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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역대 대선 '천기누설 지역' 대공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권력의 원천은 민의, 즉 투표다. 특정 지역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 국민으로부터 가장 직접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았기에 대통령은 사법부, 입법부 수장을 제치고 가장 큰 힘을 가지게 된다. 대선 후보들이 연일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힘의 원천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투표의 힘'이다.

다만, 투표는 예측이 어렵다. 권력 위임의 마침표를 찍는 개표까지 결과를 장담 못하는 게 선거다. 국민의 총의가 모이는 대선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표심의 ‘가늠자’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건 없을까.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역대 대선에서 지역 개표 결과에서 1위를 한 대선후보가 전국 개표 결과에서도 최종적으로 승리한 지역들을 알아봤다. 넓게는 광역자치단체(시·도), 좁게는 기초자치단체(시·군·구)와 읍·면·동까지 파악했다. 여기에 더해 각 대선의 최종 결과와 꾸준히 높은 싱크로율(일치율)을 보여온 지역까지 별도 분석했다. 이른바 ‘천기누설 지역', '대한민국의 축소판'을 공개한다.

● 6차례 대선 연속 당선자 맞춘 광역단체…경기, 인천, 제주, 충북

정치권에선 흔히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해당 지역에서 선택을 받아야 대통령이 된다고 한다. 지역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런 분석을 내놓지만, SBS<마부작침> 분석 결과를 보면 완전한 ‘팩트’는 아니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6차례 대선에서 당선자를 모두 맞춘 광역단체는 17개 광역단체(2012년 7월 출범 세종시 포함) 중 4곳이다. 경기, 인천,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충북이다. 이들 4곳의 광역단체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들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는 얘기다. 충청권으로 분류되는 대전과 충남은 포함되지 않았다. 
[마부작침] 역대 대선 천기누설 광역단체

충남의 경우 14대부터 18대(2012) 대선까지 5연속 당선자를 맞췄지만, 딱 한번 천기누설을 하지 못했다. 바로 13대(1987) 대선이다. 당시 충남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태우 씨가 아닌 김종필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줬다. 대전은 13대 대선 당시 직할시가 아니라 '시'였고, 13대 대선에선 충남과 마찬가지로 김종필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줬다. 1989년 직할시로 승격된 이후부턴 5연속 당선자를 맞췄다. 6차례 대선 중 4차례 당선자를 맞춘 광역단체는 강원, 경북, 대구 3곳이다. 이들 지역은 보수 후보가 집권한 13대(노태우), 14대(김영삼), 17대(이명박), 18대(박근혜) 대선에서 당선자를 맞췄다.

 ● “우리가 뽑은 사람이 곧 대통령”…6연속 대통령을 맞춘 16개 도시(시군구)

6연속 당선자를 맞춘 광역단체라고 하더라도, 광역단체의 하위 단위인 개별 시군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SBS<마부작침>은 보다 정밀하게 천기누설 지역을 분석하기 위해 전국 시·군·구 가운데 6차례 연속으로 당선자를 맞춘 지역을 따로 파악했다.

18대 대선 기준으로 전국엔 251개 시·군·구가 있었다. 이 중 13대(1987)부터 18대(2012)까지 당선자를 모두 맞춘 지역은 16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다수표를 받은 후보가 6연속 대통령이 됐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역대 대선 천기누설 시군구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시 흥덕구, 괴산군, 경기 광주 구리 남양주, 충남 금산군, 인천 서구와 남동구 등 충북에서 7곳, 경기에서 6곳, 인천에서 2곳, 충남에서 1곳이다. 앞서 6연속 당선자를 맞춘 광역단체엔 제주도가 포함됐지만, 제주도를 구성하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개별적 결과는 달랐다. 반대로 충남은 6연속 당선자를 맞추진 못했지만, 충남에 속한 금산군은 천기누설 지역에 포함됐다. 광역단체의 정치성향과 개별지역의 정치성향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충북이다. 경기, 충북, 인천 모두 역대 대선을 모두 맞춘 광역단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 관할 시·군·구는 44곳으로, 이 가운데 14%인 6곳에서 6연속 당선자를 맞추는데 그쳤지만, 충북의 경우 전체 13개 시·군·구 가운데 54%인 7개 지역에서 연속으로 당선자를 맞췄다.

● 이곳이 바로 ‘천기누설 도시'… 경기 구리와 인천 서구

16개 시·군·구처럼 연속적으로 당선자를 맞춘 곳을 ‘천기누설 지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SBS<마부작침>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국 판세와 가장 비슷한 결과가 나온 지역, 즉 대선 후보자의 전국 득표율과 가장 비슷한 결과가 나온 지역을 별도 분석했다.

전국 판세와의 '싱크로율(일치율)'까지 파악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축소판’ 이자 ‘천기누설 도시'의 존재를 확인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각 지역의 부재자투표와 재외국민투표(18대 대선 시작)의 결과까지 합산해 시·군·구의 득표율을 계산했다.
[마부작침] 천기누설 시군구 싱크로율 순위

마부작침 분석 결과, 13대 대선 당시 전국 투표 결과와 가장 비슷한 결과를 낸 곳은 경기 구리시였다. 6연속 당선자를 맞춘 16개 시·군·구 중에서도 전국 결과와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는 뜻이다.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전국에서 36.64%, 김영삼 후보는 28.03%, 김대중 후보는 27.04%, 김종필 후보 8.06%, 신정일 후보는 0.2% 득표를 했다. 당시 경기 구리시에서 각 후보의 득표율은 38.53%(노태우), 27.75%(김영삼), 24.95%(김대중),8.62%(김종필), 0.14%(신정일) 였다.

각 후보들이 구리시에서 확보한 득표율과 전국에서 확보한 득표율과 편차값은 4.87, 바꿔 말해 전국 득표율과 97.58%의 싱크로율(일치율)을 보였다. 전국과 거의 흡사한 판세가 구리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역대 대선(13대~18대)에서 전국 표심과 가장 높은 싱크로율로 분석된 지역은 1위 경기 구리시, 2위 인천 서구, 3위 인천 남동구, 4위 경기 하남시, 5위 경기 남양주시 순이었다. 16개 시군구 중 싱크로율 90% 이상인 지역은 모두 11곳인데 경기 6곳, 충북 3곳, 인천 2곳이었다.

직전 대선인 18대(2012) 선거에서 각 후보들의 전국 득표율과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지역은 충북 청원군이었다. 당시 대선에 출마한 박근혜, 문재인, 박종선 등 후보 6명의 전국 득표율과 청원군에서의 득표율의 편차값은 0.6에 불과해 99.71%의 싱크로율을 나타냈다. 박근혜 후보는 전국에서 51.55%를, 문재인 후보는 48.02%를 득표했는데, 충북 청원군에서 각 후보는 51.71%(박근혜), 47.73%(문재인)를 득표했다.

● 내가 진짜 대한민국의 축소판!!  전국 3500여개 읍·면·동 가운데 200곳 천기누설

시·군·구뿐만 아니라 최소 행정단위인 읍·면·동에서도 역대 대선을 모두 맞춘 지역들이 있다. 18대 대선 기준으로 전국의 읍·면·동은 3,479개다. 이 중 6차례 연속으로 당선자를 맞춘 읍·면·동은 200곳으로 전국의 5.75% 수준이다(*읍·면·동의 경우 부재자 투표 결과는 미포함).

광역단체 기준으로 살펴보면, 충북에 속한 읍·면·동이 68곳으로 가장 많았다. 충북 읍·면·동은 모두 153곳인데 이 가운데 44%인 68개 지역에서 6연속 대통령을 맞춘 셈이다. 다음으로 제주 13개 읍·면·동(제주 읍·면·동 43개 중 30%), 경기 83개 읍·면·동(경기 읍·면·동 544개 중 15%) 순이다. 앞서 충북은 관할 시·군·구 13개 가운데 7곳이 연속으로 당선자를 맞춰 광역단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마부작침] 천기누설 읍면동 싱크로율 순위
전국 판세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 읍·면·동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으로 97.33%의 일치율을 보였다. 대한민국의 표심이 압축된 '동(洞)'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안양5동(96.99%), 안양3동(96.81%), 서울 강서구 가양2동(96.61%)으로, 상위 10개 읍면동에는 경기 7곳, 서울 2곳, 인천 1곳이 각각 포함됐다.

● 다양한 계층 시민들이 거주하는 '천기누설' 지역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251개 시·군·구 가운데 불과 16곳, 3,479개 읍·면·동 중 고작 200곳. 이들 지역이 '천기누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표심을 대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유권자인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 부동층)가 많이 거주한다는 등의 분석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전국 세대 구성과 해당 지역 세대 구성이 비슷하다는 점이 '천기누설'의 이유로 꼽힌다.

단적으로 경기 구리시는 2012년 12월 전국 기준 세대 구성과 93%의 일치율을 보였다. 당시 전국에서 19세 비중은 1.75%, 20대 16.35%, 30대 20.15%, 40대 21.79%, 50대 19.22%, 60대 이상 20.74%였다. 경기 구리시는 19세(1.92%), 20대(16.68%), 30대(21.02%) ,40대(24.78%), 50대(19.25%), 60대 이상(16.34)으로 전국 세대 구성과 비슷했다. 남녀 성비 역시 전국(남 49.38/여 50.62%)과 비슷한 비율(남 49.17/여 50.83%)로 분석됐다.

그러나 세대와 남여 구성만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진 않다. 전국과 비슷한 인구 구성을 보이는 지역은 '16개 시·군·구, 200개 읍·면·동' 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상일 어젠다센터 대표는 "인구 구성 외에도 지역 정서와 토박이 정서가 약하고, 구성원들의 균질성이 낮다는 점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호남처럼 특정한 정서가 오랜 기간 축적되면, 시민들간의 균질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표심을 반영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상일 대표는 "이들 지역엔 대한민국 전체를 반영할 수 있는 복합정서가 두루 갖춰져 있어 한두 번 당선자를 맞추는 수준을 넘어서 역대 대선을 모두 맞출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 '천기누설 지역'은 점진적 개발이 이뤄진 지역이라는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일 대표는 "용인이나 분당처럼 대규모 신도시가 한꺼번에 건설될 경우 비슷한 소득수준의 시민들이 일시에 유입돼 특정한 성향을 강하게 띄는 경향이 있다"며 "16개 지역의 경우 점진적인 개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유입이 가능했던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추정이 가능하지만, 결론적으로 '천기누설 지역'은 표심이 예측 불가능하듯 복잡한 요인이 존재하기에 대한민국의 민심을 응축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에서도 이들 지역은 이번에도 '천기누설'을 할 수 있을까.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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