 면접관을 개발했습니다.
일본의 인공지능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첨단기술과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나라가 더 빨리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업체들은 향후 10년 내 신입사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의 인사평가도 인공지능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업무 성과 수치를 인공지능이 평가해 인사담당자에게 제시하는 겁니다. 인공지능에게 사람이 평가받는 시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