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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15년…윤영하 소령과 부친 '대를 이은 나라 충성'

윤 소령 부자, 해군사관학교 32년 선후배 사이

"벌써 15년이 지났네요. 이제는 잊어야지 하면서도 아들을 잃은 아비 마음이 뜻대로 되진 않아요…"

29일 오후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정.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윤영하 소령의 15주기 추모식장에서 만난 아버지 윤두호(76)씨는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매년 6월 29일 윤 소령의 모교에서 열려 온 추모식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또 감회가 새삼 달랐다.

아들의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의 명예 함장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명예 함장 위촉장을 받고 온 윤씨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을 이렇게 기억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해군사관학교 18기 출신인 윤씨는 해사 50기인 아들의 32년 선배 장교다.

또 윤 소령이 전사한 6월 29일은 정확하게 32년 전 윤씨가 군 복무 때 북한 간첩선을 나포한 날이기도 하다.

윤씨는 해군 제12해상경비사 소속 경비정 정장이던 1970년 6월 29일 인천 남쪽 해상에서 몰래 침투해 들어오던 북한 간첩선을 치열한 교전 끝에 나포했다.

해사 출신인 두 부자가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날, 아버지는 인헌무공훈장을 받고 32년 뒤 아들은 전사 후 충무무공훈장을 추서 받았다.

대를 이어 나라에 충성한 헌신은 지금까지도 주위를 숙연케 한다.

윤씨는 아들에게 "장교는 국가로부터 선택된 사람으로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고 갈 재원이다. 항상 국가에 충성하며 국가에 보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했다.

아들에게 "나라를 지키다 죽는 것이 군인으로서는 가장 영광된 죽음"이라고도 틈틈이 강조했는데,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말은 쓰라린 현실이 되고 말았다.

1년 만에 아들의 흉상을 마주한 아버지는 물끄러미 아들의 얼굴을 지켜보다가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내 아쉬운 듯 윤씨는 발걸음을 다시 돌려 윤 소령 흉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한동안 말없이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아들이 살아 있다면 동기들처럼 중령 계급을 달고 대령 승진을 앞두고 있었겠네요.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서 손자까지 해군사관학교에 갔다면 3대가 해사 출신인데… 이렇게 부질없는 생각을 합니다. 다 소용없는 것을…"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또 이렇게 6월의 '그날'을 힘겹게 보냈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린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께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참수리 357호정에 기습공격을 가해 발생했다.

참수리 357호정 장병들은 적의 기습공격에도 즉각적인 대응으로 단호히 적을 응징해 서해 NLL을 사수했다.

이 전투로 357호정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고, 북한군은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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