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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 향한 여호수아의 질주 "겸손한 마음으로 높이 오르겠다"

봅슬레이 선수로 스타트 끊은 육상 스타 여호수아

[취재파일] 평창 향한 여호수아의 질주 "겸손한 마음으로 높이 오르겠다"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여호수아
봅슬레이 썰매를 밀고 있는 여호수아
지난 1월 봅슬레이로 전향해 화제를 모았던 한국 육상의 간판 여호수아 선수가 지난 토요일(4월 29일)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습니다. 봅슬레이 전향 이후 첫 걸음을 뗀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100m 한국 신기록 보유자인 김국영과 함께 한국 남자 육상 단거리의 간판으로 10년 가까이 활약했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200m 동메달, 1,6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하며 육상 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무릎 수술을 받고 육상을 중단했고, 선수 인생의 기로에서 고심 끝에 봅슬레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전향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평창 올림픽이었습니다. 육상에서 못 이룬 올림픽 출전의 꿈을 봅슬레이로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평창 올림픽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인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습니다.

이번 선발전에는 남자 봅슬레이 부문에 15명이 출전했는데 이 중 1위에게만 태극마크가 부여됐습니다. 지난 1월 강원도청 봅슬레이팀에 입단한 여호수아는 이번 선발전에 대비해 한 달 전부터 썰매를 미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초 인터뷰를 했을 때 여호수아는 봅슬레이 선수가 되기 위해 몸무게를 20kg(당시 몸무게 81kg)를 더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넉 달 만에 다시 만난 여호수아는 외관상 몸무게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여전히 호리호리한 체형이었습니다. 봅슬레이 선수로서 스타트를 끊는데다, 평창 올림픽을 향해 첫 도전장을 던지는 무대여서인지 여호수아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경기를 앞두고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이번 선발전은 올림픽이 열릴 평창 슬라이딩센터 본 트랙이 아니라 부근에 있는 스타트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슬라이딩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우리 썰매 대표팀이 국내에서 훈련할 때 주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선발전은 두 차례 170kg에 달하는 2인승 썰매를 혼자 밀어 50미터 스타트 구간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 2차 시기 스타트 기록 가운데 좋은 기록으로 순위를 매겼습니다.

초조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여호수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힘차게 기합을 외친 뒤 출발대에 섰습니다. 육상 트랙이 아닌 봅슬레이 출발대에 선 여호수아의 모습이 아직은 낯설어 보였습니다. 육상에서와는 달리 헬멧을 쓰고 장갑을 착용한 채 썰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썰매를 밀고 달렸습니다. 여호수아는 1차 시기에서 5초 970, 2차 시기에서는 5초 945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5초 945의 기록으로 15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4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를 차지한 한체대의 신예찬(5초 836)에 0.109초 뒤졌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여호수아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주변의 관심과 기대가 컸기에 그리고 과거 육상 선수로서 국내 대회에서 늘 상위권에 자리했기에 실망감과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여호수아는 마음을 추스르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호수아 선수
Q) 봅슬레이 선수로서 데뷔전이었는데 어땠나요?
- 제가 육상 100m 단거리를 잘 해서 다들 처음부터 잘 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냥 달리는 것하고 물체를 밀면서 달리는 것하고 너무 많이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봅슬레이는 초반에 썰매를 밀고 나가는 순간적인 힘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나요?
- 한 달 전부터 이곳 평창 스타트 경기장에서 썰매를 미는 스타트 연습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파워 운동도 병행하면서 준비했어요. 선발전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이렇게까지 못 할 줄은 몰랐어요.긴장을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긴장한 것 같아요.

Q)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 육상과 봅슬레이의 느낌이 다르나요?
- 많이 다른데 긴장감은 똑같은 거 같아요. 봅슬레이가 더 긴장되는 것 같기도 하고. 육상 같은 경우는 제가 20년 정도 했으니까 어느 정도 노하우가 있고 스타트할 때 금방 자세를 잡고 나갈 수 있게 몸에 배어 있는데 봅슬레이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아직 없어요. 오늘은 제가 연습할 때보다 너무 실력 발휘를 못 해서 저를 가르쳐 주신 코치 분들이 굉장히 답답해하시는 거 같아요.

Q) 썰매를 미는 훈련은 얼마나 했나요?
- 한 달 전부터 1주일에 4일 정도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밀고 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이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금세 몸이 녹초가 되더라고요. 엄청 피곤하고 계속 졸리고. 순간적인 파워로 170kg짜리 썰매를 계속 밀고 뛰는 것이 엄청 힘든 것 같아요.

Q) 이번 선발전 목표는 어떻게 잡았었나요?
- 제가 봅슬레이로 전향하면서 세웠던 1차 목표가 바로 이 선발전 통과였어요. 일단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그다음 2차 목표가 평창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드는 것이고, 마지막 목표가 평창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생각보다 너무 못해서 실망스러워요.

봅슬레이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을 오늘 선발전을 통해 더욱더 깨달았어요. 사실 오늘 상위권에 입상한 선수들은 2~3년 동안 계속 봅슬레이만 했던 선수들이고 저는 한 달 정도밖에 훈련을 안 했잖아요. 그래도 제가 육상할 때 연습 때보다 실전에서 기록이 잘 나와서 이번에도 어느 정도 기대는 했는데 생각보다 안 나왔네요.

Q) 지금까지 몸무게는 얼마나 불렸나요?
- 제가 육상할 때 74~75kg 정도였는데 지금은 85~86kg 정도 나가요. 그때보다 10~11kg 정도 불렸어요. 그런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죠. 봅슬레이 선수로서 4인승 같은 경우는 94~95kg까지 나가야 된다고 들었고, 2인승은 102~104kg까지는 되어야 한다고 해요. 이번 선발전에서도 몸무게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살찌우기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아무거나 먹으면서 불릴 수 있다면 그냥 먹겠는데 그렇게 해서 몸집을 불리면 스피드도 많이 떨어질 것이고 여러 가지 피지컬 면에서 안 좋아질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최대한 근육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훈련 계획과 목표?
- 사실 제가 지금 봅슬레이 하기에는 몸무게도 많이 부족하고 파워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부족한 게 투성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시작이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제가 육상에서 톱 클래스에 있던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겸손한 마음으로 위를 향해서 더 준비하면서 달려가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전향을 결심한 만큼 당연히 계속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 체중이 나가야 파워도 비례해서 늘기 때문에 체중을 늘리는 게 급선무이고 또 많이 뛰어 봐야죠.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경험이 없다보니까 오늘 같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



여호수아의 경기를 지켜본 김정수 봅슬레이 대표팀 코치는 여호수아가 썰매를 미는 훈련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다 보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 발휘를 못 한 것 같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쌓으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선발전에서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했지만 여호수아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돼 평창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여호수아는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면서 오는 7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리는 대표팀 자체 평가전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릅니다. 그 전까지 여호수아는 기량을 끌어올려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의 각오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봅슬레이 선수' 여호수아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결승선을 향한 여호수아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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