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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봅슬레이 평창 금메달 프로젝트 변화 조짐

'선수'도 '썰매'도 모든 가능성 열려있다!

[취재파일] 봅슬레이 평창 금메달 프로젝트 변화 조짐
평창 동계올림픽을 8개월 앞두고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봅슬레이 대표팀의 '금메달 프로젝트'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016-17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현대자동차에서 제작한 국산 봅슬레이를 타고 내년 2월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금빛 질주를 펼치는 것이 '금메달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시나리오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는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진천 선수촌에서 체력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 16일 미디어데이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평창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금메달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드라이버 원윤종과 짝을 이룰 '브레이크맨'과, 원윤종이 조종할 '썰매'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 원윤종의 짝은 누구? 무한경쟁 돌입!
2013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원윤종(왼쪽)-서영우(오른쪽)
육상에서 봅슬레이로 전향한 여호수아
지난 2013년부터 봅슬레이 2인승에서 원윤종의 전담 브레이크맨은 서영우였습니다. 서영우는 출발할 때 뒤에서 썰매를 미는 브레이크맨 역할을 맡아 2015-16시즌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불모지의 기적을 썼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허리 부상과 체력 저하에다 원윤종의 슬럼프까지 겹쳐 주춤했습니다. 시즌 전체 세계랭킹은 3위로 준수했지만, 2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직전 시즌과 비교하면 동메달 1개에 그치며 부진했습니다. 특히 세계선수권에서는 21위로 중도에 탈락하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육상 단거리의 간판 여호수아가 봅슬레이로 전향해 대표 상비군에 합류하면서 원윤종의 짝을 놓고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여호수아는 지난 4월 29일 평창 스타트 훈련장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는 썰매를 미는 훈련을 한 지 한 달밖에 안 돼 4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꾸준히 근력을 키웠습니다. 몸무게도 봅슬레이로 전향한 지난 1월의 81kg과 비교해 현재 93kg으로 12kg을 불렸습니다. 이용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3~4월까지만 해도 여호수아가 봅슬레이 4인승은 몰라도 2인승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웨이트 트레이닝이 성과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감독은 "육상 선수 출신인 여호수아가 서영우에 비해 순발력이 뛰어난 반면 썰매를 미는 힘은 부족했는데, 지금은 서영우의 95% 수준까지 파워를 끌어올렸다"며 경쟁을 독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쟁이 선수들 사이에서도 자극이 되어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서영우도 "좋은 성적과 기록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경쟁해야 할 필요가 있고, 동기부여를 통해 더 훈련에 열중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고, 여호수아는 "봅슬레이 전향이라는 힘든 결정을 한 만큼 평창 올림픽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매일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용 감독은 서영우와 여호수아 외에도 전정린과 오제한까지, 원윤종과 호흡을 맞출 브레이크맨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누가 원윤종의 짝이 될지는 다음 달 캐나다 캘거리 전지훈련 때 결정됩니다. 대표팀은 다음 달 25일 캘거리의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에서 자체 평가전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스타트 기록을 측정할 예정인데, 이때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가 원윤종의 파트너로 낙점될 것입니다. 파트너를 교체할 경우 발생할 혼란과 위험부담에 대해 이용 감독은 "파트너가 바뀌더라도 홈팀인 우리가 외국팀보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더 많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원윤종의 썰매는? 국산 썰매? 외국산 썰매?

원윤종은 지난 시즌 썰매를 여러 차례 갈아탔습니다. 당초 지난 시즌 월드컵 시리즈를 현대자동차에서 제작한 국산 썰매로 치르기로 하고 훈련했지만, 연습 때 기록이 기대에 못 미치자 기존에 사용하던 라트비아산 BTC 썰매로 월드컵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이 라트비아산 BTC 썰매는 원윤종-서영우가 2015-16시즌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을 때 사용했던 썰매입니다.

하지만 대회를 거듭할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급기야 독일 쾨닉세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6위까지 추락하자, 7차 대회에서 별안간 국산 썰매로 갈아탔습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였는데, 봅슬레이에서 이처럼 시즌 도중 썰매 기종을 교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원윤종-서영우는 국산 썰매로 출전한 7차 대회에서 11위로 조금 순위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평창에서 열린 마지막 8차 대회에서는 다시 라트비아산 BTC 썰매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이용 감독은 "원윤종이 홈 트랙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할 수 있게끔 본인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라트비아산 썰매로 출전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라트비아산과 국산 썰매 외에 최근 새로운 썰매가 추가됐습니다. 평창 올림픽 '우승 청부사'로 새로 영입한 캐나다 출신 피에르 루더스 코치가 오스트리아 회사인 '발러'에서 제작한 봅슬레이를 추천한 것입니다.

루더스 코치는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개최국 러시아 대표팀 코치를 맡아 봅슬레이 2인승과 4인승에서 금메달을 일궈냈는데, 당시 러시아 선수들이 탑승했던 썰매가 바로 이 '발러'에서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로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썰매도 '발러' 제품입니다.

루더스 코치는 이런 점을 들어 '발러' 썰매를 추천했고, 우리 봅슬레이연맹은 이를 받아들여 새로 발러 썰매 2대를 구입했습니다. 대표팀은 오는 9월 25일부터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시작할 주행 훈련 때 이 3가지 썰매의 성능과 기록을 비교한 뒤 10월 20일까지 평창 올림픽에서 어떤 썰매를 사용할지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용 감독은 "원칙적으로 국산 썰매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겠다"며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봅슬레이 대표팀은 현재 선수와 장비 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감지되고 있는 변화의 조짐이 어떻게 매듭지어지고, 무엇보다 평창 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으로 귀결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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