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중인 아이돌의 '생일축하' 메시지를 담은 광고물부터 데뷔 이전인 연습생을 응원하는 '데뷔기원' 광고물까지. 플래카드나 풍선으로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을 응원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아이돌 팬덤의 응원 매체는 지하철역 대형 광고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 지하철역 벽면 수놓은 아이돌 응원 광고물
서울교통공사의 '1~8호선 역사 내 팬클럽 광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으로 1~4호선 23개 역사 내에 총 87개의 아이돌 응원 광고물이 설치됐습니다. 5~8호선 15개 역에는 23개의 광고물이 있었습니다.
1~4호선 광고 대행사는 영업정보라는 이유로 광고료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5~8호선의 광고료는 총 3,120만 원으로 파악됐습니다. 광고물 1개당 90만 원에서 160만 원 사이로 광고료가 책정됐습니다.
■ 고향 시내버스부터 카페 진동벨까지
아이돌 응원 광고는 삼성역·홍대입구역·신촌역 등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홍대입구역은 다른 역보다 광고비가 비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담역·압구정역·합정역 등도 아이돌 팬클럽이 선호하는 장소입니다. 해당 역 주변에는 대형 기획사가 포진해 연예인들이 광고를 발견할 확률이 높고 광고물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팬서비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지하철 역사뿐만 아니라 아이돌이 태어난 출신지에 광고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주 출신인 한 가수의 팬클럽은 전주 시내버스에 생일 축하 광고를 냈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난 한 아이돌의 경우, 팬클럽이 부산 지하철 수양역 전광판을 활용했습니다.
■ 아이돌을 위한 각종 광고물, 왜 유행할까?
플래카드와 풍선, 우비로 표현됐던 과거의 팬심(Fan+心)이 지하철역 광고물이나 카페 진동벨 등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한류(韓流) 열풍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팬들이 타지에서 아이돌을 응원할 수단으로 다양한 광고물을 활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버스 외부광고나 지하철 역사 내 광고물 중에는 중국어로만 쓰여 제작된 경우도 많습니다.
SNS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의 2차 홍보의 효과가 가능하다는 점도 다양한 광고물이 급증한 이유입니다. SNS에 #(해시태그)지하철광고를 검색하면, 2600여 개의 게시물이 등장합니다.
■ 내가 뽑은 아이돌, 데뷔도 성장도 내가 시킨다
지하철 역사 내 광고물의 경우, 어제(16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팬클럽이 설치한 광고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1~4호선 광고물 중 가장 비중이 높았습니다. 총 27개 광고가 역 구내 조명과 포스터 등의 형태로 설치는데 이는 전체의 약 2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과거 아이돌 팬덤이 스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만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내가 직접 키워야 한다'라는 의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이돌과 소통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광고까지 하는 등 팬이 '스타'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겁니다.
(기획·구성: 홍지영,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