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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동성범죄' 파문 속 인사 단행…분위기 쇄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내 보수파 거두로 꼽히며 교황과 충돌해온 게르하르트 뮐러 신앙교리성 장관을 전격 해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교황청은 1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5년 동안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수행하온 게르하르트 추기경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후임으로 루이스 페레르 신앙교리성 차관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독일 출신의 게르하르트 추기경(69)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2012년 가톨릭 교리를 관장하는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된 인물로 교황청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추기경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전통적으로 가톨릭에서 죄인으로 인식해온 이혼자나, 재혼자도 성체 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침에 반대하는 등 진보적인 성향의 교황과 교회의 핵심 개혁 의제에서 충돌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수 십년 동안 가톨릭의 치부로 인식돼 온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범죄의 내부 은폐를 밝히고, 이를 엄단하고 근절하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 주도의 개혁 노력에 저항해온 교황청 내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뮐러 추기경이 5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임무를 수행한데다 그가 오는 12월이면 교황청의 공식 은퇴 나이인 70세에 이르기 때문에 임기를 연장하지 않을 명분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교황이 단행한 인사 조치는 가톨릭의 오랜 치부인 아동성범죄 파문에 직접적으로 휩싸인 교황청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개혁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지난 23일 교황청 서열 3위로 꼽히는 조지 펠(76) 교황청 재무원장은 과거에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모국 호주에서 기소되며 바티칸과 전 세계 가톨릭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교황청 재정 개혁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직접 발탁한 터라 그의 임명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교황의 판단력에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황이 아동 성추행을 뿌리뽑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창설한 아동보호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마리 콜린스는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펠 추기경의 임명 자체가 호주의 사제 성폭력 피해자와 교황청 내에서 아동 성범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모욕이었다"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이던 1960년대에 신부로부터 직접 성폭력 피해를 입기도 한 그는 "펠 추기경은 교황청 내부에 숨어서는 안됐다"며 그가 기소돼 호주로 떠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너무 늦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월 교황청 관료 조직의 아동 성범죄 근절 노력에 대한 비협조와 저항에 좌절을 토로하며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한편, 페레르(73) 신임 신앙교리성 장관은 스페인 출신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소속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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