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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방부 잔혹사 ② 끝 : 먼지 쌓인 제과점…"건물 철거해야 속 풀릴 듯"

[취재파일] 국방부 잔혹사 ② 끝 : 먼지 쌓인 제과점…"건물 철거해야 속 풀릴 듯"
▶ [취재파일] 국방부 잔혹사 ① : 15억 투자했더니 나가라는 軍

- "멀쩡하게 영업해 왔는데"…이제 와서 '불법 건축물'
- "국유지에 개인 소유 영구 건축물은 불법"
- 방치된 제과점엔 먼지만 쌓여

● 공군 부대 안 제과점…건물 소유주는 누구?

충남 서산의 공군 전투비행단 안엔 회색빛 단층 건물 한 채가 있습니다. 건물 면적은 173㎡. 건물 주변엔 야외 테라스와 주차장도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빵집이 있었던 이 건물은 몇 달 째 방치된 상태입니다. 주방과 탁자 그리고 의자 위에는 먼지만 쌓여있습니다.

49살 유 모 씨는 지난 2013년, 공군 비행단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군이 비행단 내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유 씨가 건물을 지어 빵집을 운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4억 원 정도가 들어간 건물이 지어졌습니다. 물론, 유 씨는 매년 토지 이용료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공군 측은 놀리는 땅에 빵집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일종의 '복지 시설'을 제공했고, 유 씨는 수천명의 장병 숫자를 등에 업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양쪽 모두 만족할 만한 계약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2년 정도 흐른 뒤 문제가 생겼습니다.

● '기부채납' 묘안으로 떠올라

국유지에 일반인 소유의 건물을 지은 것은 국유재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공군과 유 씨 모두 난처한 상황에서 누군가 묘안을 냈습니다. 바로 '기부채납'이란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유 씨가 빵집 건물을 국가에 기부하면 공군이 유 씨에게 일정 기간 영업권을 보장해준다는 겁니다. 더 쉽게 말하면, 유 씨가 건물을 짓는데 투자한 돈은 회수할 수 있을 때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었지만 어찌 보면 합리적인 결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상황이 바뀌었지만 양측 모두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 "국유지 위에 영구건축물은 불법"

국방부는 '기부채납' 방식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유 씨가 계약을 위반했고, 해당 건물은 기부채납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게다가 국유지 위에 지어진 영구건축물은 원칙적으론 불법 건축물로 '원상 복구' 대상이었습니다. 결국, 유 씨는 건물을 내놓고 사업을 접게 됐습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얼마 전 대전 중구 소재 국방부 소유 토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국방부 잔혹사 1편 참고)

현행법상 국유지 위에는 개인 소유의 가설시설물, 그러니까 천막이나 컨테이너 등만 들어설 수 있습니다. 번듯한 철골구조와 콘크리트 벽을 갖춘 건물은 애초에 들어설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전국 곳곳에선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개인은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국유지에 건축물을 짓고, 이후 국방부는 "계약서 상 영구건축물은 설치할 수 없다"고 통보합니다. 개인은 "이런 건물 짓지 말란 이야기는 없었다. 천막 세워놓고 장사하라고 했으면 계약 안 했다"라고 주장합니다. 일종의 '관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십 명의 개인 사업자들이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다시는 국가와 계약하지 않는다." 이번 일을 겪은 한 50대 중반의 남성은 취재 도중 푸념하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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