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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우의 '집게 그립'은 저스틴 로즈 보고 배운 것"

김시우 우승 뒷얘기…부친 김두영 씨 인터뷰

[취재파일] "시우의 '집게 그립'은 저스틴 로즈 보고 배운 것"
- "'집게그립' 손 모양 선수마다 제 각각…시우는 저스틴 로즈 따라한 것"
- "플레이어스 최종일 고개도 못 돌릴 정도였는데 첫 홀 버디 잡고 통증 사라져"
- "새벽까지 인터뷰 하느라 전날 밤 예약 비행기 놓치고 일반석 탑승…팬이 사진 올려"
 - 2억 원 통 큰 기부로 나눔 실천

만 21세 10개월의 나이에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미국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김시우의 집게 그립이 골프계에 계속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프로선수들 뿐 아니라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는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도 '나도 집게그립으로 바꿔볼까? '하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걸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회를 마친 후 댈러스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시우 선수의 아버지 김두영 씨(62세)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집게그립에 얽힌 뒷얘기와 허리-목 통증을 참아내고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일궈낸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김시우는 6살 때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운 이후 지금의 스윙 코치인 션 폴리를 만날 때까지 아버지 외에 그 누구에게도 스윙 레슨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김시우의 가장 오랜 스승인 셈입니다. 과거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였던 세계적인 교습가 션 폴리도 스윙 외에 김시우의 숏게임(어프로치, 퍼팅)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종전대로 김시우의 아버지에게 일임했습니다. 김시우가 퍼팅 그립을 집게 모양으로 바꾼 것도 아버지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김시우
다음은 김시우 아버지와의 일문 일답입니다

Q. 마스터스 챔피언 가르시아를 보고  집게그립을 따라한 건가요?

"아닙니다. 시우의 집게그립은 저스틴 로즈의 그립과 똑같아요. 집게그립도 오른손 모양이 다 제각각 이거든요. 오른 손가락 2개를 그립 위에 올려놓는 선수도 있고 세 손가락을 올리는 선수도 있어요. 시우는 오른 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그립 옆에 대고 스트로크를 하죠. 언뜻 보면 가르시아와 비슷한 것 같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가르시아와 다른 점은 왼손 검지를 아래로 쭉 펴는 것입니다. 저스틴 로즈가 이렇게 하거든요."

저스틴 로즈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영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주인공입니다. 김시우와 함께 션 폴리에게 스윙 교습을 받다 보니 같이 연습라운드를 할 기회가 많아 로즈로부터 이따금 퍼팅 팁을 받는다고 합니다.

"시우가 샷은 좋은데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는 게 늘 맘에 걸렸어요. 시우의 종전 퍼팅 스트로크는 임팩트 때 밀지 않고 공을 때리기 때문에 왼쪽으로 당기거나 오른쪽으로 열려서 맞는 경우가 많았죠. 연습할 때 저스틴 로즈 옆에서 지켜 보니까 집게그립이 공을 잘 밀어주더라고요. 그래서 지난달 발레로 텍사스오픈을 앞두고 제가 그랬죠.

'시우야, 저스틴 로즈처럼 그립 잡아봐~'

시우도 퍼팅이 잘 안되니까 그 때부터 집게그립으로 연습해 보더니 '아빠,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게 앞으로 네 꺼다' 했죠. 그 주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시우가 공동 22위를 기록하면서 감을 잡더라고요."
김시우의 '집게 그립'
김시우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 전까지 4개월간 허리 부상에 시달리며 기권과 컷 탈락을 반복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세계랭킹 1위부터 10위까지 톱랭커들이 모두 출전한 특급 대회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21살 아시아 청년이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것을 두고, 미국 골프채널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김시우의 이번 우승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아버지로부터 팁을 받은 집게그립이 톡톡히 한 몫을 했습니다. 김시우는 최종라운드에서 3미터 이내의 퍼팅을 모두 성공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습니다.

Q. 중계 화면에 허리를 만지는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지금은 괜찮은가요?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 앞두고 아침에 시우가 그러는거예요 '아빠, 고개가 안 돌아가요.' 순간 제 가슴이 덜컹했어요. 담이 허리에서 또 목까지 올라온 거구나. 시우가 작년 시즌에 36개 대회를 뛰면서 너무 무리를 했어요. 올 초부터 허리 근육이 뭉치고 담이 와서 고생했는데 이 담이 허리에서 등, 목 부위까지 막 돌아다녀요. 근데 하필 대회 마지막 날 고개가 안 돌아갈 정도로 목이 아프다니, 선수가 또 몸 핑계 대는 것 같아서 누구한테 말도 못 했어요. 티오프 하기 전에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하는데 물리치료사가 계속 마사지를 해 줬어요. 저는 보고 있기가 민망하고 속상해서 자리를 떠 버렸죠. 

그런데 나중에 시우한테 물어보니 첫 홀 버디 잡고 나서 신기하게도 통증이 씻은듯이 사라졌대요. 박인비 선수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딸 때 손가락 통증 못 느끼고 쳤다고 했잖아요. 시우도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허리 안 아픈가 봐요. 자기 방에서 축구 게임 하고 있어요. 그 아이가 축구광이거든요 하하."

Q.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3라운드 14번 홀  '러프 드라이버 샷')을 만들어냈는데, 평소 드라이버로 맨 땅에서 치는 연습을 하나요? 

"말도 마세요.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제 심장이 떨려요. 그 때 14번 홀에서 시우의 드라이버 티샷이 슬라이스 바람에 밀려서 오른쪽 카트 도로 쪽에 떨어졌는데, 이 공이 카트 도로를 타고 120야드나 뒤로 굴러 오더라고요. 깃대까지 남은 거리는 268야드였는데, 앞에 나무가 있고 바람도 세서 누가 봐도 낮은 탄도로 레이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시우가 '몽둥이'(드라이버)를 백에서 꺼내는 걸 보고 제 심장이 '쿵' 했어요. 저 아이가 왜 저러나? 어쩌려고 몽둥이를......(웃음) 

나중에 시우한테 얘기 들어보니 샷에 워낙 자신감이 있었고 어차피 낮은 탄도로 굴리려면 드라이버가 낫겠다 싶어서 공격적으로 쳤다는 거예요. 공이 낮은 탄도로 제대로 맞았죠. 나무 밑으로 낮게 깔려서 그린 앞에 떨어졌는데 굴러서 그린 위로 올라가니까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어요. 제 아들이지만 정말 무표정한 얼굴로 어떻게 저런 배짱이 나오는지 저도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Q. 대회 끝나고 댈러스 집으로 이동할 때 비행기 일반석(이코노미)을 타서 화제가 됐었는데?

"아, 그거요...... 일부러 이코노미 탄 건 아니고  원래 전날(일요일) 밤 8시 출발하는 1등석 예약했었는데, 인터뷰가 밤 늦도록 이어져서 그 티켓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다음 날(월) 오전 비행기를 타려다 보니 좌석 남은 게 이코노미 밖에 없었어요. 좌석도 저는 맨 뒤 쪽이고 시우는 가운데 앉았는데 마침 여성 팬이 시우를 알아보고 기념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더라고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가 일반석에 탔다고요.(웃음)"

Q. 이제 세계적인 유명 선수가 됐으니 옆에서 도와주는 매니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까지 비행기 티켓이나 숙소 예약 같은 일을 봐 주는 교포 분이 계셨는데, 다른 한국 선수들 일도 함께 봐 주다보니 꼼꼼하게 잘 챙기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전문 에이전트를 찾고 있어요. 미국 현지에서 일을 봐 줄 글로벌 에이전트와 한국에 왔을 때 도와줄 국내 에이전트가 모두 필요한 건 사실이예요."
 
김시우는 이번 주에는 휴식을 취한 뒤 이 달 말과 다음 달 초  열리는 2개 대회(딘 앤 델루카 인비테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연속으로 출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다시 한 주를 쉬고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출전해 '메이저 킹'에 도전합니다.

김시우는 이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상금으로 받은 21억 원 가운데 2억 여 원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1억 원은 자신이 국가대표를 지냈던 주니어 시절 꿈과 희망의 토대를 마련해 준 대한골프협회(KGA)에 쾌척하고, 10만 달러(1억 1천 2백만 원)는 미국 PGA투어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김시우는 지난해 10월에도 국내에서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받은 공동 2위 상금 4천만 원을 모두 최경주 재단에 기부한 바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김시우의 아버지로부터 짧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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