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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③ 부처에 따라 장관 후보 '필수 의혹' 따로 있다?

[마부작침] 인사청문회대해부
▶ 인사청문대해부 ① 논란 인사 비율…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노무현 정부 順으로 높았다
▶ 인사청문대해부 ② 의원 불패, 관료 무난, 교수 험난…직업별 인사 성적표

주민등록법 위반자가 '장관도 위반했는데 왜 나만 처벌하냐'고 따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한 야당 의원의 일갈에 인사청문회장에 앉아있던 후보자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 2014년 7월 8일, 정종섭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다. 주민등록법 위반(위장전입)한 사람이 주민등록법의 주무부처인 안정행정부 장관이 될 자격이 있냐는 비판이 쏟아졌던 것.

정종섭 전 장관만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된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비판마저 푸념처럼 공허해질 지경이다. "장관이 되려면 이 정도 의혹은 필수"라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라는 자조, 이게 진짜 우리의 현실일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역대 청문회 대상자 330명을 전수조사해 대한민국 최고위급 공직자의 자화상을 알아봤다.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정권별·직책별 특징과 의혹의 변화상을 알아봤다.(※본 기사는 2017년 7월 13일까지 인사청문 결과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음)

● 행자부 장관 후보 절반이 ‘위장전입 의혹'

<마부작침>은 인사청문 대상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특징별로 묶었다. 부동산 투기와 다운계약서 작성 등은 ‘부동산 의혹’, 자녀의 이중국적과 병역면탈 등 후보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과 관련된 의혹은 ‘가족 관련 의혹’, 그리고 ‘위장전입’, ‘병역 문제’, ‘논문표절’, ‘세금탈루’ 등 의혹들을 17개로 분류했다. 이를 기초해서 부처별 장관급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유형별로 분석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된 경우엔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됐거나 낙마했을 경우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마부작침] 의혹 분류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주민등록법 제37조 3의 2)에 처해지는 범죄,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자 5대 배제 원칙’ 중의 하나로 제시했던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위장전입을 적발하고 단속하는 행정자치부(옛 안전행정부, 행정안전부 포함) 장관 후보들에게 ‘위장전입 의혹’이 많이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역대 행정자치부(안전행정부, 행정안전부 포함) 장관은 10명, 이중의 절반인 5명에게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별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1명, 박근혜 정부 3명, 문재인 정부 1명씩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4명의 행정자치부 장관 중 3명, 특히 강병규 전 장관부터 정종섭 전 장관, 홍윤식 전 장관까지 3명이 연속으로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 행자부 장관이 되려면 ‘위장전입’은 필수라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마부작침] 역대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의혹
혹자는 후보자들에게 위장전입을 지적하려면 '부동산 투기 목적 등이 명백한 경우'로만 제한하자고 말한다. 또, 위장전입은 적발하기도 힘들고, 현실과도 맞지 않다며 심지어 위장전입을 두둔하기까지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위장전입이 고위공직자들에게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민등록법 주무부처인 행자부 역대 장관의 50%에게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될 정도니 고위공직 후보자들에게 '위장전입'은 남들도 다 하는 일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지도 모른다.

● ‘부동산 투기 근절’ 국토부 장관 후보 71.4%, ‘부동산 의혹’

장관 후보자들이 해당 부처의 주요 정책이나 근거 법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우는 또 있다. 국토교통부의 경우는 행정자치부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마부작침] 역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의혹
국민 대부분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게 부동산, 즉 주택 문제다. 주택 정책의 주무부서는 국토교통부(옛 국토해양부, 건설교통부 포함)로 지금껏 ‘부동산 투기 근절’,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주택 정책의 목표로 삼아왔다. 다운계약서 작성 단속 등 부동산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주체도 국토부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근절’에 앞장서야 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절반 이상에게 부동산 투기 등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해 지금까지 청문회를 거친 국토부장관은 모두 7명. 이중 71.4%인 5명에게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다. 본인 명의의 아파트가 있는데도 10억 원 이상 빚을 내 주상복합아파트를 추가 구입한 뒤 월 500만 원의 월세를 받아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유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유 전 장관에 대해 “주거 안정을 책임질 국토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투기 및 불공정 행위 근절’이 주요 과제인 국토부의 수장으로서 조직 내부에 영(令)이 서질 않고, 국민들도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지적이었다.

다른 장관들은 어떨까. ‘법질서 확립’이 최대 목표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 62.5%는 법규 위반 의혹을 받았고,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의 66.7%가 증여세 미납 등 탈루 의혹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마부작침] 부처별 장관 후보자 주요 의혹

● 김대중 정부 : ‘부동산 의혹’ 최다, ‘이념적 문제’가 화두

인사청문 대상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정부별로 분류해 살펴보면 공직자의 기준과 도덕성에 대한 변화상도 감지할 수 있다.

국회 임명동의 대상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된 김대중 정부에서는 ‘부동산 의혹’과 ‘이념 문제’가 화두였다. 김대중 정부에선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 대법관 등 모두 16명이 인사청문 대상이었다. 이중 절반이 넘는 9명(56%)에게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작성 등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다.
[마부작침] 인사청문 대상자 의혹으로 본 김대중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한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 장상 이화여대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사회 지도층을 대표한다고 볼 때, 우리 사회 지도층 상당수가 부동산 투기를 해왔고, 정권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이들은 공직후보자로 임명할 만큼 정권이 부동산 투기에 대한 기준이 무뎠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자녀의 이중 국적 등 ‘가족관련 의혹’이 43.8%, ‘과거 품행 및 발언 문제’가 31.3% 순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 인사청문 대상자들에게 제기된 의혹 중 눈에 띠는 것은 독재정권 시절 처신문제가 집중 거론됐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는 최초로 여야 정권교체를 통해 출범했고, 정권교체의 주역들이 민주화 세력이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의혹은 국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집중됐다는 게 특징이다. 16명의 김대중 정부 인사청문 대상자 중 독재정권 하에서의 처신이 문제가 된 사람은 4명(25%)으로, 2명 중 1명 꼴이다. 이 중 3명이 대법관이었다. 박정희 정부 시절 판사로 근무하면서 내렸던 판결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은 이규홍, 이강국 전 대법관이 대표적이다.

● 노무현 정부 : ‘병역면제’, ‘코드인사’가 논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들어선 노무현 정부에선 ‘병역문제’와 ‘코드인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김대중 정부 인사청문회 대상자 중 병역문제가 제기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노무현 정부에선 인사청문회 대상자 81명 중 19명, 23.5%에게 ‘병역 의혹’이 제기됐다. 측근인사와 정실인사 등을 포함한 소위 ‘코드인사 의혹’이 김대중 정부의 6.3%에서 25.9%로 대폭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코드인사 의혹’은 역대 정부 중 노무현 정부의 인사청문회 대상자에게 가장 많은 비율로 제기됐다.
[마부작침] 인사청문 대상자 의혹으로 본 노무현정부
노무현 정부 들어 ‘병역면제’와 ‘코드인사’가 화두로 떠오른 건 집권 후반인 지난 2006년, 인사청문 대상 범위가 국회 임명동의 대상이 아닌, 장관들로까지 확대된 것과 무관치 않다. 또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의 참여정부에 대한 조직적 반발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인사청문회를 오래 경험한 국회 관계자는 “참여정부는 병역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아 병역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장관에 많이 등용됐다"며 "이들이 청문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병역 면제율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코드인사’와 관련해선 “노무현 대통령을 불편하게 생각하던 보수언론이 고위공직 후보자들을 ‘코드인사’라고 공격하고, 보수정당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런 논란이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정권 하에서는 ‘코드인사’라는 것이 크게 이슈가 안되지 않았느냐"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내각 등에 중용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 이명박 정부는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이명박 정부에선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의혹이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9.9%가 위장전입 의혹을 받은 것에 비해, 이명박 정부에선 이 비율이 31%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는 '절대농지'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자 “땅을 사랑한다”고 해명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같은 시기 여성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춘호 후보자 등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청문 대상자 가운데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마부작침] [마부작침] 인사청문 대상자 의혹으로 본 이명박정부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이명박 정부 1기 인선에서 박은경, 이춘호 후보자가 낙마했지만, 이후에 인선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에게도 위장전입 의혹은 따라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위장전입을 5번 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고위공직자의 필수요건은 위장전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선 전 정부인 노무현 정부에 비해 ‘세금탈루 의혹’을 받은 인사청문회 대상자 비율도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청문 대상자 중 세금탈루 의혹은 받은 사람은 113명 중 50명, 44.2%로 노무현 정부(22.2%, 81명 중 18명)의 2배 수준이다. 자녀 교육비 이중공제로 세금 1,500여만 원을 탈루했던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자녀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이 대표적이다.

● 박근혜 정부, ‘전관예우 의혹’과 ‘업무 경험’

박근혜 정부에선 이명박 정부에 비해 ‘전관예우 의혹’과 ‘업무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폭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마부작침] 인사청문 대상자 의혹으로 본 박근혜정부
박근혜 정부에선 99명의 인사청문회 대상자 중 20명, 20.2%에게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됐다. 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7.1%) 때에 비해 3배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고검장에서 물러난 뒤 17개월간 로펌에 근무하며 15억 9천여만 원, 한 달에 약 1억 원을 받아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5개월 동안 16억 원을 받아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됐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 후보 비율이 대폭 증가한 건, ‘전관예우’ 논란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법조계에서 법조인 출신들을 대거 중용한 것,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이 시대적 요구가 되면서 ‘전관예우’를 주요 개혁 대상으로 요구한 시대상과 관련이 깊다.

이외에도 박근혜 정부에선 ‘업무경험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게 많이 제기됐다. 99명 중 37명, 37.4%로 역대 정부별로는 최고 수치다. 군인 출신의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판사 출신의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 문재인 정부의 화두는?

문재인 정부는 7월 13일 현재, 21명의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 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강제 혼인신고’ 등의 이유로 낙마했다. 안경환 전 후보자를 포함한 인사청문 대상자 21명에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법규위반 의혹이었다. 21명 후보 중 11명에게 해당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인선이 진행되고 있고, 향후 5년 간 이뤄질 인선에 따라 종합적인 결과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 인선에 있어 대표적인 화두가 무엇인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서 변화된 시대상의 단초를 발견할 수는 있다. 바로 높아진 '성(性) 의식'이다. ‘강제 혼인신고’ 사실이 언론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6월 16일, 안경환 후보자는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언론 보도를 인정했다. 하지만,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더욱 고조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아무리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한다고 하더라도 높아진 사회의 성 의식이 ‘강제 혼인신고’와 같은 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날 오후 자진사퇴했다.

“대통령의 인사는 시대상이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말이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은 그 시대의 '철학, 요구, 관심사'가 반영된 것이고, 한편으론 그 시대의 도덕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는 얼마나 시대를 반영할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어떻게 반응할까?
[마부작침] 썸네일

( ※인터랙티브 페이지 주소 : http://mabu.newscloud.sbs.co.kr/20170628parliamentary/)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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