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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② 의원 불패, 관료 무난, 교수 험난…직업별 인사 성적표

"인사는 메시지다."

대통령은 인사라는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집권 비전과 전략을 내비치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 개혁'이란 메시지를 위해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선택했었다. 순혈주의가 강고한 검찰 조직에 교수 출신의 '非검찰' 법무부 장관을 기용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개혁 의지를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인사의 결과는 임명 전 '낙마'였다. 그러자 "역시 리버럴하게(자유롭게) 살아온 교수 출신들은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는 세간의 말들이 따라붙었다.

실제로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의 출신 직업과 청문회 통과 여부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역대 대상자 334명(※본 기사는 2017년 7월 27일을 기준으로 업데이트)을 전수조사해 고위공직자의 직전 직업이 청문회 통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했다.
[마부작침] 썸네일

( ※인터랙티브 페이지 주소 : http://mabu.newscloud.sbs.co.kr/20170628parliamentary/ )

● '5명 중 1명' 꼴로 낙마한 교수 출신들…청문회 꼬리표 '교수 험난'

<마부작침>은 역대 인사청문회 대상자 330명의 직전 직업을 정치인, 관료,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연구원, 언론인, 군인, 경찰 등 13개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 중 10명 이상 청문 대상 후보에 지명된 직업군 7개(정치인, 관료, 판사, 검사, 교수, 군인, 경찰)의 낙마율과 임명강행 비율을 비교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7월 13일까지 청문회 절차가 완료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이후 청문회 진행에 따라 관련 수치를 수정할 예정이다.)

7개의 직업군 중 낙마율이 가장 높았던 직업군은 ‘교수’ 출신이었다. 교수 출신은 김대중 정부 이래 46명이 국무총리와 장관 등 고위공직 후보자로 지명됐는데 9명이 낙마해 19.6%의 낙마율을 보였다. 대표적 인물은 첫 여성 총리가 될 뻔했던 김대중 정부의 장상 전 총리 후보자다. 장상 후보자는 이화여대 총장 출신으로 총리 후보자에 지명됐다가 중도사퇴하면서 ‘낙마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인사청문제도 도입 이후 첫 번째 낙마자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선 감사원장과 교육부총리로 내정됐던 윤성식 고려대 교수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 2명이 교수 출신 낙마자다.
[마부작침] 직업별 임명 비율
교수 출신의 수난시대는 이후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통일부 장관 후보자였던 남주홍 경기대 교수 , 박근혜 정부에선 1기 내각 조각 과정에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 낙마한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각 교육부 장관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 3명이 낙마했다.

교수 출신의 높은 낙마율은 직업적 특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 정부에서 인사검증을 진행했던 한 관계자는 “교수 출신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자녀의 이중국적과 병역 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논문 표절이라는 다른 출신들에게 덜 적용되지 않는 '검증의 벽'이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유학과정에서 자녀들이 자연스레 시민권을 획득한 대학교수 출신들은 병역에서도 많이 걸리지만, 부동산 투기도 다른 집단에 비해 단연 랭킹 1위였다"고 본인의 저서 <대통령의 인사>에서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교수 출신 낙마자 9명 중 4명에겐 논문 표절 및 이중 게재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는 다른 직업 출신 낙마자들에겐 제기되지 않았던 의혹이다. 또, 교수 출신 낙마자 9명 중 4명에게 자녀의 이중국적 및 병역문제 등 가족관련 의혹이 제기됐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른 직업 출신 공직 후보자들에게는 그다지 해당 사항이 없는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교수들이 고위공직자로 등용되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敎授險難:교수험난)”는 말이 정가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 후보자 전원 임명…낙마율 0% ‘의원 불패’

교수 출신 고위 공직자가 5명 중 1명 꼴로 낙마한 데 비해, 후보자 전원이 공직에 임명돼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직업군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던 와중에서도 비교적 순탄하게 취임한 이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속한 바로 그 직업, ‘국회의원(정치인)’이다.
[마부작침] 국회의원 불패신화
역대 정권에서 국회의원 출신은 고위공직에 46명이 지명됐다. 정부별로는 김대중 정부 1명, 노무현 정부 6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5명, 문재인 정부 7명이다. 이 중 낙마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전직이냐 현직이냐는 중요치 않았다. 국회의원(정치인) 출신의 경우,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지언정 낙마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자를 검증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검증 대상이 됐을 땐 100% 통과하더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얼굴을 맞대온 동료 의원을 인사청문 대상자로 만나면 검증의 주체인 국회의원들은 검증의 칼날이 무뎌지고, 공세 수위도 낮추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들은 매년 재산 변동 사항이 공개되고 있고, 또 선거를 치르면서 이미 유권자로부터 검증을 받아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료의 임명율 97.3%…‘관료 무난’

정치인 출신과 함께 청문회 통과율 100%를 보인 또 다른 직업군은 경찰이다. 모두 경찰청장 후보자들로, 7개의 직업군 중 가장 적은 10명이 고위공직자에 지명됐고, 모두 임명됐다. 경찰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청문회 통과율을 보인 직업군은 ‘관료’ 출신이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관료 출신으로 고위공직자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은 74명, 이중 낙마자는 2명에 불과했다. 낙마율 2.7%, 바꿔 말해 임명률 97.3%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문회 통과율 100%를 보였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관료 출신 청문회 대상자가 없었고, 이명박 정부에선 23명의 관료 출신 고위공직자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해 역대 정부 중 유일하게 관료 출신 낙마자가 나왔다.

이런 높은 임명률(낮은 낙마율)은 역대 정부가 공직자 인선에 난항을 겪을 때 정치인과 함께 관료 출신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료 출신의 임명률이 높은 건 행정자치부(인사혁신처 포함)에 인사 자료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 검증이 용이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또, 각 부처 국장급 이상 관료들 중 장관을 노리는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자기 관리를 일찌감치 잘해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낼 때 “우리 세대는 청문회를 하려면 상당히 부담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과장들, 국장들 이하는 거의 예외 없이 자기관리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료 다음으로 판사 출신이 임명률 95.9%로 정치인과 경찰, 관료 출신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군인 출신이 93.3%로 뒤를 이었고, 검사 출신이 88.6%로 교수 출신에 이어 하위 2위를 차지했다.

● 낙마율 가장 낮은 때는 집권 3년 차…‘의원 불패’, ‘교수 험난’으로 증명

‘정치인 불패’, ‘교수 험난’, ‘관료 무난’이라는 특징적 현상은 대통령 집권 연차별 낙마율과 임명강행율 비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부작침>은 앞서 <[마부작침] 인사청문대해부 ① '논란 인사' 비율…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노무현 정부 順으로 높았다> 기사에서 대통령 집권 1년 차에 낙마율과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 비율이 가장 높고, 집권 3년 차가 가장 낮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 결과는 대통령 집권 연차 별로 어떤 직업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더 임명되느냐와도 강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부작침] 대통령 집권 연차 직업별 임명 비율 변화
낙마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인 대통령 집권 3년 차, 고위공직자로 지명된 후보의 직전 직업을 봤을 때 가장 많은 직업군은 정치인이었다. 10명 중 3명 꼴인 29.3%다. 이 수치는 특정 직군이 주로 임명되는 검찰총장, 경찰청장, 합참의장, 헌법재판관, 대법관을 제외하고, ‘국무위원 등에 임명된 후보자들 중 정치인 출신의 비율’이다. 이 비율은 집권 1년 차(16.5%)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집권 1년 차 대비 3년 차 낙마율이 대폭 감소한 것’과 ‘집권 1년 차 대비 3년 차의 정치인 출신의 임명 비율 증가’한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라 할 수 있다.

집권 3년 차에 정치인 출신이 대거 임명된 것과 극단적 대비를 보이는 건 교수 출신 임명 비율이다. 임기 1, 2년 차에 높은 비율을 보이는 교수 출신 비율은 3년 차에 대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바꿔 말하면, 집권 3년 차에 낙마율이 대폭 감소한 이유는, 정치인 출신이 대거 임명된 것과 함께 교수 출신 임명 비율이 대폭 감소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에서 인사검증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집권 3년 차에 교수 출신 비율이 낮아진 이유는 낮은 임명률에서 찾을 수 있다. 정권 초 인사 문제로 리더십을 타격을 받는 일이 반복적으로 겪고 난 뒤인 집권 3년 차에는 인사청문회를 상대적으로 쉽게 통과하는 정치인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집권 3년 차에 정치인 출신이 대거 입각하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국정 운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 정권 후반기에 높아지는 관료 임명률…'안정적 운영' VS '관료 포획'

집권 연차 별 공직자 인선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폭 증가하는 관료 출신 비율이다. 정치인 출신 비율은 집권 3년 차에 최고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하는데, 감소분 만큼 세력을 넓힌 건 관료 출신이다. 관료 출신 임명 비율은 집권 2년 차에 21.4%로 최저를 기록한 뒤, 마지막 해인 집권 5년 차에는 절반이 넘는 52.2%까지 상승했다. 이를 두고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것”, “관료집단에 정권이 포획되는 것”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레임덕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정권의 입장에선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고 각 부처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와 상대적으로 조직의 안정적 운영에 강점을 갖고 있는 관료 출신들에게 자리를 맡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반대 급부가 ‘관료 포획’이다.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주어진 일만 하는 복지부동, 관료 조직의 보수성에 “정권이 포획된다”는 뜻이다. 정권 입장에서는 관료집단이나 야당과 큰 마찰 없이 국정를 운영할 수 있겠지만, 관료들에 포획된 정부는 개혁성을 잃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 내각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소수의 관료 출신들만 고위공직자로 임명했다. 국민과 정치권에선 정부가 정치인과 교수 출신들은 중용하면서 정부의 개혁적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그리고 과거 정부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관료 출신을 중용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부기로 진입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이는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 간 인사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해당 기사는 2017년 7월 13일 추가로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돼 분석 수치를 업데이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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